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환인지역에 있는 오녀산의 원경입니다. 환인은 곧 옛 졸본으로, 주몽이 나라를 처음 세운 곳이지요. 가운데 저 멀리 절벽으로 이루어진 산이 오녀산인데요, 주몽이 저 산 위에 성을 쌓고 나라를 세웠다고 전합니다.

  오녀산성은 조선의 태조인 이성계와도 인연이 있는데요, 공민왕 시절 장군 이성계가 이쪽 방면으로 군사원정을 왔다가 오녀산성에서 농성하고 있는 적과 전투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 내용은 용비어천가에도 실려 있습니다. 물론 이성계 본인은 이곳이 고구려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몰랐겠지만요.

  

  오녀산성의 성벽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고구려의 발상지라는 오녀산성의 느낌은 산적들 소굴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좁고, 올라가기 힘들고, 외져서 일상적인 통치가 가능한 곳은 아닙니다. 주로 외적이 쳐들어왔을 때 피신하여 농성하는 곳으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집안 지역(옛 국내성 지역)에 있는 서대묘라는 무덤인데요. 미천왕의 능으로 추정됩니다. 한변 길이가 60~70m에 이르는 대형고분이지만, 보시는 바와 같이 완전히 무너져 있습니다. 이 무덤을 미천왕릉으로 추정하는 근거 중 하나가 인위적인 파괴의 흔적 때문인데요,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앞에서 바라보면 무덤의 가운데 부분이 갈라져 있습니다. 사료에 따르면 고국원왕대에 전연군이 국내 지역을 함락하고 미천왕릉을 도굴해 시신을 탈취해 갔다고 합니다.

 KBS 드라마 "근초고왕" 방영 초에 고구려 장수가 자꾸 근초고왕인 부여구에게 "소금장수놈"이라고 욕하곤 했는데, 정작 고국원왕의 아버지 미천왕이야말로 진짜 소금장수 출신이었지요. 고국원왕 입장에서는 기분나쁜 욕일 것 같은데, 보면서 드라마의 디테일에 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것은 광개토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군총입니다. 한변의 길이가 30m 정도로, 국내성 지역의 고구려 왕릉 중에서는 크기 랭킹 10위 안에 간신히 들어가는 정도의 규모이지만, 가장 완숙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져 국내성 지역에서 무너지지 않고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왕릉이기도 합니다.



  장군총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서 성인남자가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려 봅니다. 위의 장군총 전경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큰 무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장군총의 후면에는 이렇게 나무 계단이 있어서 무덤 위로 올라가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무덤 안에도 들어갈 수 있는데요, 철저하게 도굴되어서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광개토왕의 시신도 무덤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이것은 광개토왕의 아버지 고국양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태왕릉입니다. 철제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무덤 위로 올라갈 수 있게 해 놓았고 무덤 내부도 볼 수 있습니다만, 장군총과 달리 유리벽이 있어서 안에 직접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이게 태왕릉 내부의 모습입니다. 안에 관대가 보이지요? 저 위에 시신이 들어 있는 관을 놓았을 것입니다. 장군총과 마찬가지로 이미 완전히 도굴되어 시신이나 부장품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관광객들이 유리벽 안 쪽으로 돈을 집어 넣은 게 보이실텐데요, 보기엔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이것은 반대쪽 방향에서 찍은 태왕릉의 모습. 아래 기단부분은 형태가 남아 있지만 심하게 뒤틀려 있고, 위쪽은 무너져서 안에 채워 놓은 돌들이 쏟아져 나온 상태입니다. 고구려 초중기에 거대 적석총들이 조영되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 게 대부분입니다. 크다고 마냥 좋은 게 아니라는 거죠. 



  광개토왕릉비입니다. 공안이 지키고 있어서 유리벽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공안이 다른 곳을 보는 사이에 슬쩍슬쩍 찍을 수도 있었지만, 제가 좀 소심해서...... 

  유리벽으로 보호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의 상태가 썩 좋지는 않습니다. 천 수백년을 무사히 버텨 왔지만 근대에 새롭게 발견된지 근 백 여 년 사이에 상태가 급속히 안 좋아졌습니다.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비 전체가 이끼로 뒤덮여 있었다고 하는데, 발견한 중국인들이 이끼를 제거하려고 쇠똥을 묻혀서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아! 현기증!) 그 과정에서 천 몇 백년 동안 멀쩡했던 비의 일부가 고열로 파손되고, 돌조각이 날아가고,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운 일입니다.   

  더 아쉬운 건 이 비의 존재 자체가 조선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었다는 겁니다. 국내성의 위치가 압록강변이기 때문에 평지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강 건너 조선 사람들 눈에 뻔히 보였던 것이지요. 조선시대 만들어진 고지도들에도 이 비의 존재가 떡하니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500년 내내 아무도 이 비를 읽어 볼 생각을 안 했다는 게 참 기가 찰 일입니다. 그들은 국내성 유적이 고구려 유적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여진족의 옛 유적이라고 생각했고, 광개토왕릉비도 그냥 여진족 황제의 비라고만 지레짐작했던 것이죠. 만약 금석문에 일가견이 있던 김정희가 광개토왕릉비를 조사했다면 지금의 고구려사 연구는 크게 다른 양상을 띨 수도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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