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mut Kohl in front of a German flag

지난 6월 16일에 독일의 헬무트 콜 전 총리(1930~2017)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한 시대가 갔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사실 이 말은 유명인사의 부고에는 정말 상투적인 말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 분에게는 정말 그 말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통일 독일'의 총리였으니까요. 아마도 한국인들에겐 가장 친숙한 유럽 정치인 중의 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통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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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제가 유럽 정가에 대해 뭘 알았겠습니까만은...그 때는 정말 무슨 한국 정가의 소식처럼 유럽 정가의 소식이 쏟아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티비만 틀면 유럽 소식이었고 신문만 들썩여도 유럽 정상들 얘기였죠. 아무래도 소련과의 수교, 독일 통일 그리고 이어진 소련 공산당 정권의 붕괴에 이어진 동유럽 공산 국가들 붕괴까지...냉전체제가 정말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였으니 정말 그럴수 밖에 없었죠.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저 일이 여기 한반도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북한은? 우리도 갑자기 독일처럼 통일을 하게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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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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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9월 22일 베르뒹 전장에서 -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양국 병사 13만의 원혼이 잠들어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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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차 대전 이후 유럽연합의 기초는 이 두나라의 화해에서부터 시작했죠. 1차 대전 직후 베르사이유 조약으로 독일을 마구 털어먹으려고 했던 프랑스는 - 사실 제대로 털어먹지도 못하고 - 2차 대전을 겪게 되죠. 허긴 바보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 난리법석을 떨었으면 화해를 하긴 해야죠. 여튼 프랑스가 먼저 독일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드골 대통령) 유럽석탄철강공동체(1952년)부터 시작해서 오늘의 유럽연합에 이르기까지 손 잡고 잘 걸어왔네요.


 그런데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2차 대전 때 이 두나라는 서로 제대로 싸운적이 없죠. 프랑스 극우파들이 빨갱이들을 다 쓸어버리겠다는 일념하에 비시 정권 세우고 독일과 협력한 겁니다.(그래서 실은 그 독일 점령기를 프랑스 좌우파 내전기로 봐야한다는 학자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더군요. 그러니까 사실 프랑스는 독일과 싸운게 아니고 지들끼리 싸우고 있었다는 얘기? 그리고 전후에 빨갱이를(...험한 표현 죄송...;;) 없애버리려고 했던 극우파들은 모두 민족반역자로 몰려서 숙청되고...이 동네도 좌우대립 진짜 대단합니다. 사실 여기가 좌우파 탄생의 원주지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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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적에 두 나라가 예전엔 그렇게 사이가 안좋은 나라인줄 몰랐답니다. 역사적으로 원래 이웃나라끼리 사이 좋을게 없긴 한데...프랑스는 영국이랑 안좋은 줄 알았더니...그건 정말 저 멀리 중세 때(백년전쟁) 얘기였고 근현대에 들어와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아주 상 웬수더군요. 어찌나 서로들 싸워대던지...;; 19세기까지 분열되어 있던 독일이 프로이센 주도로 통일을 하면서 갑자기 유럽 대륙에 강대국이 하나 태어나니까 프랑스가 아주 돌아버리더군요...(이렇게 얘기하니까 꼭 무슨 조폭들이 싸움질한것 같네...-_-;;) 여튼 우리 동아시아 역사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전통적인 유럽 국가들의 세력균형 싸움이 정말 신기하더군요. 그러니 리슐리외니 카우니츠니 메테르니히니 비스마르크까지...외교의 귀재들이 대활약을 하고...







야드 바셈 (Yad Vashem)의 헬무트 콜 (Helmut Kohl, 1984)

1984년 1월 24일 이스라엘의 야드 바셀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한 콜 총리


이런 역사를 돌아보면 정말 가슴 아프죠. 저는 한 때 티비 드라마나 영화로 홀로코스트 주제가 나오는걸 정말 싫어한적이 있었는데, 그건 미국 액션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반감이었습니다. 무슨 동화속의 악당같은 독일군과 슈퍼맨같은 미군이 서로 총질하는...;; 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런 류의 스토리를 봐야하나...하고 질려있다가 - 그 때는 정말 2차 대전이 미군(영국, 프랑스도 가끔 양념...)과 독일이 주역으로 싸운줄 알았었죠. 거기다 더해 이런 유태인들의 수난사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도 크게 한 몫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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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2차 대전의 진실을 알게 됐을땐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이 때 제 심정은 거의 속았다는 느낌까지 들었죠...) 그러니까 그냥 역사책으로 지나가듯 휙~ 2차 대전사를 봤을 때 몰랐던 정말 많은 사실들을 나중에 알게됐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전쟁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바로 2차 대전 동부전선사 - 그러니까 독소전쟁사에 대해 알게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참 기가 막히더군요! 학교 다닐때 선생님이 뭐라고 가르치셨냐면 소련이 워낙 추운 나라라 독일이 패한거랍니다. 옛날에 나폴레옹도 그랬고..진짜 그런줄 알았었죠. 아니 뭐 생각도 안했었다는게 맞을텐데 그런데 실상은 유럽전선의 진짜는 동부전선이더군요. 4년간의 독소전쟁. 그리고 정작 미국의 진짜 적은 일본이었어요! 태평양에서 정말 두 나라가 4년 동안 끔찍하게도 싸웠더라는...그런데 그 미디어들은 대체 뭐랍니까? 미국은 뭐 다 망해가는 독일 서부 전선 정리해주러 간것 뿐이었는데...뭔 주구장창 2차 대전 내내 독일군이랑 싸운것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찍어댔나 싶더군요. 대충 왜 그랬는지는 짐작이 안가는 바는 아니지만....


소련이 정말 무슨 심정으로 독일 통일의 손을 들어주었나 싶습니다. 독소전의 참상을 몰랐을 때는 그냥 뭐 그랬나보다 싶었는데, 2차 대전 내내 동부전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된 뒤로는 참 심난합니다. 그렇다고 소련이 백프로 피해자만은 아니고 이 나라도 정말 주변 국가들에게 엄청난 만행을 저질렀는데(대표적으로 폴란드, 발트 3국, 백러시아, 우크라이나...끝도 없네...)피해자와 가해자의 두 얼굴을 동시에 가진 정말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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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대처 총리와 함께. 이 분과 함께하는 독일 통일 이야기는 갑자기 코미디가 됩니다. 물론 외국인인 제 입장에서 그렇다는 겁니다. 당사자들이야 속이 터졌을 테지만....




....통독이 마뜩지 않았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는 의견 차이로 공방을 벌였다..... 콜은 자서전에 “마거릿 대처가 화를 내며 ‘독일을 두 번이나 때려눕혔는데 이제 그들이 돌아왔다’고 말한 일을 결코 잊지 못한다”고 썼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82140005&code=970205#csidx42f6a0ccddb914ebd844c4b59e8fee0 onebyone.gif?action_id=42f6a0ccddb914ebd


독일을 두 번이나 때려눕혀....ㅎㅎ



진심 철의 여인 답네요. 갑자기 빅웃음을 주심....ㅎㅎ 영국이 독일 보고 저렇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게 19세기 후반부터였는데 뭔가 여전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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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시대에서 클린턴의 시대로. 이 짤을 보니 진짜 냉전은 끝났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고 뭐 태평성대가 열린건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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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 19일 동독 드레스덴 프라우엔 교회앞의 연설 장면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다가왔다. 그의 뚝심이 가장 빛났던 때도 이 순간이었다. 당시 콜은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었다. 베를린 장벽으로 동독 사람들이 넘어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가 “실례지만, 지금 돌아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곧바로 귀국한 일화는 유명하다. 바르샤바를 떠나는 순간, 그는 독일을 갈라놓았던 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을 겨냥해 “독일인의 생존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통일이라는 열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베를린으로 날아가 “우리는 한 민족(Wir sind ein Volk)”이라고 천명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82140005&code=970205#csidxaa118acbd3116999e5951252c400110 onebyone.gif?action_id=aa118acbd3116999e




'우리는 한 민족' 콜 총리는 회상록에서 이 단어 하나하나 발음하던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바로 지난 시절의 원죄가 있는데 이를 감수하고 이렇게 과감하게 선언한다는 건 정말 용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우리야 독일의 그 유명한 과거사 반성에 익숙해있지만 주변 피해 인접국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게 문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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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총리는 지지자도 많았지만 그 못지 않게 적대자도 많았다는군요. 사진은 1991년에 시위대에게 계란 세례를 당하는...모습입니다. 저는 그냥 통일 관련해서만 조금 아는것 뿐이라...하긴 이 정도 덩치의 정치가라면 적도 많겠죠.(....문제는 돌아가시고 난 지금 현재 장례식 의전부터 최근에 쓰인 회고록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서 패하는 등...뭔가 더 시끄러워진것 같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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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녀관계'라고까지 불리는 현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함께. 와~세월 참...그런데 이 분과도 현재는 의절 상태인데다(부패 스캔들이 터져서 메르켈은 살기 위해...콜과 연을 끊어야 했었고...콜은 그것을 죽기 전까지 원망했다고 합니다...-_-;;) 장례식 의전 문제로 다투는 중...이라는 군요. (콜 총리 미망인이 메르켈 총리 더러 장례식에 오지 말라고 했답니다. 남편이 메르켈 총리를 정말 죽을 때까지 원망했다는군요...-_-;;..... 뭐랄까 참 인간사의 잔인한 부분까지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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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통일 얘기로 돌아와서...




.....무엇보다도 그의 정치력을 보여준 것은 베를린 장벽 붕괴 뒤 혼란 속에서도 20일 만에 ‘통일 독일을 위한 10개항’을 발표한 것이었다. ‘10개항’은 동독에 자유·비밀선거를 도입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세우고 동유럽 국가들도 유럽 통합에 함께해야 한다는 원대한 구상을 담았다. 그 뒤 모스크바를 세 차례 찾아가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담판을 벌였다. 고르바초프는 결국 “독일 통일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물러섰다. 하루에도 수천명의 동독 주민들이 서독으로 넘어오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통일을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콜은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길로 가는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회고록 <나는 조국통일을 원했다>에 이 모든 과정을 남겼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82140005&code=970205#csidx9a11c50b4e85dde994a51e36490066c onebyone.gif?action_id=9a11c50b4e85dde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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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다시 유럽을 휩쓰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 콜은 유럽 통합에도 앞장섰다.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유로화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2013년의 인터뷰에서 그는 “유로는 유럽과 동의어다. 역사상 처음으로 (서)유럽에서 전쟁이 사라졌다”고 평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82140005&code=970205#csidxc674f088bf5fdb5943caf9059ebc8b8 onebyone.gif?action_id=c674f088bf5fdb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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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 얘기긴 했지만 진심 부럽더군요. 우리는 대체 언제 통일을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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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통일이 된 뒤에 이런 저런 문제는 많이 터지겠지만 그래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터라...전 아직 민족주의자인가 봅니다....ㅎㅎ





콜 총리를 추모하며....






콜 총리 이전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서독)와 미국의 카터 대통령. (짤이 멋져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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