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기준의 다음 카페 채팅방에 혜성처럼 나타난 누군가.

몇년 전 일입니다만 유명한 다음 카페가 있었습니다. 사용 연령대는 초등학생에서 직장인까지 다양했고요. 주로 올라오는 것은 웃긴 유머, 고민상담, 기타 등등이었습니다. 그런 종류의 카페가 몇 가지 더 있었는데 그 중 어느 곳이었는지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다음 카페 채팅방 기억하시는지요? 텍스트, 이모티콘, 이미지까지 쓸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학교 기술가정 시간에서부터 가정에서 컴퓨터를 하는 시간까지 종종 그 채팅방에 들어갔습니다. 그런 종류의 채팅방이 대개 그렇듯이 황당한 유머와 랜선 싸움과 그런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채팅방에 들어갔더니 "복슬이(가명)"라는 유저한테 한 혜성처럼 나타난 본 적 없는 유저가 다그치고 화를 내는 겁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복슬이"는 자기가 어느 날은 50대의 중고차 딜러라고 하지 않나, 어느 날은 승려이기 때문에 삭발을 한지 10년이 넘었다고 하지 않나, 하루 뒤에는 락커라서 머리가 날개뼈까지 온다고 하지 않나 그런 이야기만 하는 유저였기 때문이죠. 혜성처럼 나타난 유저를 "혜성"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복슬이는 자신의 신원이나 직업에 대해 정말로 유추가 될 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자기 편의에 따라서 남자였다가 여자였다가 했습니다. 복슬이는 어느 날 자기가 갑자기 20대의 "술집 여자"이고 어쩌구저쩌구 했지만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복슬이의 실제 나이는 아무도 모르고 (운영진은 알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느 날은 엄정화의 백댄서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가 모 유명 그룹 회장의 애완견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했습니다.

혜성은 복슬이한테 "18세 여자가 성인 남자한테 얼마나 쉽게 뜯어먹힐 수 있는 존재인지 알긴 하냐, 어차피 네 처녀는 박탈했고 나중에 그 남자는 이득 너는 손해고 그 남자는 순결한 여자 만나서 갈 거다."라는 이야기를 다섯줄 정도 나눠서 치기 시작했습니다. 혹은 쳤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복슬이는 무슨 말을 해도 다 구라라고 생각했고 하루 뒤에는 남자가 되어 있다가 하루 뒤에는 여자가 되어 있다가 했습니다. 종교마저 일정치 않아서 불교의 무슨 종파를 믿는다거나 기독교 내에서도 종파를 계속 갈았습니다. 2시간 동안 차단을 너무 당했지만 해킹을 했는지 같은 닉네임으로 계속 들어와서 많은 채팅방 반장이나 방주들은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어이가 없어서 끼어들었습니다. "저기요, 혜성 님, 뭘 싫어하시는지는 알겠는데요, 모든 남자가 처녀만을 선호한다는 전제도 좀 이상하고 왜 선호의 기반에 처녀성 문제가 이런데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요, 여자 볼 때 판단하는 기준이 성적인 부분밖에 없으세요? 당신 정신 이상한 사람 같아요. 그러면 성격이나 생활 구역 문제는 아예 없고 비싼 여자 사가는게 남자라는 말씀인데, 그런게 존재하는게 합당한지도 모르겠고요, 무엇보다도 저는 평소에 남 판단할때 그런 영역은 생각도 안하거든요? 뭐하는 분이세요? 그리고 남자가 소위 말하는 말로 문란하면 아는 여자들 사이에서 말 안나올거 같아요? 저희 학교에서도 안좋은 소문 남자도 두어명 돌았어요. 여자들 그 소문 주인공이랑 말도 안 섞어요. 설마 아직도 문란한 남자-! 꺄악-! 하고 여자들이 더 좋아하고 여자는 순결 깎이면 가격 깎인다고 믿으세요?"

대략 저 이야기를 몇 줄을 쳤는지..그러니까 그 문제의 "혜성"이 그러더군요.

"학교니까 그렇죠. 사회는 또 달라요."

제가 그랬습니다.

"그러면 님이 다닌 회사와 님이 생각하는 사회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라고 했더니

"뉴스도 안 보고 요즘 애들 대가리에 피가 덜 말라서"

"네?"

"뭘 몰라 바른소리하면 다 되는줄알고"

저는 욕을 쓰고 싶었는데 탈퇴당할까봐 가만히 있었더니 방장이 탈퇴를 시켰습니다.

방장 말이 복슬이가 아까 전까지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를 내고 있었는데(활자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을 복슬이는 안다는군요) 컨셉으로 잉잉 ㅠ 저는 여고생이에요 22살 대학생 오빠를 "좋아해요"라고 썼더니 15분 전에 들어와서 아무 말도 안 하던 혜성이 달라붙은 거라고 하더군요.

무섭더군요. 저렇게 사는게 옳나요. 안 옳아 보이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