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저한테 가지는 불만

 

1. 콜백을 잘 하지 않는다

2. 저의 변변찮은 직업(친구는 월300벌어요)

3. 특정 분야에 대한 무식함(전 파생상품이 뭔지 몰랐습니다 지금도 잘 모르구요)

4.살면서 별 도움되지 않는 취미(스트크래프트 보는거라든가 카우보이비밥을 보는거라든가)

5.동기동창들 경조사에 잘 참석하지 않는다,  인맥이 좁다

 

제가 친구한테 가지는 불만

 

1. 나와 내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제가 싫다고 하는것을 자꾸 하자고 하는 거)

 

친구의 특징: 성공에의 열망이 아주 강하다. 명백히 자기 잘못인데도 사과를 하지 않는다

 

친구와의 대화

 

친구: 이번에 철수 차 새로 샀다 뭐 샀는지 아나?

나: 아니 몰라

친구: 한 번 맞혀봐라

나: 나 차에 대해서 잘 몰라서 모르겠는데

친구: 그래도 한 번 맞혀봐 아무거나 말해봐

나:아니 나 정말 몰라 차에 관심없어서 저번에 그랜저보다 좋은거겠지 뭐

친구:아니 아무거라도 말해봐 현대나 기아

 

여기서 친구의 오기와 장난질이 또 시작됐나 싶었습니다 친구는 특정분야에 대한 저의 무식함을 아주 한심해합니다 물론 그 기저에는 친한 친구가 그렇다는거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겠지요 저는 "아 싫다는데 왜 또 그래" 하기 보다는 옆에 철수도 있고 분위기 이상해지기 싫어서 받아줬습니다

 

나: 삼성?

친구: 아니 외제차

나: 외제차는 정말 모르는데 모르겠어

친구: 아무거라도 말해봐 혼다나 그런 거

나: 나도 말하고 싶은데 나 정말 몰라서 대답을 못하겠어

친구: BMW도 모르나?

나: BMW는 알지 근데 내가 먼저 생각해서 말을 꺼내진 못했어

친구: 재미없네 그럼..

 

철수와 헤어지고 둘이 남게됐을때 제가 말했습니다

 

나: 아까 "재미없네 그럼" 이라고 한 거 나 기분 나빴다

친구: 재미없어서 재미없다고 말한건데

나: 그렇게 말할때 말투와 뉘앙스가 날 조롱하는거 같았다고

친구: 비엠더블유 모르는 거 사실이잖아 다른 사람들 친구가 비엠더블유 샀다고 말하면 뭐라고 말하는 줄 아나 와~ 하는 감탄사부터 나온다 비엠더블유 얼만지 아나 1억 가까이 한다 근데 넌 그걸 듣고도 별로 반응이 없었잖아 그래서 재미없다고 한거지

나:내가 지금 기분나빠하는게 니가 보기엔 내가 과민반응한다고 생각하나?

친구: 어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친구에게 내가 기분 나쁜 이유와 관련해서 왜 그런식으로 말했는지 제가 조목조목 따져 들었는데 친구가 대화를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침울하게 있으니까

 

친구: 표정이 왜 그래?

나: 아니 아까 관련해서 더 대화하고 싶은데 니가 대화를 거부하니까 하지만 억지로 하자고 하진 않겠다 난 늘 말했듯이 네 의견을 존중하니까

친구: 그런 대화가 무슨 이득이 되냐? 좀 더 너한테 이익이 되는 그런 대화를 하자

 

대화를 종료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되게 슬프더군요 그 슬픔의 종류는 저희 부모님 37년의 결혼생활이 두 분에겐 너무 비극적이고 두 분에게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비극은 두분의 의지와 선택으론 불가항력했다는것 그 시대 어떤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것을 몇년전에 깨달았을때 밀려오는 슬픔과 비슷햇습니다 15년이나 만났는데 서로에게 정말 친한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대화가 안 통할수가 있다니 전 정말 허심탄회하게 누구 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서로의 앙금을 털어볼려고 정중하게 정말 예의있게 대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무산됏습니다

 

제가 정말 슬픈 건 15년지기 친구가 "난 너한테 존중받고 싶다" "제발 나를 친구로서 사람으로서 존중 좀 해 달라" " "제발 내 의견 좀 존중해줘" 라고 말했는데 친구는 그걸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친구 생각엔 그런 거에 신경쓰느니 너의 변변찮은 월소득부터 먼저 해결래라 이겁니다 제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내가 기분 나쁜거 이런거에 관해 대화하는 것보다 내 연봉부터 해결하는게 먼저란 말이가 너는?" 친구는 그렇다고 대답하더군요

 

몇 일 있다가 친구가 전화했습니다

 

친구: 나 이번에 토익스피킹 7등급 맞았다

나:...

친구: 왜 아무런 말이 없어?

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친구: 나 이번에 토익 910점 받았다

나:왜 말이 없냐 또

나: 그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친구: 알았다 끊는다

 

친구는 제가 자신의 말에 무반응한거에 대해 너무 섭섭하다고 느꼈는지 몇일뒤 대화에서 복수를 하더군요

 

친구:야 여기 강변역 나가는 길을 모르겠어 터미널쪽으로

나: 지금 내가 전화로 설명하는것보다 거기 사람 붙잡고 물어봐 그게 더 빠르고 편할거야

나:근데 우리 방금 밥 시켰는데 너 밥 어떻게 할거야?

친구: 아 여기 횡단보도 어디고?

나:역에서 바로 나오면 터미널인데.. 근데 밥은 어떻게 할거냐고?

친구: 뚜뚜뚜...

 

밥 먹으면서 제가 따지듯 물었습니다

 

나: 친구야 아까 내가 "밥 어떻게 할거냐"는 물음에 왜 대답을 안하냐?

친구: 다 왔잖아 와서 대답하면 되잖아

나: 그건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잖아 대답 자체를 안 했잖아

친구: 아 그래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저는 또 낙심했습니다 두 사람이 아무리 냉전중이고 친구가 저한테 아무리 섭섭한면이 있더라도 사람말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지

 

친구에게 저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마치 사람들이 애인을 고를때 얘랑 잘 안되면 얘라도 사귀지 뭐 하는 그런 최후의 보험 같은 거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의 단점을 잘 아는 건 지구상에 나밖에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이 친구와 관계가 유지되는건 15년 세월이라는 정때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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