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날이 바꼈으니 어제가 삼우제였어요.
뉴비이기에 기억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언젠가 아빠의 오랜 투병을 얘기한 적도 있었죠. 그때만해도 이렇게 황망히 가실줄은 몰라 준비없이 닥치게 됐네요.
아빠는 딸을 키우는 동안 딸이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해주셨어요. 집안 사정을 아는 딸은 그 무엇을 함부로 원하지 않았죠. 혹시 못해주게 되는 아빠맘이 아프실까봐....
딸은 아빠가 병이 나시고 난후 제일 좋은 것들을 아빠께 사드렸어요.
코트, 점퍼, 바람막이, 등산화, 화장품, mp3, 만보기......
병이 깊어지실수록 세상의 것들이 모두 안타까우셨는지 평생 원하지 않던 것들을 참 꼼꼼하게 챙겨가며 원하셨어요. 이글도 아빠의 갤럭시탭으로 작성하는 중이죠.
최소한 올해는 버텨주실줄 알았던 아빠를 폐렴으로 보내고 와서 아빠짐을 정리하자니
세상에나 제가 남자이고 싶군요. 티셔츠 한장, 와이셔츠 한장 안버리로 제가 다 입고 싶은데 현실이 여의치 않아 점퍼와 니트 몇장, 기능성 아웃도어 옷을 제외하곤 박스를 꾸리니 베란다가 가득차네요.
저 많은 옷들이 다 어디서 나왔는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전화 넣어두었습니다.

아직은 실감도 나지 않아 덤덤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 시간까지 잠못드는 것만으로도 이미 일상을 벗어났군요.

뭔가 정제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모바일에선 무리군요..
날이 밝으면 날려버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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