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한 살 어린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고요.

잘 생각해보면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구체적인 노력 이전에 스스로를 특별히

여기는 일은 열심히 했던 것 같군요.


예전 사진을 봤는데 정말로 오래된 사진은 아닙니다만 동생이 정말 못생겼습니다.

할머니께서도 "눈만 툭 튀어나와서" "망티(망둥어)"같다고 하신 적이 정말 많으실 때는

하루 다섯번씩 말씀을 하셨던 것 같네요.


그 망둥어 같은 동생은 사진에서 툭 튀어나온 눈을 부라리고

머리를 한 줄로 질끈 묶고 은색 안경을 쓰고 파란색 스웨터와

회색 골덴 바지를 입고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생 스스로는 자신을 꽤 예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꾸미는 것에 정말로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친구에게

수소문해서라도 보통 애들이 하는 머리모양 정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꾸민다고 부산을 떨기 시작한 것은 이후의 일입니다.

자신이 눈도 크고 순해 보이면서 반짝거린대서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었죠.


저는 다소 밋밋한 얼굴입니다. 옷 입는 것도 튀지 않아서

억지 웃음을 짓고 노란 스웨터에 작은어머니께서 어느 날 사주신 청바지

같은 것을 입고 화면을 보고 있었죠. 최소 동생보다 옷은 자주 세탁기에 넣었던 것 같지만요.


하지만 동생은 끊임없이 "넌 못생겼고 음침하고"해서 인기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저는 친구가 있긴 했지만 사이 안 좋은 애들도 있었죠. 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던

어느 날 ㅇㅇㅇ(동생 이름) 누구 하녀같지 않냐 시다바리나 그런 이야기가 복도에서 들려왔었죠.


그녀의 그 자신감 어디에서 왔던 걸까요. 지금은 은테 안경도 한 줄로 묶은 머리도 아니지만 어딘가

보기 싫은 구석이 있습니다. 제가 튀는 이목구비가 아니라서 거울에서는 단점(사람들이 제 얼굴을 보통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이 인식이 되니까 상대적으로 "겸손"해서 그랬던 건지,

그 "망티"같은 얼굴이 거울에서 동생 본인이 보기에만 예쁘게 보여서였던 건지,

잘 모르겠네요.


+사실 동생은 지금도 볼품없습니다. 성냥 같은 뼈대에 지방층이 두텁습니다.

(친척 누구는 당당한 구석이 전혀 없다, 할머니께서는 동생을 지목하면서

오그라 붙었다, 4촌 중에 난쟁이같은게 있는데 저게 그거같다..같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외모로는 비난을 거의 안 받았고요. 다만 품성에 문제가 있다고들은 하더군요.)

하지만 나름대로는 자신을 "여리여리하면서 날씬해 보이고"라고 칭하더군요.

저는 솔직히 말하자면 중국인 중 말라 보이는 중국인에 가깝습니다만 키도 작지는 않고요,

동생은 저를 "떡대" "넌 말라도 살쪄 보인다"고 하더군요. 물론 소중하고 귀중한

의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기 등급의 사람을 치켜세우니까요. 얼마나

다행일까요. 그런 점에서 동생이 저를 등한시하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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