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나온 드라마네요. 에피소드는 여덟개, 편당 50분 정도 됩니다. 시즌 2를 예고하는 마무리로 끝나는 이야기이고 스포일러는 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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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심플하게 바꾼 번역제도 나쁘지 않지만 원제가 느낌이 더 좋죠.)



 - 아마도 미네소타 어디쯤인 듯한 '베이뷰'라는 동네의 베이뷰 고등학교가 배경입니다. 이 학교엔 '사이먼'이라는 빌런이 살고 있어요. 시장의 외동 아들인 이 녀석은 아직도 중2병이 폭발 중이라 학교의 유명인들 뒷이야기를 캐서 본인이 개발한 앱으로 폭로하는 놀이를 하고 있죠. 지 나름대론 뭐 거창한 이유가 있는데 중요하지 않고 어쨌든 덕택에 적이 참 많고 친구는 몇 없는 놈이네요.

 그런데 이 놈이 개학을 맞아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네 명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티저를 띄웁니다. 그 네 명으로 추정되는 양반들은 물론 '어허. 난 그딴 거 신경 안 써'라면서 속으로 노심초사하구요. 그런데 그 폭로를 눈앞에 둔 어느 날, 기이한 우연의 일치로 그 네 명 + 사이먼이 함께 학교에 남아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되구요. 사이먼이 죽습니다. 당연히 용의자로 주목받게 된 넷은 서로를 의심하며 본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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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먼 가라사대... 가 실제로 나옵니다. ㅋㅋㅋ 노린 작명이었던 듯.)



 - 보다보면 그게 생각납니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요. 고등학교 이야기이고, 도입부에서 죽어 버리는 누군가의 속사정을 캐는 이야기이고, 그 과정을 통해 요즘 미쿡 고딩들 삶의 어두컴컴한 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빈부 격차나 sns, 미국 고딩 생태계의 권력 관계 등등... 뭐 아이디어나 소재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작품의 분위기는 크게 비슷하진 않습니다만. 이 드라마는 뭐랄까... 좌충우돌 풋내기 고딩 탐정단! 같은 느낌이 강해요. 어두컴컴하고 진지한 척하는 와중에 그런 느낌이 스멀스멀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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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먼의 음모에 맞서는 우리의 늠름한 주인공들!!)



 - 제목도 그렇고 도입부 사이먼의 죽음 장면도 그렇고 뭔가 고전적 퍼즐 미스테리 분위기를 살짝 풍기고 실제로도 약간 그런 식으로 전개가 돼요. 도입부의 살인도 쓸 데 없이 드라마틱하구요. 극적 재미를 위해 과학 수사를 포기한 경찰님들 덕분에 주인공들이 모여 앉아 머리를 굴리고 이런저런 작전, 계획을 짜고 수행하는 것도 그렇구요.

 하지만 당연히도(?) 본격 추리물의 재미 같은 건 기대 하지 마세요. ㅋㅋ 이 작품의 추리 파트는 흔한 '미스테리를 토핑한 청소년 성장물' 수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바꿔 말해서, 진지하게 따지고 보면 참 싱겁고 바보 같단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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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진지한 장면입니다만. 이렇게 좀 코믹해 보이는 게 오히려 좀 더 낫네요. ㅋㅋ)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나름 꽤 볼만합니다. 왜냐면 그 폭로 당하는 4인방들의 캐릭터와 드라마가 괜찮아요.

 극중에서도 농담처럼 언급됩니다만, 이 4인팟이 되게 전형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거든요. 학교 최고의 이쁜이, 예일대 입학에 인생을 건 수재, 잘 나가는 운동부 에이스와 생계를 위해 마약을 팔지만 가슴 속엔 삼천원을 간직한, 알고보면 선량한 미남. 미국 하이틴물 세계관에 거의 반드시 등장하는 캐릭터 넷을 모아놓고 각자에게 폭로될 비밀과 관련된 드라마를 하나씩 부여해 놓았는데, 드라마 자체는 전형적이지만 그걸 상당히 잘 풀어냅니다. 보다보면 넷 모두에게 정들고 응원하는 맘도 생겨요. 그리고 이 넷이 드디어 서로를 믿고 뭉쳐서 행동하기 시작하면 흥도 나구요. 막판에 이들이 자신의 고민과 비밀들을 극복해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한 기분도 들더군요.


 사실 엄격하게 따지고 들자면 꽤 나이브합니다. 알고보면 다들 지나칠 정도로 착한 녀석들이거든요. 가끔은 정말 20세기 청춘물마냥 천진난만한 연출들도 나오구요. 하지만 개인적으론 '루머의 루머의 루머'처럼 현실적인 척하면서 사실은 막장으로 열심히 달리는 전개보단 차라리 나이브하더라도 이렇게 '장하다 이놈들!!!' 이란 기분이 들게 하는 전개가 더 맘에 들어서요. 나이를 먹으니 걍 희망찬 게 좋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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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빈 미녀' 포지션을 맡으신 캐릭터님. 의외로 극중에서 가장 단단한 성장 드라마를 보여주십니다.)



 - 다만 문제는... 결말입니다.

 위에서 말한 참으로 나이브한 10대 성장물로 이 정도면 깔끔하게 매듭을 짓는구나... 하는 순간 갑자기 일이 괴상하게 꼬이면서 끝나버리거든요. 목표 달성 직전에 갑자기 주인공들이 드라마 시작 때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추락해버리고, 다 풀린 미스테리 대신 새로운 미스테리가 등장하면서 끝이 나는데. 원작도 이런 내용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완벽한 마무리 타이밍에 이렇게 되어버리니 김도 새구요. 그러면서 기껏 다들 성장하고 서로 좋은 관계 맺었던 상황이 다 롤백되어버리고...;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이 드라마의 미스테리 파트는 좋게 봐줘도 '훌륭함'과는 거리가 멀었단 말이죠. 한 시즌, 에피소드 8개 끌어가기도 힘겨워 보였는데 다음 시즌 기약이라니. 보면서 '그래도 루머의 루머의 루머보단 깔끔하게 끝내려나 보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봐왔기에 더 화가 나더군요. 이놈들은 다 똑같아 그냥!!!!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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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캐릭터들 이야기도 괜찮았어요. 여러모로 주인공 캐릭터들은 잘 빚어서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 대충 결론을 내자면 이렇습니다.

 추리 + 하이틴 성장물이구요. 추리 파트는 '본격 추리물' 기준으로 매우 허접하지만 그래도 에피소드 8개 동안 이야기의 전개 동력이자 시청자 흥미 끄는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해줍니다.

 그리고 볼 수록 정드는 순수 깜찍한 캐릭터들이 좋고 또 갸들이 뭉쳐서 훈훈하게 꽁냥거리는 걸 보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야구선수 캐릭터와 학교 미녀 캐릭터의 성장담은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미스테리어스한 살인 사건이라는 자극적 토핑에 훈훈한 성장담을 잘 엮은 괜찮은 드라마... 로 7화까지 잘 끌어가다가 막판에 좀 많이 망쳐 버려서 아쉬움이 더 커지는, 그런 느낌이었네요.

 뭐 언젠가 나올 시즌 2에서 의외로 이야기를 잘 확장하고 끌어가다 마무리할 수도 있겠죠. 그건 모를 일이겠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의 시즌 1만 봐선 좀 아쉽구요.

 미쿡 고딩들 나와서 아웅다웅하고 썸도 타는 하이틴 성장물을 많이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실만도 하겠습니다만. 역시 결말이 맘에 걸려서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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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시즌에 만나... 고 싶진 않군요!! 재밌게 봤지만 그래도 한 시즌으로 깔끔하게 끝냈어야...)




 + 주인공들이 뭐... 각자 사정들이 있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초반에 경찰 수사를 너무 꼬아버리는 면이 있습니다. 우정에 취해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모자란 십대들 이야기랄까요. ㅋㅋ 다만 막판에 진상 드러나는 부분을 보면 정말 이 경찰님들의 압도적 무능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뭐 괜찮았던 걸로(...)



 ++ 극중에서 계속 '아무리 세상이 동성애를 받아들였다고 해도 스포츠계에선 아니야! 특히 야구는!!!' 같은 이야기들이 나와서 정말 그런가? 하고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여전히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로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더군요. 미국의 현역 인기 프로 스포츠 스타들 중에 커밍아웃하고 활약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더라구요. 좀 의외였습니다.



 +++ 이런 하이틴물들을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미국에는 '금발 백인 이성애자, 갑부집 아들이자 교내 핵인싸 고딩 연합' 결성이 시급합니다. 비열한 아싸 출신 창작자들에 의해 언제나 타자화 되고 악마화 되는 이 분들의 인권을 챙겨야죠. 아니면 저런 분들이 나중에 작가가 되셔서 질투심에 불타는 음침한 소수자들의 음모를 즈려밟는 금발 백인 이성애자 핵인싸 금수저의 활약을 그린 영화를 만드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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