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좋은 소설입니다. 소설이, 그냥 작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렇고, 김지하가 그 <소설> 개념에 반발해서 <대설> 같은 걸 썼다 기대를 다 채우지 못 했던 걸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소설은, 작은 이야기이고 크지 않은 규모의 그 이야기가 어떤 울림을 가지는 데서 성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편 소설은 작가가 견디어내는 어떤 형식, 실은 서사시의 변형된 형식이라는 생각에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책 뒷표지에 실린 심사위원들의 표현처럼, 작가의 첫 작품 치고 이 장편소설은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수련된 문체, 어떤 부분에서의 설득력, 다 공감할만한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작가 아닌 사석에서 사람으로 만나본 작가분의 면모도 그러하였습니다. 이중 에고를 뒤집어 쓴 채 억지로 만든 가짜 따스함이 아니고, 그 사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둡지만 그 안에서 긍정성을 찾아보려고 하는, 삶에 대한 심드렁한 사랑 같은 게 느껴지는 작품이예요.


이미 십 년도 전에 출판된 이 소설을 굳이 다시 끄집어내 기억하고, 읽고, 이 글을 쓰는 건 사실은 무엇때문일까요. 거기서 어떤 물성들을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염된 관념이 아니고, 무엇인가 있을 자리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느낌. 어떤 게 제 자리에 있을 때에 그 풍경이 보여주는 어떠한 세계. 그러한 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전망 아닌 어떤 지향 같은 게, 글 쓰기 싫어하는 저를 굳이 이 고난의 타이핑의 길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시간 내어 읽어보실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니클로 입고, 맥도날드 혹은 버거킹 중에 하나 선택하는,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채우는 무언가들이 너무나 '주어지는' 이 세계에서, 어떤 것들이 자연스럽게 자리해 있는 광경을 보고 있는 건, 저 시시껄렁한 유행으로서의 힐링이 아닌, 어떤 치료일 수 있는 체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대체로 3천원 즈음에 팔고 있는 책이 이렇게 '갓 쪄낸 모찌처럼 말랑'하게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건가, 하실지도 몰라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6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1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44
107990 카카오톡 되는 휴대폰 중에 가장 사이즈가 작은 게 무엇일까요? [25] 유은실 2012.08.28 3668
107989 그분을 재수씨 성폭행미수범으로 비난하는건 문화적인 몰이해 같습니다 [5] 필런 2012.04.16 3668
107988 요즘 웹툰 이야기 [10] 메피스토 2012.03.10 3668
107987 오늘 정봉주 입감파티? 중 제일 멋진 사진 두개 [4] 헐렁 2011.12.26 3668
107986 아래글 보고 - 커피는 피부에 안좋아요. [14] 늦달 2011.08.05 3668
107985 남자에게 면도... (듀게 남성분들에게) [18] 늦달 2011.05.27 3668
107984 [듀나인] 시력교정수술(라식/라섹 등) 하신분들 야간에 운전하시기 어떤가요? [16] 가라 2011.01.19 3668
107983 오바마 출생지조작 논란. 사람들 사고흐름은 동서를 막론하고 비슷한가봐요. [14] 하프더즌비어 2010.12.05 3668
107982 이제는 안철수를 품을 때가 아닌가 싶네요. [20] 앙겔루스노부스 2012.11.19 3668
107981 안희정은 뭘 노리는 걸까요. [18] 일희일비 2018.07.14 3668
107980 위대한 탄생 다음주에 박칼린이 나오나 봅니다 [6] amenic 2011.02.26 3668
107979 부산 1박2일 여행; 가볼만한 곳 알려주세요. [6] 풀빛 2010.07.15 3668
107978 일본의 유명한 자동차 괴담 [2] Wolverine 2010.08.10 3668
107977 오랜만에 찾아온 형님고양이 챨리. [20] 우주사탕 2010.07.31 3668
107976 <셜록 - 유령신부> 레드비어드는 무엇인가 - 사람이 연상되는 개의 이미지 [7] Bigcat 2016.03.05 3667
107975 [바낭] 카페에서 커피 엎은 얘기 [11] 침엽수 2015.05.28 3667
107974 [바낭] 어두침침한 아이돌 '가십' 잡담 [17] 로이배티 2014.11.10 3667
107973 님포마니악 봤습니다. 초간단 후기. [8] 뚜루뚜르 2014.06.22 3667
107972 흔한 애 엄마 몸매의 위엄 [1] 이뽀지장 2014.03.07 3667
107971 이동흡 - 오늘은 아들 군생활 중 일반사병의 2배 휴가 의혹 [6] 왜냐하면 2013.01.19 36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