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5 13:06
한 의류잡화 사이트에서 거의 2년간 바라만 봐 온 옷이 있습니다.
디자인은 어딘가 제 마음을 몹시 끌지만, 일단 디자인이나 감에 비해 그 값이 비싸게 여겨졌고,
그 가격을 감수하고 구입하기에는 저도 여유가 그닥 없었고, 과소비라 여겨져서
오랫동안 '저 옷을 데려갈 이 누구일까(...)'생각만 하며
가끔 그 사이트를 들를 때 들여다만 보곤 했습니다.(종종 팔리긴 했습니다만, 품절은 되지 않더군요.)
오프라인도 있는 매장이라 1년전쯤 그 옷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 가서 한번 입어보기도 했었지만
역시 가격이 걸리고, 그 가격대에 비해 제게 꼭 맞게 어울리지는 않는 듯해서 그냥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사이트가 할인을 하더니
급기야 저 옷마저도 반값으로 가격이 내려갔더군요.
반값으로 깎인 가격도 저에게는 만만치 않지만,예전에 가격만 생각해도 그 옷을 살 수 없었던 그 가격에 비해서는
정말 저렴해진 값입니다.
처음에 무작정 질렀습니다. 장바구니에 넣어 구매까지 했고, 입금만 하면 되는 터였습니다.
하지만 입금 전까지 망설여지더군요.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요.
-아무리 반값이 되었다지만, 역시 내 기준에서는 적진 않은 돈이고,
요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편이다.
(저 옷을 살 돈은 융통할 수 있지만, 자잘한 잡비로 돈 나갈 곳이 그밖에도 많고
돈 나올 곳은 줄었습니다(저번에 글쓴 일터에 결국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고-그후로도 일이 좀 있어서
역시 그만두는 편이 낫겠다 싶습니다-,한동안 사정상 일을 조금 쉬어야 합니다)
-내 분위기를 살려주거나, 나와 아주 잘 어울릴 수 있는 옷은 아닌 듯하다.
(제 외모가 좋게 말하면 차분한 느낌이고, 대체로 생기가 없으며 세련된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옷은 더더더더더더욱 차분한 느낌입니다. 색상과 디자인 모두요.
제가 다리가 가늘가늘한 편이 아닌데, 이 옷은 무릎길이인 듯합니다.
아마 이 옷을 입으면 여러모로 제가 옛날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 옷을 사면 신발도 새로 구매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가 옷을 새로 들일 때 생각하는 기준 중의 하나, 저의 몇 안 되는 가방이나 신발과 그럭저럭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제가 가지고 있는 신과 가방들도 너무 기본적인 디자인들인지라, 이 옷과 함께 착용하면
디자인적으로는 크게 무리가 없을지 몰라도 분위기는 정말 외출 나온 수녀님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제가 신발이 많은 편은 아니라 신발을 조만간 구매해야 할지도 모르지만요)
그래서 결국 주문 취소를 했습니다.
그래놓고...
또 오늘 아침부터 일과 틈틈이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 옷을 들다보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요.
-지난 겨울 옷을 그리 사지 않았고, 지름신이 올라도 꾹꾹 참으며 살았으며
간혹 옷을 사도 저렴한 편의 할인상품만 사곤 했는데
2년간 먼발치서 지켜보며 흠모해온(....) 이 옷까지 못 사고 참으면 내가 웬지 불쌍하다...
-너무 기본적이고 차분한 디자인이라 안 좋은 점도 있지만, 그 디자인만 봐도 웬지 마음이 평온해진다.
(지금 같아선 벽에 걸어놓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내가 이 옷을 소유했다.....^_________________^'란 생각으로 행복할 듯합니다)
-무엇보다,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 옷을 살 수 없을 것이다(지금 재고 1장 남았습니다)
듀게분들, 특히 여성 여러분들 이런 경우에
이 옷을 구매하는 편이 나을까요, 떠나보내는 (...)편이 나을까요?
2015.03.15 13:12
2015.03.15 13:13
2015.03.15 13:25
2015.03.15 13:31
2015.03.15 13:33
그렇게 눈에 밟히는 건 결국 하게 돼있습니다. 세일에 세일이 됐다는 것도 이제쯤 올때가 되서 그렇게 된 건지도 몰라요.
일단 모셔온 다음 고민해도 됩니다. 오는 동안, 와서 반품하는 동안 며칠의 여유는 있으니 입어본 다음 고민해도 될 거 같아요.
일단 사서 입어보니 기대와 다를 수도 있더라... 그땐 반품하면 되는 거고 미련도 없어질 겁니다.
2015.03.15 14:02
갈까 말까 할때는 가야 되고, 지를까 참을까 할때는 지르시는게 맞습니다.
2015.03.15 14:19
답글 감사드립니다. 그에 힘입어(!!) 결국 질렀습니다...^__^
반품하는 것이 복잡하다고 여겨져 피하려 했는데,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귀차니즘을 감수하고라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네요.
용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제가 소유물이 많지는 않은데 물욕은 많은 편인지,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행동으로 곧바로 옮기지는 못해도
쉽게 잊진 또 못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저는 fingernalis님 같은 분들이 종종 부럽답니다. 갖고 싶은 것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어요.
여력(!)도 없을 바에야...
이제 곧 배송되어 올 저 옷이 기대보다 저에게 잘 어울려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2015.03.15 14:24
2015.03.15 14:37
하하, 막상 보시면 '뭘 이런 옷에' 하실지도 몰라요 ^^;;; 제가 워낙 제 취향타는 물건들만 가지고 애면글면하는지라..ㅎㅎ
2015.03.15 15:58
잘하셨어요! 그런옷이라면 일주일 굶어도 배 안고프다는걸...여자들은 알잖아요? ㅜㅜ
2015.03.15 16:02
지르실 수 있는 게 부럽군요. 전 몇 년 째 버버리 헤리티지 트렌치코트 라인을 모니터 너머 감상만 하고 있는데(...)
2015.03.15 19:44
2015.03.16 16:24
명언이십니다!
2015.03.15 20:16
2015.03.15 21:20
한 옷 욕심 하는 저로선 어떤 옷인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나중에 꼭! 인증샷까진 아니더라도 옷 만이라도 보고 싶네요. 구름진 하늘님의 그 갈등과 번민 잘 알것 같아요 ^^ 잘 지르셨습니다. 벽에 걸어놓고 바라만 봐도 날 흐뭇하게 만드는 건 옷을 떠나서 별로 흔하진 않습니다.
2015.03.15 23:38
2015.03.16 00:28
이런 경우라면 지르는 것이 옳습니다.
2015.03.16 16:22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사지 않겠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요.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미련이 남게 만드는 옷이라면 사야 된다고 봐요. 저는 옷을 살까말까 망설이다 그냥 돌아온 경우 그 날 밤 잘때 옷이 눈앞에 삼삼거린다면 바로 뒷날 매장가서 구매합니다. 옷이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고 하셨는데...나중에 분위기나 이미지 변신하실 기회가 있으실 수도 있잖아요? 저는 보이쉬 - 히피 - 여성스러움 - 시크로 취향이 계속 바뀌었어요. 그때마다 옷신발머리가방 다 바꾼거는 말할 것도 없구요. 지름신 강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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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어도 go. 못 입어도 go.! 2년간 지켜본 옷이라면 충분히 고민하셨어요. 벽에 걸어두더라도 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