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카페에 들러서 책을 읽는데 바로 옆에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제 또래의 여성이 앉더군요. 자는 애가 카와이해서 .5초 정도 흘끔 봤는데 아기 엄마가 난데없이 죄송해요 합니다. 아니 왜...? 좀 있다 반대쪽 좌식 테이블에 자리 잡는 여성들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죄송해요 시끄러우실 텐데 저희가 발을 내릴게요.. 라고... 아니 저는 아무 말도 안 했고 딱히 상관없는데...

흠...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시끄러우면 안 되는 곳이 있어야 한다면 그건 도서관일 겁니다.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규율이 있고, 여기선 아이들도 (물론 깜빡하기도 하지만) 조용하게 있으려고 무진장 노력합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가 아니라 그래야 한다고, 그게 배려라고 어른들이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그럼 식당은? 카페는? 도서관에 출입할 만한 아이들과 연령대가 달라거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 힘든 걸까요? 저는 아이가 없어서인지 잘 모르겠네요. 적어도 일맥선상에는 있다고 보는데.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집 바로 옆 건물의 옥상이 딱 저희 집 거실과 맞닿아 있는데
그 집 아이들이 옥상에서 정말 동네가 떠나가게 고함을 지르며 뛰놀더군요. 부모들은 그 옆에 그늘막을 쳐 놓고 술 마시느라 데시벨은 한없이 높아지고.. 몇 시간을 견디다 못한 집사람이 조금만 조용히 해 달라고 하자 그 집 부모 중 한 사람이 저희 집에 쳐들어 와서 내가 내 집에서 떠드는데 니가 에어컨을 틀고 문을 닫아야지 왜 우리 애들 노는데 기를 죽이냐!!!! 며 고함을 지르고 한바탕..

맞는 얘기죠 뭐. 자기 집 옥상인데.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잖아요.

내가 내 돈 내고 음식 사 먹는데 뭔 상관이야. 우리 애 기죽이지 마.

그럼 내 기는여... 나도 울 엄빠 자식인데...

합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지인이 있습니다. 디저트가 맛있기로 꽤나 입소문이 난 곳인데 얼마전에 지나가는 말로 "나 노키즈 하고 싶어졌다..." 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묻어나던 피로감이란. 그래도 차마 노키즈존이라 내걸지는 않을테지만요.

만약 부모가 애들 데리고 와서 먹기에도 썩 괜찮은.. (아니 사실은 너무 훌륭하고 맛있어요 게다가 건강한 식재료 엄선된 매뉴ㅠㅠ) 이 선배네 카페가 노키즈존이 되고, 제가 동네에서 만났던, 안 해도 될
사과를 미리 하던 부모와 그 부모의 아이가 이 카페의 맛있는 케이크를 즐길 행복에서 배제돼야 한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다다음 달에 휴가 갈 호텔이 노키즈존이라는 사실에 '휴 조용히 지낼 수 있겠군' 이라고 만족해 하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호텔 q&a 에는 이런 글도 올라와 있네요.

경치가 너무 좋아 보이고 꼭 여기서 머물고 싶은데 3살 미만의 아이와 동반하면 안 되는 건가요?...

그럼 내가 휴가가는 의미가 없어지는 걸... 하고 혼자 대답해 보는 저는 차별에 찬성하는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고민이 많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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