- 202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대충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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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정말 예쁘네요.)



 - 안개가 자욱한 숲입니다. 길을 잃은 커플이 보이구요. 여자가 투덜거리며 남자를 타박하지만 남자는 참으로 여유롭게 낄낄 웃으며 걱정 말라는데... 문득 아주 멀리서 순식간에 여자 한 명이 후다닥! 하고 나타나요. 당연히 커플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다가, 우리 여유남께선 참으로 인성이 좋으셔서 이상하게 몸을 꿈틀거리며 신음 소리를 내는 '후다닥!' 여자에게 어디가 아프시냐며 다가가는데... 말리는 여자 친구 말을 들었어야죠. 우걱우걱 얌냠.


 장면이 바뀌면 다 낡아 빠진, 아주 안 비싼 클래식 차라는 느낌의 밴을 타고 나이 든 아저씨가 달려요. 그러고 장년의 여성 손님 하나를 태우고, 다음 손님을 태운다며 달리는 걸 보니 우버 내지는 뭐 암튼 카풀 서비스인가 보네요. 그러고는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아 보이는 모녀를 태웁니다. 이제 다 태웠으니 출발~ 인데.

 문제는 이 운전사와 승객들이 참으로 상극이라는 겁니다. 근데 사실 대놓고 운전사가 나빠요. 성희롱스런 농담과 행동을 수시로 하고, 차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하지 않나, 또 오지랖은 미칠 듯이 넓어서 승객들에게 끝없이 말을 걸며 이것저것 잔소리를 늘어 놓음과 동시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본인 인생 자랑을 막 하고...


 그러다 이제 밤이구요. 아까 친구와의 통화로 '뭔가 불타면서 떨어진' 숲 속을 지나가는데 뒷자리 승객님들과 입씨름을 하느라 한 눈을 팔고 사람 하나를 치어 버리는 운전사 아저씨. 천만 다행히도 처음 탄 승객 직업이 간호사라 내려서 응급 조치를 하려는데 당연히 그 사람 상태가 많이 안 좋겠죠. 또 그 바로 옆엔 뭐라 말로 형용하기 힘든 끈적 찐득거리는 생명체 비슷한 게 굴러다니구요. 결국 어찌저찌하다 차를 몰고 황급히 튀지만... 뒷칸에 실어 놓은 그 사람이 사람일 리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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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상황을 겪고도 '저 여자 몸이 안 좋은가봐!' 하고 돌아가는 우리 남자분... 훌륭한 분이셨어! ㅠㅜ)



 - 시작이 나름 흥미롭습니다. 일단 도입부의 길 잃은 커플 장면도 괜찮아요. 아무리 봐도 좀비 같은데 과도할 정도로, 순간 이동 수준으로 빠르게 움직이니 호기심이 생기구요.

 이후에 느그~읏하게 요 밴에 주인공들이 모여들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초반 전개도 좋습니다. 가만 보면 이 사람들이 서로 안 맞는 구석들 투성이인데 거기에 다 의미가 하나씩 붙거든요. 마초 올드맨과 (비교적) 젊은 페미니스트. 인생 팍팍한 부자와 여유로운 빈자. 엄마와 딸의 세대 갈등이라든가. 암튼 영화의 승객들은 아마도 감독의 관심사를 반영했을 다양한 이슈들을 축약해 놓은 구성으로 조합이 되어 있고 그래서 이들의 말싸움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면서 동시에 '그래서 어떤 식으로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라는 관심을 유발해서 이야기 전개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요. 그래서 도입부는 꽤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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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 네 명이 저 차 안에서 티격태격하며 괴물 만나는 이야기인데. 캐릭터들 관계 설정은 꽤 좋습니다. 공을 많이 들였어요. 그런데...)



 - 이제 어딘가에서 온 그 무언가(?)를 소개하고 그걸 차 뒷칸에 달리고 우와이아앙위ㅏ아아!!!! 하고 달리며 난장판을 부리는 중반부의 전개도 괜찮습니다. 특별할 건 없는데, 연출이 잘 되어서 심심하지 않고 긴장감도 살고 그래요. 도입부에서 복잡하게 설정해 놓은 인물 관계도 여전히 흥미를 붙들어 매 주고요.

 그리고 뭣보다 '그 무언가'의 비주얼이 의외로 되게 좋습니다. 스페인 영화이고, 큰 제작비 들였을 리가 없고. 80년대식 추억이 떠오르는 수공예 크리쳐 같은 느낌인데 (왜 '느낌'이냐면 슬쩍 솜씨 좋게 cg를 넣었는데 제가 못 알아봤을 가능성도 있어서 ㅋㅋ) 오래 기억에 남을 생김새는 아니지만 질감이 되게 리얼하고 좋더라구요. 보면서 스페인에도 고독한 특수 효과 장인들이 꽤 있나 보구나... 라는 생각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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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의 모양이 드러나는 짤이 하나도 없네요. 역시 듣보 영화라... ㅠㅜ)



 - 문제는 후반부입니다. 

 아니 뭐 어떻게 보면 후반부도 나쁘진 않아요. 중반에서 벌어지는 괴물과의 엎치락 뒤치락 난장판이 계속 잘 이어지고 그러면서 벌어지는 캐릭터들 드라마도 괜찮고. 스릴과 유머의 배합도 적당하고... 그렇게 매끈하게 뽑긴 했는데요. 문제는 도입부에 깔아 놓은 그 관계들 있잖아요. 현실 세계의 세대와 계층 갈등을 축약해 놓은 듯한 그 관계가... 어느샌가 그냥 이야기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말 그대로 그냥 사라져요. 좁아 터진 밴과 황량한 산길에서 괴물과 쫓고 쫓기고 쌈박질하는 액션 스릴러만 남고 나머진 깔끔하게 증발. 그러합니다.

 거기에다 덧붙여서 결말까지 보고 나면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의 의도도 살짝 의심스러워지는데... 이 부분은 스포일러라 생략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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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저씨가 조금만 덜 비호감이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기도 하구요.)



 - 그래서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나름 웰메이드 호러/스릴러 소품입니다. 의외로 탄탄한 전개와 의외로 근사한 특수 효과. 그리고 세세하게 세팅된 캐릭터들과 그걸 잘 활용하는 전개 덕에 심심할 틈 없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인데요.

 중반 이후로 초반에 갖고 있던 신선한 느낌이 싹 사라져 버리고 나면 '신선한 맛이 없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어요. 그냥 액션과 액션의 연속일 뿐 이야기 측면에서 아주 무난하고 평이해져 버리니 매끈하게 잘 만들었다는 것도 그리 큰 장점이 아니게 되는 거죠.

 그래서 결론은 뭐, 못 만든 영화와는 거리가 먼 꽤 괜찮은 완성도의 소품입니다만. 자기만의 특징이나 개성, 인상 깊은 장면들을 남기는 데엔 실패한 관계로 굳이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좀 아쉽네요. 그래도 어쨌든 재미가 없진 않았으니까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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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볼 테면 보시고 말 테면 마시라!!! 되겠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등장 인물 소개를 다시 하자면. 운전사 아저씨는 소싯적에 투우사로 주목 받았으나 갑작스레 날뛴 소 때문에 화살에 눈을 찔리고 한쪽 눈이 의안이 된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자유롭게, 자기 하고픈 일 하면서 씐나게 살아온 노인입니다만 '옛것'에 집착하다 보니 세월 업데이트가 안 되어서 계속 악의도 없이 천진난만하게 성희롱, 여성비하 농담을 계속 하는 거죠. '악의는 없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처음 혼자 탄 손님은 간호사이자 말기 암환자인데 지금 일생 사이 나빴던 본인 아빠 만나서 화해하러 가는 길이고. 모녀는 엄마의 전남편에게 딸을 맡기러 가는 길입니다. 엄마가 해외에서 아주 좋은 경력 찬스를 얻었는데 딸을 데려갈 수 없어서 그러는 것이고. 딸은 엄마가 자길 아빠에게 내다 버린다고 열받아 있죠. 뭐 이런 상황인데요.


 암튼 아저씨가 치어 버리는 바람에 차에다 태운 그 사람의 정체는, 우주에서 날아온 기생형 외계인이 숙주로 삼은 인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길 돌봐주려던 간호사를 공격해서 그 몸을 차지해 버리죠. 그러는 동안에 나머지 인간들이 지들끼리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싸우느라 그 상황을 전혀 보지 못 했다는 게 개그구요.


 이후는 이제 쫓고 쫓기기의 연속인데... 대충 생략하고 결국 엄마는 딸을 도망치게 하려고 자신을 희생합니다. 딸은 엄마를 이해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뭐 일단 살아야 하니 아저씨랑 둘이 차를 다시 타고 튀어요. 하지만 엄마 몸을 차지한 외계 생명체는 겁나 빠른 스피드로 이들을 추격하고. 결국엔 다시 차 안에서 쌈박질하다가, 이래도 저래도 안 되는 상황에 몰린 아저씨가 벨트 단단히 메고 바위를 들이 받아서 차를 전복시키는 식으로 대충 해결을 합니다. 차에서 간신히 기어 나온 딸과 아저씨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난 외계인을 아저씨의 투우사 칼로 무찌르는 장면이 개그라면 개그겠네요.


 그렇게 다 끝났고. 둘은 서로 부축하며 터덜터덜 걸어서 한적한 마을에 도착하고는 '난 무조건 한 잔 해야해!' 라는 아저씨를 따라 술집에 들어갑니다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도 없고 주인도 없구요. 아저씨는 배째라고 스스로 술을 찾고, 딸은 화장실에 가는데... 잠시 후 아저씨 앞에 외계인에게 지배 당한 마을 사람들이 나타나 포위하고선 째려보구요. 잠시 후엔 딸래미도 역시 외계인에게 지배 당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걸 보고 맥이 빠진 아저씨가 한숨을 쉬며 간신히 찾아낸 술을 파워 드링킹하면서 끝이에요.


 여담으로, 결말도 참 맘에 안 들었습니다. 그렇게 고생 시키고, 결국 살아난 걸로 처리를 했으면 그걸로 끝내라구요 좀. 아무리 B급 정서가 어쩌네 해도 이런 결말의 의의가 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전. ㅋㅋㅋㅋ 그리고 초반에 캐릭터 빌드업을 빡세게 해놓고 유야무야 시켜 버리니 문제였던 게, 결국 마지막 생존자인 운전사 아저씨 말이죠. 대놓고 마초에 눈치 없는 민폐 속성 강한 양반이며 당연히 '시대의 진보'에 대해 싹 다 비판적인데요. 결국 이 사람이 가장 유능하고 가장 오래 살아남고 가장 믿음직하고... 이렇게 되니 그것도 좀 찜찜하더라구요. 평소에 봤던 스페인 컨텐츠들 성향이 떠오르면서 좀 더 찜찜했구요. 그쪽 양반들이면 정말 이 마초 아저씨에게 감정 이입해서 각본을 썼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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