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듀게에서 제가 쓰는 글을 보면 잘 아시겠지만 저는 속물인 편이예요. 속물인 걸로는 내가 상위 1%라고 여기며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거든요. 


 저는 틈만 나면 친구들에게 불평을 하곤 했어요. '증여세나 상속세 같은 건 없어져야 해. 이미 세금을 매긴 돈에 또 세금을 매기는 이중과세라고. 날도둑 같은 정부놈들. 어딜 감히.'같은 말들을 외치고 다녔죠. 하지만 박근혜가 진짜로 임대업을 가업승계로 묶고 500억짜리 건물도 세금 없이 상속할 수 있게 한다고 하니 '그럼 세금은 누가 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아는 사람이 그 소식을 듣고 '야...새누리당은 정말 보상이 확실하지 않냐? 자길 찍어준 사람들한테는 실질적인 뭔가를 주잖냐.'라고 했어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겠죠. 그들은 '자신의 계급에 맞게 찍어준'사람들에게 보상을 하는 거겠죠. 여기서 문제는, 자신의 계급에 맞게 투표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한나라당은 오래 전에 사라졌거나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겠죠.



 2.원래 같은 페이지에 글을 잘 쓰지 않지만 오늘 종편 평론가들을 한나라당에서 영입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어요. 흠...전희경에 대해 얘기해 보죠.


 무언가에 순수하게 몰두하는 사람을 보면 그게 어떤 것이든 존경심이 들어야 정상이예요. 하지만 예외가 있더군요.


 존재하는줄도 몰랐던 전희경이라는 작자를 본 건 작년 말이예요. 존재감을 획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다른 불순물은 다 제거하고 오직 '존재감을 획득'하는 것에만 순수하게 몰두하는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어요. 오랜만이었다고 말하면 그건 전희경의 순수함을 모욕하는 것 같으니 처음이라고 해 두죠. 


 흠.


 토론에서 말도 안 되는 태도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전희경을 보며 '설마'라고 중얼거렸어요. 아직 방송 시간이 좀 남아있었거든요. 지금 보는 모습이 기어 5단으로 달리는 거고 설마 방송이 끝날 때까지 기어 5단을 유지할 수는 없을 거라고요. 이제 완급을 조절할 순간이 올 거고 전희경의 기어 3단이나 기어2단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계속 방송을 봤어요. 30분 후 전희경에게 미안해졌어요. 누군가를 함부로 과소평가했다면 당연히 미안한 감정을 가져야 하죠.


 전희경에게 감명을 받은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김무성도 나서서 '국민의 이름으로 전 대표는 밤잠자지 말고 전국을 돌며 국민 앞에서 강연하라. 전 대표는 영웅.'이라고 했더군요. 감명의 색깔이 다른 거겠죠.


 전희경은 꾸준히 몇 년 동안 한나라당 편을 들어오던 종편 평론가들을 제치고 데뷔 몇달만에 한나라당 영입 리스트에 올랐네요. 이게 박근혜가 말하는 노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보통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염치나 양심 같은 불순물을 버리지 못해서 정말로 최선을 다하지 못하니까요. 그건 최선을 다해 노오력을 한 게 아니죠. 하기로 작정을 했다면 전희경처럼 해야 하는 거예요.


 

 3.한데 이러면 문제가 생기는 게 방송이 방송이 아니게 되는 거거든요. 종편은 원래 좀 상태가 안좋았지만 저런 식으로 열심히 한나라당을 비호해 온 자들을 영입하거나...또는 공천까지 한다면 종편은 보기에 더 불편한 방송이 될 거란 말이죠. 당근을 얻기 위해 완전히 작정을 한 사람들이 등장할 테니까요.



 4.흠.


 

 5.예전 듀게글에 등장한 변호사 친구가 있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 친구는 성공하고 싶어해요. 그야 성공이라는 단어의 뜻은 사람마다 다른 거라서 알기 힘든 거지만, 그는 본인 손으로 박근혜에 투표했고 기회만 되면 정치계에 입문하고 싶다고 하니 알 듯도 했어요. 그래서 그에게 말했어요. 종편을 보면 외모 되고 말 잘하는 젊은 변호사들이 얼굴 도장 찍으러 나오는데 너도 인지도 상승을 위해 나가 보라고요. 


 다만, 나갈 기회를 잡는다면 그냥 어중간하게 말하고 나오지는 말라고 했어요. 그랬다간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방송이 될 테니까요. 네가 어느 쪽 편을 드는진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한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강하게 말하되, 왠지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죠. 그러자 그렇지 않아도 종편 출연에 꽤 관심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일단 출연료는 절대 받지 말고 오히려 더 얹어서 작가들 회식비로 쏴야 하고...뭐 이런저런 말들을 했죠. 


 하지만...오늘 일을 보니 무리한 요구를 한 것 같아요. 이제 종편의 레벨이 더 높아질 테니까요. 그래도 아는 사람인데 아수라장으로 가라고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렇네요.



 6.말이라는 건 참 무서워요. 어떤 특정 단어를 써서 프레이밍을 하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거든요. 한나라당은 스스로를 보수고 나머지를 진보라고 규정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죠. 한나라당은 기득권의 집합체고 오히려 그래서 필요할 때 단결이 잘 되는 거 같기도 해요. 그래서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불러 달라고 해도 영 그럴 기분이 안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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