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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좋은 남자는 투명합니다.


피부가 투명하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클리어해서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모두 일치가 되고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사실이며 진실이란 게 그 사람의 주변 사람과 환경을 통해 다 증명이 됩니다. 예를 들어 처음 소개받을 땐 소개하는 사람을 통해 얘길 듣잖아요?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어디 살고, 무슨 일을 하고 가족은 어떻게 되고 ... 그런 것들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명확히 알려져 있고 다 사실이며 일부러 감추려고 하거나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그 사람과 그 주변을 통해 자연스럽게 모두 사실인 걸로 드러나죠. 감출 것이 없으니 사람 자체도 밝고 행동도 자연스럽죠. 외모와 성격 조건 등의 팩트는 내가 보고 나에게 적합하다 아니다 결정하면 되지만 어쨌든 그런 팩트들이 언행일치가 되어 구린 구석이 없는 사람이 좋은 사람의 기본인 겁니다. 

그런데 좋지 않은 사람은 항상 뭔가가 구립니다. 자기의 안 좋은 성격이든 환경이든 과거이든... 그러다 보니 그걸 감추기 위해 가장을 하게 되고 거짓말을 하게 되고 아니면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애쓰고 항상 뭔가가 부자연스럽죠. 연락할 때나 만나면서도 항상 찜찜한 느낌이 남습니다. 그런 느낌을 자꾸 부정하면서 만나봐야 개운해지지 않고 관계가 항상 그런식으로 흘러가죠. 부정적인 무언가를 덮으려고 하니 행동 반경이 제한적이라거나 만나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거나 하여간 그런 식으로 나를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객관적으로 매력적인 것들을 가지고 있어도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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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이명박이 아니던 시절에, 그러니까 제가 아직 20대일 때 저는 길 가다가 가끔 헌팅을 받기도 하고 단골 밥집이나 단골 술집에서 알바생 연하남이 알바 그만두는 날 쪽지를 건네며 고백해온 적도 있었어요. 지금보다 적어도 몸무게가 8kg는 덜 나갔고 피부도 깨끗했던 때예요. 이른바 다시 없을 화양연화, 제 리즈 시절. (물론 지금은 "시* 망했습니다" 상태) 물론 경계심 많고 의심 많은 저는 열에 아홉번은 일언지하 "저 남자친구가 있어서요"라고 남친이 있든 없든 단번에 거절을 했는데 딱 한번 연락처 주고 몇번 만난 분이 있어요. 심지어 그땐 진짜 사귀던 남자가 있었는데도! 

저 아래 A씨 얘기랑 다른 분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때 일이 생각나서요. 남자분들 댓글에서는 적금 예금 아버지 도움 이런 물질적인 게 여자들에게 먹히는구나 하는 반응이 먼저 나오던데 대개의 경우 여자들은 그것보다는 얼마나 자기 경계심을 쉽게 풀어주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나 위험한 사람 아니다, 나 너랑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 이런 거요. 이런 문제 같아요. 그때 제가 연락처를 줬던 그분은 자기 명함과 직접 손으로 쓴 3장짜리 편지를 건네는 정성에; 편지 내용이 딱 A씨 판박이였거든요. 여자 많이 못 사귀어보고 일만 하다가 나이든 남자. 남중- 남고- 공대- 군대- 제조업 테크를 탄 전형적인 케이스였어요. 그 고지식하고 지나치게 성실한 태도의 편지에 당시 남자친구와 권태기였던 제가 순간 마음이 흔들렸던 거죠. 그후로 딱히 어떤 로맨스가 진전되지는 않았지만 그때 남자친구와의 불완전함, 미적지근함에 제가 많이 지쳐 있을 때라서 그렇게 명료하게 심플하게 진지하게 다가오는 스트레이트함이 '아, 내가 이런 걸 바랐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어요. 그때 사귄 지 반년쯤 된 남친은 자기 가족 이야기, 학교 이야기, 죽마고우라고 할 만한 친구들 이야기, 성장과정 이야기....는 고사하고 직장 이야기도 잘 안 하려 했죠. 제가 물어봐도 미적지근하게 회피하곤 했어요. 좋은 집안, 자랑할 만한 친구, 내세울 만한 학교가 아니라는 식으로 회피하는 게 느껴졌어요. 사귄 지 100일이 넘어서야 저는 그가 무슨 대학교를 나왔는지 겨우 알았다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그 헌팅남의 편지에 무슨 대기업 신입공채 입사지원서의 자기소개서 같은 편지를 읽으면서 너무 신선했던 거예요. 

그때 사귀던 남자와는 얼마 안 가 헤어지고 그렇다고 헌팅남과도 또 만나지는 않았어요. 그 남자분이 성실하고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좋은 분이라는 것과 사귀고 싶다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 다만 그 분의 그런 고백 방식은 그 이후로도 제 안에 어떤 모범이랄까, 도덕이랄까 그런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나중에 내가 다시 누군가를 좋아하기 된다면 저렇게 정진정명의 자세로 부딪혀봐야지(불끈) 하고 용기를 품게 되었거든요. A씨 이야기를 쓰신 용광로님도 그 적금 액수가 별로 많지 않아서 오히려 그 솔직함에 더 점수를 주셨던 것처럼, 물질적인 게 중요해서 여자들이 그런 데 혹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의외로 여자들은 어떤 남자의 대시 앞에서 '좋다 싫다' 이전에 이 남자의 존재가 내게 위험한지(거절했다가 스토커되는 거 아냐 라든가..)  여부부터 걱정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 A씨나 그 헌팅남 같은 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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