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5 11:48
연말이 되니 이런 글 한 번 올려보고 싶어서 올해 읽은 책들을 되돌아 보았어요.
저는 올해 소설 쪽은 거의 못 읽어서 비소설 쪽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들입니다. (읽은 순서대로)
1. 자유문화: 인터넷 시대의 창작과 저작권 문제 (로렌스 레식, 필맥)
절판된 책이라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참 좋은 책이어서 헌책으로 사 놨어요.
저작권법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에요. 미국 저작권법의 변화 과정에 대해
스탠포드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참 재밌게 설명해 놓았어요.
저작권법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생각해 볼 수 있었고요.
저작권 책을 읽으며 가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줄 정말 몰랐죠.
2.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 (헬렌 피셔, 생각의 나무, '연애본능'이라는 제목으로도 출판되었어요.)
이 책에 부제를 붙인다면 '사랑의 신경생리학'이 될 거예요. 미국 럿거스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는 헬렌 피셔 박사가 진화론적,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사랑에 대해 분석한 책이에요.
이 분의 TED 강연을 참 재미있게 봐서 혹시 책도 쓰셨나 하고 찾아보다가 발견했는데
사랑에 빠졌을 때 몸에 어떤 신경생리학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재밌게 쓰여있어요.
사랑을 할 때 우리의 몸에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사랑해야 할 것인가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이 분의 TED 강연 링크예요. (자막 선택하면 한국어 자막 볼 수 있어요.)
Why We Love, Why We Cheat https://youtu.be/x-ewvCNguug
The Brain in Love https://youtu.be/OYfoGTIG7pY
3. 사랑은 왜 아픈가: 사랑의 사회학 (에바 일루즈, 돌베개)
이 책도 제목은 무슨 삼류 잡지 기사 제목 같지만 사회학자의 관점에서 사랑에 대해 분석한 책이에요.
3장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아의 사랑과 상처'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사랑을 통해 얻으려는 것들도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현대사회가 사랑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왜 현대사회에서의 사랑은 고통스러운가를
흥미롭게 설명해 주고 있어요.
4.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청아출판사)
이 책은 대학 다닐 때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헷갈리는데 (이런 책을 읽었다면 기억 못할 리가 없는데...
책의 중간 중간 밑줄이 그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더군요.
이거 내가 줄 그은 거 맞아?? 혹시 헌책을 사서 꽂아만 놨나?? 이러면서 재밌게 읽었어요.
정신과 의사의 나치 강제수용소에서의 경험을 적은 책이에요. 그런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적어놓았어요.
이 책의 영어 제목은 Man's Search for Meaning 이더군요.
독일어 제목은 trotzdem ja zum leben sagen 인데 직역하면 Still Say Yes to Life 래요.
1946년에 출판되었으니 거의 70년 전에 나온 책인데 아직까지 읽히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은
감동적인 책이었어요.
5. 바른 마음: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에 대해서는 <회원 리뷰>에도 짧게 올렸으니 혹시 궁금하신 분은 회원 리뷰에서 읽어보세요. ^^
조너선 하이트 교수의 TED 강연과 EBS 강연이 인상적이어서 찾아 읽었던 책이에요.
이 책 자체의 내용도 훌륭하지만 저에겐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책이고요. 600페이지 정도로 양이 좀 많긴 하지만 내용이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에요.
6.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사회평론)
이 책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여기 게시판에 올렸죠. 전반부에는 불행의 원인에 대해, 후반부에는
행복의 원인에 대해 철학자 러셀이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전반부에는 잠깐씩 뻔한 얘기도 나오고
가볍게 훑어가는 장도 있어요. 반드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고 각 장마다 다른 내용이니
읽다가 재미 없으면 다른 장으로 건너 뛰어도 돼요. 책의 전반부도 흥미로웠지만 후반부가 저에겐 좀 더
감동적이었어요.
6권 모두 읽는 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아니에요.
(저는 내용이 복잡하고 문장이 이상한 책은 잘 못 읽어요. ^^)
앞으로 2~3주 정도의 연말연시를 듀게분들이 추천하시는 책 혹은 영화를 찾아보며 지낼까 해요.
다른 분들도 올해 재밌게 읽은 책, 재밌게 본 영화에 대해 이 글에 댓글로, 혹은 다른 글로 알려주시면
제가 열심히 찾아볼게요. ^^
내용까지 소개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니 제목만이라도 알려주시면 좋고요.
(저는 몇 달 전에 읽은 책인데도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요거 쓰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책이나 영화의 제목을 알아놓으면 언젠가는 읽고 보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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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쉬운 순서는 2 > 4, 6 > 3, 1, 5 정도가 될 것 같아요.
2015.12.15 12:40
2015.12.15 13:03
올해는 유난히 연말에 집중적으로 좋은 영화가 개봉되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
해외 영화상 수상결과를 봐도 그렇고... <시카리오> 기억해 둘게요. ^^
저는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 <비비언 마이어를 찾아서>를 봤는데 의외로 아주 재밌었어요.
2015.12.15 13:13
시카리오 보시려면 오늘중으로 보세요.(믿고보는 시카리오. 연기 음악 다다다좋음) 낼부턴 3파전 영화들 극장 싹쓸이라 보기 힘들어요.
2015.12.16 01:50
앗, dong 님과 요 밑의 donut 님이 같은 분인 줄 알고 댓글 하나만 달았는데 don까지만 같았군요. orz
아까 이 글 보고 시카리오 개봉관 어디 있나 열심히 찾아봤었어요.
dong 님께는 특별히 귀여운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 ^^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세요.
2015.12.15 13:10
리처드 버크만 "롱워크" 추천합니다. 10대 말미에 쓴 소설이라더군요. 이 작가 요즘엔 이름을 바꾸고 인기 좀 끌고 있죠.
2015.12.15 13:26
인터넷 서점에서 찿아보니 스티븐 킹의 롱 워크만 나오는데요??
혹시 스티븐 킹의 본명이 리처드 버크만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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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본명이 스티븐 킹이고 필명이 리처드 버크만이었군요. 처음 알았어요.
이 분 책을 한번도 읽은 적이 없어서서서서... ^^
2015.12.15 13:44
2015.12.15 14:10
저희 동네는 영화보기에는 정말 열악한데 (시카리오 개봉관 없음 ㅠㅠ)
책 빌려보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어서 동네 도서관에 위 세 권이 다 있네요. ^O^
저는 경제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 1과 2를 읽으며 경제 지식을 좀 쌓아야겠어요.
올해엔 곤충과 새를 좋아하게 됐는데 3번을 읽고 미생물까지 좋아하게 되면 어쩌죠?? ^^
사랑하는 것이 많을수록 사는 게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2015.12.15 14:22
2015.12.15 14:00
김성중 "국경시장"
재밌어요. 소설이 재밌으면 됐지 뭐.
2015.12.15 14:22
전에 로치 님이 추천해 주신 <스피벳: 어느 천재의 기묘한 여행>도 기억하고 있어요. ^^
그때는 시간이 없어서 못 읽었는데 이번에 같이 찾아보려고요.
<국경시장>은 단편집이네요. 도서관에서 누가 벌써 빌려가서 일단 예약을 해 놓았어요.
요즘 한국 단편소설을 거의 못 읽었는데 재밌을 것 같아요. (저도 재미있는 게 좋아요. ^^)
2015.12.15 14:07
2015.12.15 14:36
어릴 때는 괴도 루팡이나 셜록 홈즈 추리소설 전집 다 찾아 읽었는데
나이 들면서 왜 추리소설을 소 닭 보듯이 하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과연 이 소설이 추리소설에 대한 사라진 열정을 되살려줄 수 있을지... ^^
제목은 완전 제 취향이네요. ^^ (제가 재밌게 읽은 이오네스코의 <외로운 남자>,
베른하르트의 <몰락하는 자>가 떠오르는 제목이에요.)
2015.12.15 14:20
1. 변증법의 낮잠, 서동진.
서동진 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현재 너머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2. 자본론 공부, 김수행.
얼마전에 작고하신 김수행 선생님의 자본론 이야기. 책으로나마 배움을 얻는데 돌아가셔서 정말 아쉽네요.
3. 대처 스타일, 박지향.
우파가 마거릿 대처를 어떻게 보는지를 알 수 있는 책입니다. 누군가 박ㄹ혜의 모델은 마거릿 대처가 아니라 블러디 메리라고.
4.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에세이인데 다 읽지는 못했네요. 다음 기회에 완독을.
5. 비정규 사회, 김혜진.
현재 읽고 있는 책인데, 비정규직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 수 있는 책이네요. 비정규직 철폐!!!
2015.12.15 14:31
2015.12.15 14:43
동의합니다. '바지 입은 대처'들이지요.
2015.12.15 15:11
<변증법의 낮잠>은 재밌을 것 같은데 도서관에 없어서 제가 희망도서로 신청해 놓았어요. ^^
김수행 교수가 번역한 <자본론>1의 (상), (하)는 지금도 책장에 잘 꽂혀있군요. ^^ 상권은 읽은 것 같은데...
나이가 들수록 실존인물, 특히 여성의 삶에 대해 쓴 책에 관심이 가네요.
메릴 스트립이 멋지게 연기했던 <The Iron Lady>를 참 재밌게 봤는데 <대처 스타일>은 또 어떤 책일지
궁금해요.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에세이는 최근 출판됐는지 다 빌려갔군요.
저는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아직도 못 봐서 기다리는 동안 이 영화부터 찾아봐야겠어요.
<비정규 사회>도 도서관에 없네요. 저는 이런 책을 좀 읽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을 좀 떠야하는데 말이죠.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12.15 15:41
<자본론>은 좀 어려운데 <자본론 공부>는 좀 수월한 편인 것 같습니다. <철의 여인>은 한 번 보고 싶네요. <비정규 사회>는 현재 국면에서 소중한 책인 듯합니다. 저도 이 글과 댓글에 언급된 책들 중에서 좀 찾아봐야 겠네요. 발의 감사드립니다^^
2015.12.15 15:47
2015.12.15 16:23
혹시 중간에 이해가 안 되거나 지루한 부분이 나오면 건너 뛰면서 일단 끝까지 한번 읽어보세요. ^^
그런 후에 다시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싶으면 한 번 더 꼼꼼하게 읽어보시고요.
책과의 인연도 사람과의 인연과 비슷해서 내용이 마음에 와 닿을 때가 있고 안 그럴 때가 있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우주의 기운이 젊은익명의슬픔 님께 스며들어서 책이 술술 읽히고 마음에 쏙쏙 들어오길
기원할게요. ^^
2015.12.15 19:52
이번 년도에 완독한 책은 (기억나는게) 두 권 밖에 없어요. [확률가족]과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 두 권 다 좋긴 합니다.
[바른 마음] 리뷰는 잘 읽었답니다. 다들 이성적인 척 하지만, 마음이 먼저 결정을 내렸다는 것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또 어디있을까요?
[백년의 고독]이 빠져있는걸 보니, 굳이 힘내서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책을 추천했는데 남이 그 책을 읽어줬다면, 그건 정말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가 정말 쉽잖거든요. 책 선물만큼 위험한게 또 있을까요.
올 해는 정말 어떤 책이 최고다- 할만큼 책을 많이 읽질 않아서 아쉬운 한 해가 되었군요. 남은 며칠이라도 잘 보내야겠습니다.
2015.12.15 20:42
두 권 다 제목이 참 개성 있네요. ^^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 같은 제목을 붙인 책이 출판되고, 저희 동네 도서관에도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우리나라가 꽤 좋은 나라 같기도 해요. ^^
좀 전에 도서관에 가서 다른 분들이 추천해 주신 책들 중 빌릴 수 있는 건 다 빌려왔기 때문에
이 두 권은 모레쯤 빌릴 수 있겠어요. (추천해 주신 책들은 못 읽어도 일단 다 빌려는 와요.
책 표지만 보다 반납하는 일이 허다하지만 ^^)
전에 추천해 주신 <달과 6펜스> 읽고 싶었는데 오늘 가서 보니 누가 빌려가 버렸더라고요. ㅠㅠ
<백년의 고독>은 듀게분들의 힘을 받아 재밌게 읽긴 했는데 기억에 남은 게 없어서서서서...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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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를 어제 다 읽었는데 참 재밌고 좋은 책이었어요.
올해의 책에 포함시키고 싶을 만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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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진짜 괜찮네요. 어느 분 말씀처럼 올해 제 상반기 최고작이 <메드맥스>였다면, 하반기는 <시카리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