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소통과 체호프의 총과 연애.

2015.12.14 22:12

쏘딩 조회 수:1092

1.
'체호프의 총'은 이것저것 흥미로운 것을 찾아 헤매던 꼬꼬마 시절에 가장 좋아하는 개념 중의 하나였어요. (또 뭐가 있더라... 오컴의 면도날?)
장르문학 쪽에 조예가 깊은 분이라면 비슷한 표현으로 '벽난로 위의 모닝스타'라는 말도 있구요...:)


2.
우야든둥, 작품 내에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묘사한 복선 aka 떡밥들은 반드시 회수되어야 한다는 거죠.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지의 여부는 차치해두고서라도 적어도 해당 텍스트 내에서 주어진 재료들만을 가지고요.
한창 떡밥을 살살 풀다가 '상기의 떡밥에 대한 해답은 영화에서 등장합니다!!!!!' 하면 그것만큼 웃긴 일이 또 있겠어요?


3.
비슷한 논리는 연애에서도 적용되죠. 이를테면 다툴 때라던가 아무튼 갈등이 빚어졌을 때 '니가 뭘 알아? 사실 난 이랬어...' 혹은 '야 나도 예전엔 이게 이렇게 서운했는데 그 땐 그냥 참고 넘어간거야. 근데 넌 왜그래?' 라고 말해봐야 씨알도 안 맥히는 법이지 않나요.

서운하다며 툴툴거리는 연인에게 '나도 이런 점은 서운해!!!' 라고 말하는 건 그렇게 생산적인 일은 못 되는 것 같아요. 인생사 케바케 닝바닝. 그거슨 진리. 일단은 당면한 갈등부터 봉합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4.
커뮤니티에서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죠. 논의 내지 소통의 재료는 글 자체가 되어야지, 독자가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중에 무슨 유희왕 듀얼뜨듯 떡 꺼내봐야 '잘은 모르겠지만 내 카드는 겁나 세서 니 공격따윈 다 무효화한 다음 무덤으로 보내버리지!' 등의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건 그 자체로 코미디가 아닌가 싶셒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내긴 힘들거에요. 그것 자체가 노림수였다면 정말 훌륭한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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