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쓰던 폰은 이런 녀석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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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G-pro요.

2까지 나온 걸로 알고 있지만 이건 원조(?) 모델입니다. 

원래는 사람들 스마트폰 끼고 달고 매달려 사는 게 보기 싫어서 그냥 원래 쓰던 2G 피쳐폰으로 버티려고 했는데 어느 날 액정이 맛이 가 버려서. -_-;;

수리비 견적 많이 나옴 -> 그냥 하나 사고 말지... 라는 맘으로 매장에 감 -> 피쳐폰들이 생각 외로 너무 비싼 가운데 -> 이 물건이 나온지 하룬가 이틀만에 20만원대로 가격 추락 -> 구매.

뭐 이렇게 된 스토리였습니다. 당연히 디자인이고 성능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지른 물건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성능 좋고 IPS 액정도 맘에 들고 배터리도 강력해서 잘 썼어요.

디자인이 꽤 구리고 카메라는 걍 안 쓰고 말지... 라는 성능이었던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네요.


암튼 2년 약정이 끝났고.

제가 사진 찍을 때 쓰는 카메라가 동영상 촛점 잡는 게 바보 같아서 동영상 촬영용으로 다른 폰으로 갈아타볼까... 했었는데 그 사이에 단통법 시대가 개막됐구요.

어지간한 핸드폰은 사려면 다 70~80 이상 가격에 2년 약정 기본. 뭐 이런 꼴이라 그냥 포기...

하는 순간 저 녀석을 아스팔트 바닥으로 낙하시켜서 액정이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ㅠㅜ 혹시 무의식이 지름신의 사주로 


그래서 결국 뭐든 사긴 사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검색을 계속하다가 쌩뚱맞게 이 물건에 꽂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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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도 적었고 사진을 보셔도 아실 수 있듯이 윈도우폰입니다.

노키아가 아직 그냥 노키아로 존재하던 시절 내놓은 마지막 플래그십 모델, 루미아 1520.


사실 그냥 예뻐서 꽂혔는데(...) 평을 찾아보니 성능 면에선 나무랄 데가 없고 액정도 제가 선호하는 IPS 방식인 데다가 결정적으로 카메라 성능 평이 준수하더라구요.

나온지 2년 묵은 폰이라서 좀 망설여지는 게 있긴 했는데, 사진과 영상 결과물을 보니 애플과 삼성, LG, 소니에서 내놓는 최신 플래그십 모델보다 크게 부족하지도 않고. 어두운데서 사진을 왜 찍니

기본 스펙은 훌륭한데다가 올 여름에 윈도우10이 출시되면 거기까지 OS 업데이트도 지원한다고 하더라구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이, 처음에도 말 했듯이 제 눈에 심히 예뻐 보여서 말입니다. =ㅅ=;;

2년간 G-Pro의 그 괴이한 뒷면 무늬를 견디며 살았으니 이제 좀 괜찮게 생긴 물건을 사고 싶어서 말이죠.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특히 국내에선 더더욱 멸망한 윈도우폰인 데다가 앱이 거의 없더라는 흉흉한 카더라도 있고, 또 이걸 국내에서 쓰려면 이동 통신사를 KT로 옮겨야 해서 원래 쓰던 인터넷+iptv+스마트폰 결합 상품이 해제된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에서 중고(...)로 질렀습니다.


역시나 결론은 제 눈에 예뻐서. ㅋㅋㅋ 그렇죠.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암튼 그러고서 두 달 굴린 후 현재 소감을 두서 없이 적어 봅니다.


1. 중고이긴 한데 매장 전시 후 고이 간직해서 새것처럼 보인다... 는 설명이 붙어 있는 중고를 세금, 배송료 다 해서 35만원 정도에 구했습니다만. 놀랍게도(?) 정말로 새것처럼 보여서 놀랐습니다. 외형도 그렇고 배터리 상태도 그렇고 아쉬움이나 사기 당했단 느낌 전혀 없이 그냥 새 걸 싸게 산 느낌. 운이 좋았구요.


2. 이렇게 해외에서 구입한 폰을 국내에서 쓰기 위해서는... 별 거 없더라구요. 그냥 동네 KT 대리점(제가 산 핸드폰 주파수 특성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가서 '이거 등록해주세요' 하면 해 줍니다. 다만 제 경우엔 좀 시간이 걸렸는데요. 이유인즉 그곳의 아무도 윈도우폰을 등록해 본 경험이 없어서. ㅋㅋ 거의 한시간쯤 고생하시는 걸 옆에서 멍하니 쳐다보다 슬쩍 근처에 가서 훔쳐보니 네이버 지식인 검색중이셨습니다. ㅋㅋㅋ 죄송했어요. ㅠㅜ


3. 윈도우폰이 앱이 없다, 앱이 없다고들 하는데 사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앱들은 모두 갖추고 조금 더 있습니다. 뭔가 좀 전문적이고 레어한 앱들까지 뒤져서 찾아 쓰는 프로페셔널한 유저가 아니라면 딱히 불편함을 느낄 부분은... 사실 없지 않습니다.ㅋㅋ 왜냐면 '한국앱'이 거의 없어요. 카카오톡은 있지만 (평가가 극악이었는데, 계속 패치가 되어서 이제 기능상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메시지 업데이트가 0.5초 정도 늦는 느낌은 있구요;) 그 외엔 뭐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심지어 그 많은 네이버 앱들도 '라인' 앱만 있고 밴드나 지도(!!) 앱은 없어요. 그리고 유튜브랑 페이스북 앱이 각 회사 공식 앱이 없어서 마소가 만들어 내놓은 앱을 써야 하는데 다들 업데이트 속도가 느리거나 인터페이스가 불편하거나 그럽니다. =ㅅ=;; 에...

 이 정도면 꽤 치명적인 문제점 맞긴 하네요. 전 뭐 별 생각 없이 불편 없이 쓰고 있지만 어쨌든 '한국인에겐' 앱이 몹시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다만 게임 쪽은 딱히 그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지간한 게임들은 다 나와 있어요. 하스 스톤이 없어서 그렇지. (쿨럭;)


 윈도우10이 나오면 PC, 타블렛, 핸드폰을 하나의 앱 생태계로 통합시킬 계획이라던데. 그렇게되면 아마 한국 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윈도우폰 앱은 안 만들어도 그냥 윈도우 앱은 만들어 주겠죠. =ㅅ=;;


4. OS상에서 한글 지원됩니다. 국가 설정은 미국으로 하고 언어만 한국어로 하면 미국 스토어에서 앱들 다운받아 잘 쓸 수 있구요. 그 중에 한국어가 들어가 있는 앱들은 당연히 한국어를 띄워 줍니다. 다만 음성 인식 비서 기능이라고 요즘 마소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는 '코타나'는 당연히도(?) 한국어를 못 합니다. ㅠㅜ

 더불어서 그동안 핸드폰용 윈도우는 기능도 부족하고 시대에 뒤떨어져있다... 는 인식이 컸는데 최근에 빡세게 업데이트를 해줘서 이젠 OS 자체가 iOS나 안드로이드보다 구리단 느낌은 안 들더군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윈도우 특유의 메트로 UI는 뭐. 괜찮습니다. 전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의 여백 많은 작은 아이콘들보다 오히려 이게 더 취향에 맞더라구요. 그게 컴퓨터에서 키보드&마우스로 쓸 땐 좀 애매하고 잉여로운 느낌이 있었지만 터치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핸드폰에서는 오히려 편리하고 좋습니다. '라이브 타일'이라고 해서 푸쉬 알림을 핸드폰 초기 화면에서부터 보여주는 기능을 지원하는 앱들을 바탕화면에 주루룩 깔아 놓으면 괜히 폼 나 보이고 맘에 들더라구요.


5. 카메라 성능은... 밝을 때는 최신 인기 스마트폰들 부럽지 않게 예쁜 결과물 잘 뽑아 줍니다만. 어두워지면 대책이 없습니다. ㅋㅋ 하지만 어차피 어두운데 사진 찍어야할 땐 그냥 카메라 꺼내서 찍으니까 뭐 별 상관은 없구요. 셔터 버튼이 따로 있고 반셔터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셔터 버튼만 누르면 바로 카메라 모드로 들어가서 편리하는 것. 등등의 이유로 맘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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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미지를 올리는 블로그 때문인지 뭣 때문인진 모르겠습니다만 올려 놓고 보니 이미지 열화가 있네요. 실제론 깨끗하고 그냥 무난하게 괜찮습니다.)


 노키아에서 만들어 놓은 카메라 앱들도 다 재밌고 쓸만하구요. 결정적으로 'Living Images' 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 때문에 자주 카메라 대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게 되고 또 그렇게 찍은 사진을 여러 번 다시 보게 됩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아주아주 맘에 들어요.


(35초부터)


간단히 말해서 사진을 찍으면 그 직전의 0.5초 정도 장면을 움짤로 저장해서 핸드폰으로 사진 보기를 하면 사진 찍기 직전의 상황을 사진과 연결시켜 보여주는 거죠.

정말 별 거 아닌 아이디어 같은데 이게 사람들 스냅 사진이 되면 그 느낌이 뭔가 오묘하게 참 좋습니다. 촬영 당시의 느낌과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사진에 스토리를 더해주거든요. 참 별 거 아니지만 센스 있는 기능 같아요.


6. 근데 화상 통화가 안 됩니다. ㅋㅋㅋㅋㅋ 그냥 안 된다... 라기 보단 아이폰과 비슷한 경우에요. 전화기 자체엔 화상 통화 기능이 없고 스카이프(이것도 마소가 인수했죠)를 통해서만 화상 통화가 가능한데 제 주변엔 다들 그냥 기본 화상 통화를 쓰든가 아이폰 페이스타임을 쓰면 썼지 스카이프 따윈 깔아 놓은 사람도 없어서. orz

 그리고 은행 앱도 없고 카드 결재 앱도 없어요. 따라서 핸드폰 인터넷 뱅킹, 핸드폰 지름질을 즐기시는 분들은 절대 피하셔야할 물건이 윈도우 폰입니다. 전 이전 폰을 쓸 때도 그런 일은 하질 않아서 상관 없습니다만. 역시 뭐 그냥 얼른 윈도우10이 나오길 기다릴 수밖에요.

 

 웃기는 건 미쿡식 결재는 당연히 가능하다는 거죠. 제 핸드폰의 계정을 제가 엑박 갖고 놀 때 쓰는 마소 계정으로 해 놓았더니 스토어에서 결재가 그냥 막, 팍팍 되어 버려서 제 아들놈이 10$어치 결재를 해 버리는 참사를 겪었습니다. orz


7. 그리고 다시 한 번, 참 예쁩니다. ㅋㅋ

 플라스틱 재질로 된 물건이고 디자인상 딱히 포인트 같은 것도 없고 색상은 심지어 진한 노랑입니다만. 직접 만져보니 그 플라스틱이 번들거리거나 미끄러운 느낌이 없어서 '싼티'가 안 나구요. 색감도 오묘하게 딱 괜찮은 느낌. 디자인도 평범 무난하지만 마감이 잘 되어서 '괜히 예뻐 보이는' 그런 물건입니다. 물론 제가 전에 쓰던 핸드폰 디자인이 워낙 구려서 더 그런 기분일 순 있겠습니다만. 예쁩니다. 네. 그러면 된 거죠. <-



암튼 대략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한국 사시는 분들은 왠만하면 윈도우폰은 사지 마세요.

2. 스마트폰을 통화, 인터넷, 사진, 카카오톡, 가끔 게임. 이라는 용도로 엄격하고도 철저하게 국한시켜서 사용하는 분이라면. 그리고 국산 폰들과 아이폰 디자인에 질려서 좀 신선한 걸 만져보고픈 분들에겐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그런 경우구요.

3. 그래도 메트로 UI는 매력이 있고 기기 최적화도 잘 되어 있으며 성능도 괜찮고 뭐 두루두루 딱히 깔 데가 없는 폰입니다. 한국 사정과 맞지 않을 뿐. ㅠㅜ

4. 한국 발매가 안 된 외국산 폰이다 보니 카메라 셔터음이 없어서 도촬에 좋습


끝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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