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2 22:41
이번에 개봉한 원더우먼을 보고 나니 만약에 린다 카터 이전에 원더우먼이 영화화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원더우먼의 코믹스 등장은 1941년, 린다 카터의 원더우먼은 1975년에서 1979년까지 방영되었습니다.
스티브 트레버: 원작 설정에서 미군 파일럿으로 나왔고 이 설정은 영화 버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래식 헐리우드의 국민배우 제임스 스튜어트가 이 캐릭터를 맡았으면 어땠을까요? 제임스 스튜어트는 실제로 개인 비행 자격을 가지고 있었고, 2차 대전 발발 직후 입대해 미 육군 항공대에서 복무했습니다. 더욱이 실제 전선에 배치되어 폭격 작전에 참가했습니다.
다이애나: 원작 설정에서도 다이애나는 키가 크죠. 린다 카터는 170cm 중반이고 갤 가돗 역시 170cm 후반입니다. 머리색도 둘 다 갈색이네요. 클래식 헐리우드 기준에서는 오드리 헵번이 가장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헵번 역시 키가 170cm로 크다고 할 수 있고 머리색 역시 갈색입니다. 비록 전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영화 버전에서 다이애나가 인간 세계에 처음 왔을때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이런 의외의 순진무구함은 오드리 헵번과 궁합이 잘 맞는 캐릭터 아닌가요. 그런가 하면 갤 가돗의 경우 본인의 문제로 캐릭터의 이상과 간극이 생기게 되었는데, 오드리 헵번의 경우는 배우 본인부터 아이들을 사랑했고,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겪었고, 훗날에 자선 사업에 힘썼다는 점에서 다이애나의 이상과 너무나 잘 들어 맞습니다. 다만 헵번에게서 전사의 이미지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네요. 그럼에도 "I am Diana of Themyscira, daughter of Hippolyta. In the name of all that is good, your wrath upon this world is over." 이 대사는 갤 가돗 보다는 오드리 헵번 같은 분에게 훨씬 어울렸을 겁니다. 영화 외적인 문제를 떠나서 갤 가돗의 연기력은 오드리 헵번의 연기력에 비하면 한참 멀었죠. (오드리 헵번의 연기의 정점을 느끼고 싶다면 어두워질 때까지나 파계를 꼭 보시길 바랍니다.)
제임스 스튜어트와 오드리 헵번의 나이 차이(1908년-1929년, 21년차)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TV 시리즈의 라일 왜거너와 린다 카터의 나이 차이(1935년-1951년, 16년차)를 생각하면 뭐 크게 신경 안써도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원더우먼은 인간 기준으로 나이가 엄청 많은거 다들 알지 않습니까. 아마 스튜어트와 헵번 버전의 원더우먼이라면 둘의 나이를 고려할 때 늦어도 1950년대 중후반에는 나와야겠죠.
나이 차이가 정 걸린다면 스티브 매퀸(1930년생)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영화에서나 실제로나 매퀸의 이미지는 스튜어트와 완전히 다르지만 이 분도 해병대 복무 경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매퀸이 스티브 트레버가 되면 다이애나보다 훨씬 존재감이 커질게 뻔하다는 문제가 있네요.
이상 영화 원더우먼을 보고 떠올려본 망상이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미소지니가 잔뜩 묻은 걸로 모자라서 시오니스트까지 묻어버린 원더우먼. 정말 씁쓸합니다. 영화가 괜찮았기에 더 뭐라 말하기 힘든 그런 느낌적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