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입니다.

2011.01.25 00:39

푸른새벽 조회 수:2874

 

왜 이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권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영화를 즐겨보셨겠죠.

저도 그렇습니다. 초딩때부터 비디오는 물론이고 읍내에 하나 있던 극장을 무척 좋아했드랬죠.

마침 터울이 좀 있는 형 때문에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영화나 팝음악 등에 눈을 떴어요.

참 의욕적으로 많이 보고 듣고 했습니다.

 

제 취향은 지극히 대중적입니다. 90년대 중반 우후죽순격으로 생긴 영화 잡지들이

한쪽 지면에 으레 잡지의 품격을 높여줄거라는 생각으로 소개하던 작품들엔 별 관심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럴 깜냥이 되지 않기도 했지만 자의식 과잉이던 시기에 젠체하려는 마음에서라도 타르코프스키를 입에 올린 적은 없었죠.

대신 친구들끼리 모여 터미네이터를 밤새 몇 번이나 돌려보면서 T-101이 용광로로 사라질 때 존 코너와 함께 울부짖었습니다.

 

부지런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영화를 보고 리뷰도 끄적거리면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급격히 영화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는 것 같아요.

새 영화가 개봉되도 전혀 기대되는 것도 없고, 꼭 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들어요.

예전엔 연초에 소개되는 '올해 개봉예정 대작' 리스트만 봐도 두근거렸는데 말입니다.

애초에 영화 얘기를 하기 위해 만든 블로그도 언젠가부터는 영화 얘기보단 시시껄렁 먹는 얘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해 버렸고...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생활 전반이 무기력해진 것 같기도 한데 그 중 영화에 대한 부분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웬만큼 재밌는 영화를 봐도 예전처럼 가슴 떨리는 흥분을 느끼는 일도 없고 그저 시큰둥하기만.

 

생각해보면 그동안 영화를 진심으로 뜨겁게 좋아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애정이라면 이렇게 쉽게 식어버리진 않았을 거라는 뭐 그런.

 

요즘 심경이 이렇다보니 한때나마 영화를 즐겼던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많이 보고, 많이 쓰는

듀나님과 조성용님 같은 분들이 참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다시 영화를 예전처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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