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류잡화 사이트에서 거의 2년간 바라만 봐 온 옷이 있습니다.

디자인은 어딘가 제 마음을 몹시 끌지만, 일단 디자인이나 감에 비해 그 값이 비싸게 여겨졌고,

그 가격을 감수하고 구입하기에는 저도 여유가 그닥 없었고, 과소비라 여겨져서

오랫동안 '저 옷을 데려갈 이 누구일까(...)'생각만 하며

가끔 그 사이트를 들를 때 들여다만 보곤 했습니다.(종종 팔리긴 했습니다만, 품절은 되지 않더군요.)

오프라인도 있는 매장이라 1년전쯤 그 옷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 가서 한번 입어보기도 했었지만

역시 가격이 걸리고, 그 가격대에 비해 제게 꼭 맞게 어울리지는 않는 듯해서 그냥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사이트가 할인을 하더니

급기야 저 옷마저도 반값으로 가격이 내려갔더군요.

반값으로 깎인 가격도 저에게는 만만치 않지만,예전에 가격만 생각해도 그 옷을 살 수 없었던 그 가격에 비해서는

정말 저렴해진 값입니다.

처음에 무작정 질렀습니다. 장바구니에 넣어 구매까지 했고, 입금만 하면 되는 터였습니다.

하지만 입금 전까지 망설여지더군요.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요.



-아무리 반값이 되었다지만, 역시 내 기준에서는 적진 않은 돈이고,

요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편이다.

(저 옷을 살 돈은 융통할 수 있지만, 자잘한 잡비로 돈 나갈 곳이 그밖에도 많고

돈 나올 곳은 줄었습니다(저번에 글쓴 일터에 결국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고-그후로도 일이 좀 있어서

역시 그만두는 편이 낫겠다 싶습니다-,한동안 사정상 일을 조금 쉬어야 합니다)


-내 분위기를 살려주거나, 나와 아주 잘 어울릴 수 있는 옷은 아닌 듯하다.

(제 외모가 좋게 말하면 차분한 느낌이고, 대체로 생기가 없으며 세련된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옷은 더더더더더더욱 차분한 느낌입니다. 색상과 디자인 모두요.

제가 다리가 가늘가늘한 편이 아닌데, 이 옷은 무릎길이인 듯합니다.

아마 이 옷을 입으면 여러모로 제가 옛날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 옷을 사면 신발도 새로 구매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가 옷을 새로 들일 때 생각하는 기준 중의 하나, 저의 몇 안 되는 가방이나 신발과 그럭저럭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제가 가지고 있는 신과 가방들도 너무 기본적인 디자인들인지라, 이 옷과 함께 착용하면

디자인적으로는 크게 무리가 없을지 몰라도 분위기는 정말 외출 나온 수녀님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제가 신발이 많은 편은 아니라 신발을 조만간 구매해야 할지도 모르지만요)





그래서 결국 주문 취소를 했습니다.

그래놓고...

또 오늘 아침부터 일과 틈틈이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 옷을 들다보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요.



-지난 겨울 옷을 그리 사지 않았고, 지름신이 올라도 꾹꾹 참으며 살았으며

간혹 옷을 사도 저렴한 편의 할인상품만 사곤 했는데

2년간 먼발치서 지켜보며 흠모해온(....) 이 옷까지 못 사고 참으면 내가 웬지 불쌍하다...



-너무 기본적이고 차분한 디자인이라 안 좋은 점도 있지만, 그 디자인만 봐도 웬지 마음이 평온해진다.

(지금 같아선 벽에 걸어놓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내가 이 옷을 소유했다.....^_________________^'란 생각으로 행복할 듯합니다)


-무엇보다,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 옷을 살 수 없을 것이다(지금 재고 1장 남았습니다)




듀게분들, 특히 여성 여러분들 이런 경우에

이 옷을 구매하는 편이 나을까요, 떠나보내는 (...)편이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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