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취미 - 산 책

2023.09.07 18:15

thoma 조회 수:239

음악 감상이 자칫 엠프와 스피커에 거금을 쓰게 하고 사진 찍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 온갖 종류의 사진기과 렌즈에 돈을 쓰는 사람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취미는 취미를 만들고 주객이 전도 되기도 하는 것 같네요. 본인이 그런 지름을 통해 살떨리는 기쁨을 느낀다면 좋은 일입죠. 저처럼 소소하게 일상의 시름을 잠시 잊는다면 그것도 소소하게 좋은 일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안 읽은 책을 책장에 모셔 둔 채 새로운 책을 모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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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성학자 정희진의 팟캐스트 매거진에서 소개받았어요. 이 오디오 매거진이 회를 거듭해 가면서 처음보다 방향이나 내용이 정돈되어 가는 거 같아요. 정희진 선생의 목소리나 발음도 훨씬 듣기 좋아졌고요. 저는 주로 산책하며 듣는데 소개되는 책 중에 구미가 동하는 책을 찾아 보는 것으로 가장 크게 활용하는 듯합니다. 여성으로서 비슷한 태도로 사는 이에게 조금 위로도 얻고요. 고립되어 있으면 의연해지기가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이분의 학식과 실행력, 노력의 수준이 저는 근처에 갈 수도 없지만 많은 부분 동의하며 듣다가 함께 웃게도 되거든요. 

추천하는 책이 많았는데 이번에 살펴 본 '친밀한 적'(인도에서 1983년 출판되었다고)은 구매까지 했습니다. 내용은 식민지배를 벗어났으나 지배자의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한 엘리트들이 식민주의의 여파 속에서 살아간다는 문제를 다룬 거 같아요. 내재된 식민주의 즉 서구지배자에게 봉사하거나 인정받은 방식의 개념, 문화적 우선순위, 계층과 지배적 자아- 이것을 '친밀한 적'이라고 부릅니다. 식민지배의 여파라 하니 이것도 생각나네요. 엘리트들이 유학한 나라에 대해 객관적이기가 어렵고 비판을 한다 해도 뼈속 깊은 곳엔 정서적으로 친근함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식민지배국가들이 유학생들을 받아들이고 키웠다는 사실 말입니다. 일본도 문부성장학금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많이 받았습니다. 교사들 중에서도 기회를 얻는 사람들이 있었고요. 이 책은 정신에 잔존하는 '두 번째 식민화'라는 개념을 전개시키는 거 같아요. 대학 다닐 때도 들어서 익숙한 개념이긴 한데 앞부분에 있는 개정판을 내며 옮긴이의 말을 읽으니 두 편의 논문을 엮은 책이라고 해서 본문은 저에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사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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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작가이고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체포되어 수용소 생활을 한 생존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강제수용소 수기입니다. 1966년에 출판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12년에 이어 개정판이 2022년 12월에 나왔네요. 작가는 1978년에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고 합니다. 훌륭한 책을 남기고 가신 프리모 레비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개정판을 내며 안미현 옮긴이가 쓴 글을 아래에 조금 옮기겠습니다. 

'아메리의 시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시대는 지나갔다. 생물학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그들 대부분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아메리가 하고자 했던 말, 죽음에 이르기까지 끝끝내 타협하지 않고 역사적 진실을 직시하고 온몸으로 기억하려는 그의 태도나 주장은 여전히 현재성을 지닌다. 모든 형태의 부당한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역사적 실체를 밝혀내며, 잊지 않기를 다짐하는 것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다음 세대에게 주어진 역할이자 소명이리라.' 마지막 문장은 예전의 어느 시간대에 읽었으면 너무 진지하고 무거워서 부담된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요즘은 그러지도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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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과 작가는 며칠 전에 처음 알았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리뷰들 읽고 돌아다니다가 믿을만한 리뷰어의 후기를 읽고 샀어요. 이 책부터 아래 두 권은 전자책으로 샀고요. 기골이 장대한 여성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액션 시스터후드 소설이라니, 뭐 좀 때려부셔 준다니, 재밌겠는데 싶어서요. 그외에 아는 거이 하나도 없이 재밌어 다오의 심정으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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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책 나온 거 아시고 계셨나요. 지난 7월에 나왔는데 전자책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매했어요. 제목에 유령이 딱 박혀 있는데 그러면 정말 유령이 나오겠죠...사실 유령 나오는 거 별로 취향은 아닌데 작가 이름이 이것을 극복하게 해 주네요. 유령 나와도 흥미로울지 읽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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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8년에 나온, 꽤 시간이 지난 책인데 그냥 샀습니다. 보관함에 오래 묵혀 두다가 이번에 구매. 왜 보관함에 넣어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번역가의 일을 슬쩍 들여다 볼 수 있는 가벼운 책인 것 같아서? 기억이 안 나지만 묵혀 둔다고 좋은 술이 되는 것도 아니니. 소소한 정보와 더불어 재미도...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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