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작이니 무려 31년 묵었군요. 1996년인가 그 후인가에야 수입되어 전 그 쯤에 봤습니다만. 런닝타임은 1시간 39분이고. 스포일러 신경 안 쓰고 막 적겠지만 '배신자는 누구인가'만 생략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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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또한 격하게 추억을 소환하는 포스터 아니겠습니까.)



 - 도입부 소개는 생략하고 그냥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보석상 강도를 위해 뭉친 여섯 명의 범죄자들이 어쩌다 거하게 일 말아 먹고 창고에 모여 누가 배신자인지 수다 떨고 싸운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장난 같은 요약이지만 정말로 더 설명할 것도 없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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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루즈'를 본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크리스 펜의 이 격한 변화가 참 신비롭구요. 마이클 매드슨 젊은 거 적응 안 되구요. 여전히 '라이크 어 버진'이 왜 그리 중헌지는 모르겠고... ㅋㅋ)



 - 시작 부분부터 전설이죠. 그 '라이크 어 버진' 뜻풀이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ㅋㅋ 도대체 이 인간들은 왜 이딴 뻘소리를 그렇게 오래 떠들고 있는가. 타란티노 본인의 그 노래 해설이 끝나면 스티브 부세미의 '난 팁 안 줘' 논쟁이 시작되구요. 이러쿵저러쿵 하다가 이 철저하게 무의미한 대화가 끝날 때 시간을 보니 7분 30여초를 썼더군요. 하하.


 하지만 이게 지금 와서 다시 보니, 그러니까 타란티노의 이 별 의미 없는 본인 취향 문화 비평 수다(...)에 익숙할만큼 익숙해진 상태로 다시 보니 당연히 어처구니 없음이나 신선함 같은 건 없구요. 대신에 이 장면이 얼마나 매끄럽게 찍혔는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일단 대사부터 잘 썼어요. 그냥 수다 내용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계속해서 여섯 멤버들이 끼어들며 말을 하는데 그 흐름이 되게 자연스럽구요. 또 각자 자기 캐릭터들에 맞게 끼어들고 투닥거리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영 쌩뚱맞지만 듣고 구경하는 재미가 충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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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미스터 블론드, 브라운, 화이트, 나이스 가이 에디, 블루, 오렌지, 핑크(ㅋㅋㅋ) 되겠습니다.)



 - 그리고 정장 입은 이 아저씨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가며 폼 잡는 장면... 이 끝나자마자 다짜고짜 실패한 은행 강도 내용은 생략해버리고 총 맞고 죽어가며 도망치는 팀 로스와 하비 케이텔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도 과감하고 좋았습니다. 물론 제작비 문제도 관련된 각본이었겠지만 그게 뭔가 필요한 게 빠졌다기 보단 과감한 전개로 보이게 잘 만들었더라구요. 또 실제로 이후 전개에서 '그때 정확하게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가'를 놓고 캐릭터들이 논쟁을 벌이는 장면도 나오고 하니 역시 그 장면은 빼는 게 좋았겠죠.


 또 이 부분에서 피칠갑이 되어 뒷좌석에 널부러진 팀 로스와 운전해서 도망치는 하비 케이텔의 대화는 결말까지 이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 특히 하비 케이텔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역할을 해서 엔딩을 자연스럽게 설득해주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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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렁크 시점샷의 유행도 이 영화부터가 아니었나 싶은데 확실하진 않구요. 당당하게 센터에 계신 투자자 하비 케이텔님의 위용이 눈부십니다.)



 - 제가 이 시절에 스티브 부세미를 참 좋아했는데요. 여기에서의 캐릭터도 참 재밌고 좋습니다. 정말 비리비리하고 어설퍼 보이는 양반이 계속 '우린 프로페셔널이잖아!!'라면서 남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또 계속해서 자신의 가설을 주절주절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데 정작 그 남들은 아무도 신경 안 쓰구요. ㅠㅜ 

 근데 이제 와서 다시 보니 이 캐릭터가 하는 말 중에 틀린 게 별로 없습니다. 비운의 남자였어요 미스터 핑크. 비록 전투력은 심히 떨어져도 알고 보니 브레인이었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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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친구가 '미국의 최민수'라 불렀던 마이클 매드슨씨. 참 폼나는 역할 잘 하는 분인데 그다지 크게 되진 못하셨죠. '델마와 루이즈' 에서의 역할 같은 것도 괜찮았는데요.)



 - 마이클 매드슨의 그 고문 장면은 참... 지금 봐도 불쾌하고 끔찍한 기분 들도록 잘 찍었습니다. 능글능글하게 춤을 추며 황당한 짓들을 저지르는 연기도 배우가 잘 소화 했구요. 다만 역시나 지금 다시 보니 재밌는 건, 정작 그 잔인한 폭력 장면이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건 없다는 겁니다. 귀가 잘리고 남은 자리를 보여주는 게 좀 징그럽긴 한데, 베는 장면들은 순간적으로 지나가거나 아님 대놓고 카메라를 멀리 치워 버리고 흘러가요. 너무 대놓고 딴 곳을 무심하게, 한참 비추고 있어서 '이것도 웃어야 하는 장면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리고 매드슨 할배도 이 시절엔 참 폼나게 생겼군요. 아주 쌩쌩하게 젊어서 심지어 앳된 느낌까지 드는데 미남이셨던 겁니다. 다만 이 캐릭터의 임팩트가 너무 컸는지 뭔지 이후로도 비슷비슷한 역할만 맡다가 흘러 가셨죠. 그래도 현재까지 무려 313편(...)의 영화에 출연하시고 지금도 미칠 듯한 다작을 하시면서 살림 살이는 넉넉하게 잘 챙기고 계실 듯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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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놓고 홍콩 느와르를 소환하는 장면들 같은 것도 당시엔 신선한 화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 옛날 옛적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용호풍운'의 존재를 모르고 그냥 봤을 때 이 영화가 홍콩 느와르풍이다 아니다로 친구와 가벼운 언쟁을 벌였던 기억이 나요. 뭐 이제야 타란티노가 진작에 자백(?)을 했다는 것도 유명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을 가져다 썼는지도 다 널리 알려져 있고 또 타란티노가 사랑한 그 수많은 장르들 중에 홍콩 느와르도 포함된다는 것까지 다 아니까 당연하게들 생각하지만 그 시절엔 그게 정말 궁금했단 말입니다. ㅋㅋ 제가 마지막 장면에서 첩자가 하는 행동 하나를 지적하며 '그게 홍콩느와르가 아니면 뭐냐'고 말하니 그 친구놈이 '아니 뭐 미국 사람들은 의리도 없는 줄 아냐?'라고 반박을 해서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던 추억이... 그렇죠. 미국인들은 의리도 없답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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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임영동 감독은 이 장면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ㅋㅋㅋ)



 - 당시에 타란티노 영화들이 신선하단 평가를 받은 이유, 그리고 동시에 얄팍하단 반응도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영화가 뭔가 유희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거였는데요.

 앞서 말한 의미 없이 (사실 '타란티노의 취향 자랑'이라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요) 쓸 데 없이 길게 이어지는 수다씬이라든가, 과거와 현재를 샤샤샥 오가며 전개하는 방식이라든가, 필요 이상으로 사방에서 튀어 나와 콜라주 수준이란 느낌을 주는 옛날 영화들 오마주라든가. 그냥 엄청나게 유명하진 않으면서도 충분히 '명곡'소리 들을만한 음악들을 적재적소에 끌어다 쓰는 탁월한 음악 센스. 그리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F자 욕의 향연이라든가... ㅋㅋㅋ 확실히 이야기상 벌어지는 일들에 비해 가볍고 놀이 같은 느낌이 강하긴 합니다만.


 근데 그게 마냥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붙들려온 경찰이 첩자와 나누는 짧은 대화 장면도 그렇고, 마지막에 모 캐릭터와 첩자 캐릭터가 보여주는 비극적인 마무리라든가. 이런 장면들은 전혀 가볍지 않게, 꽤 진지한 감정을 담고 연출이 되어 있었어요. 계속 장난처럼 흘러가다가 문득 이런 게 훅. 하고 들어오는데 꽤 그럴싸하더라구요. 옛날에 처음 볼 때보다 오히려 더 진지하게 보였는데, 이것도 늘금일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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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 ㅠㅜ)



 - 평소보다도 훨씬 더 격하게, 작정하고 '잡담'으로 적다 보니 마무리할 타이밍 잡기도 애매해서 걍 끝내버리겠습니다. ㅋㅋ

 타란티노 영화들 중에 제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인데요. 수십년만에 다시 보니... 역시 전 이 영화가 가장 좋네요. 이후에 더 성장하고 성숙해서 내놓은 영화들도 있지만 그냥 전 이 영화가 가장 좋습니다. 갑툭튀 천재 감독의 데뷔작다운 신선함과 자신만만 패기가 느껴지는 것도 좋구요. 그러면서 이미 이후에 자기가 보여줄 스타일들을 거의 완성형으로 만들어 내놓았다는 걸 확인하는 재미도 있구요. 뭣보다 그 시절에 처음 접할 때 느꼈던 '충격'이 걷힌 후에 다시 보니 탄탄한 만듦새가 더 잘 보여서 좋아요. 아주 즐겁게 봤습니다. 혹시라도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한 번 보시라는 의미에서 '첩자는 누구인가'는 안 밝혔으니... 정말 혹시라도 아직 안 보셨다면 한 번 보세요. 아주 재미난 소품입니다. 



 + 스포일러 잡담을 한 단락만 추가합니다.


 지금 다시 봐도 내내 죽은 듯 누워 있던 팀 로스가 마이클 매드슨을 쏴 버리는 장면은 상당히 임팩트 있더라구요. 그 순간까지 마이클 매드슨이 보여준 사이코 연기가 워낙 좋아서 이후에 벌어질 일을 알면서도 까먹고 있었던 덕도 있구요. ㅋㅋ 

 그리고 이 영화의 배우들은 총 맞고 아파하는 연기를 유난히 잘 합니다. 이것도 미국보단 좀 홍콩영화스러운 느낌이었는데요. 특히 마지막에 팀 로스와 하이 케이텔이 거의 안다시피 하고서 끙끙대며 간신히 간신히 대화 나누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진실을 알게 된 하비 케이텔이 사람이 아닌 짐승스럽게 울부짖는 장면은 배우들 연기가 살린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쪽으로 연기 지도를 한 타란티노의 공이 먼저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그 정도로 잘 하시더라... 는 얘깁니다. 

 마지막으로 '어쨌든 미쿡 정서'라는 생각이 좀 들었던 게. '용호풍운'과 이 영화의 마지막 전개가 또 거의 같잖아요. 첩자의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고백. 근데 이수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 여자 친구 함께 만나러 가야지!!!' 라면서 의리를 버리지 않는 데 반해 하이 케이텔은 걍 너 죽고 나 죽자며 쏴 버린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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