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상한 완벽남

2016.01.08 18:11

10%의 배터리 조회 수:1371

아래 치인트 드라마 댓글을 쓰다가 생각이 나서 써봅니다.
아예 글을 따로 쓸 정도로 얘깃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좀 지쳐있고 쉬어야하고 이런 틈새시간을 이용해 공부하고 싶지만 공부하기 싫으니까요.

제가 처음 그에 대해서 들은 건 "정말 잘생겼지?" "집안도 좋아" "xx분야는 얘가 최고야" "걔 xx대 나왔잖아" 등등입니다.

저는 같이 일하는 사람의 외모는 아무리 잘생겨도 오징어로 보이는 터라 외모에 대한 감흥은 전혀 없었습니다만, 객관적으로는 인정할 수 밖에요.

훗날 그가 청첩장을 돌렸을 때 상단에 적힌 아버님 성함을 보고 이름이 낯익어 네이버 검색해보고 혹시 이 분이 내가 아는 그분인가 했더니 맞더군요.


여튼 그는 누가봐도 완벽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들 원만하게 잘 지냈고 그가 특별히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상사는 그를 편애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저에게 말도 거의 걸지 않았습니다. 가끔 시킬 일 있으면 달라고 해도 할 거 없다고 말할 뿐이었죠.

어느날 다같이 모여 업무분장을 하며 "ㅇㅇ는 배터리가 하고, 그런데 배터리는 처음해보는 일이니까 니가 한번 봐줘" 라고 그에게 상사가 말했습니다.

저는 과거 자료를 참고해서 ㅇㅇ일을 작성하고는 그에게 검토받으러 갔습니다.
그는 매우 귀찮다는 듯이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그의 서슬퍼런 분위기에 저는 찍소리도 못했죠. 그리고 상사가 최종검토하며 제 부분을 보더니 다시 수정을 했습니다. 이거 왜이렇게 했어?라면서.

그 이후 다른 일로도 그에게 검토받을 때마다 저는 너무 어려워서 말도 꺼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있을 때 그렇게 귀찮아죽겠다는 듯이 신경질적으로 대하다가도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땐 저에게 농담도 하고 잘해줍니다...


어느 날 ㅁㅁ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업무분장하러 모였는데, ㅁㅁ일에선 그가 최고 직급이라 그가 업무분장을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해에 제가 ㅁㅁ일 중 a분야는 제가 다 하게 되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이번에는 b분야를 하고 대신 제 밑에 후배직원을 넣을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통상 그 전해에 안했던 분야를 교차로 하고 여러명 팀을 짜니까요.
업무분장을 하면서 저는 결국 어떤 부분에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날 시키지 않을거면 굳이 왜 불렀는지 굉장히 의아할 지경이었죠.
좋게 생각하자면 배려해서 일을 덜 줬다고 생각하려고 했으나, 그때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당시 조금이라도 일을 더 받아서 더 많이 배우고 싶어했던 저인지라 굉장히 낙담했습니다.

그보다 더 미칠 것 같은 것은 그가 일은 철저히 저를 배제시켰으나 외부로는 저에게 잘해주는 것처럼 해서 이걸 저 외에는 아무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었어요.

상당히 시간이 지나서 그와 다른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갖은 역경과 고난(?)을 겪다보니 동지애가 생겨서인지 어느순간 동료직원으로 대하긴 합니다. 그렇게 상하관계로 일을 안해도 될만큼 제가 레벨업하기도 했구요. 지금은 그와도 잘 지내고 있고 그때 내가 왜 그 일을 못받아서 그렇게 힘들어했나 싶을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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