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문제라 부르지 못하고..

2015.11.28 14:22

아침 조회 수:2053

오래간만에 듀게에 왔는데 밥 먹는 문제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길래 한 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참고로 저는 밥 많이 먹는 여자고 나름 페미니스트이며

나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려고 노력하며 

식당집 딸 출신으로 여자들이 평균적으로 밥을 많이 남기지만 그렇지 않은 여자들도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별을 기준으로 음식량을 조절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면과 불합리한 면이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성별 구분 없이 정량 배분하고 더 많거나 더 적은 양을 원하는 사람이 따로 말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 의견 중에서 평균적으로 여자가 더 적게 먹기 때문에 더 적게 줘도 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밥을 더 달라고 했을 때 돈을 더 받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밥을 덜 줘도 되는 근거는 음식 쓰레기 처리 및 기타 비용의 절감이었고요.

저는 이 전제나 근거가 모두 경제적 합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흥미롭더라구요.

 

sns에서 논쟁거리가 된 경우조차 밥을 더 주면서 돈을 더 받지는 않았으니 전제는 이미 성립되었다는 걸 글쓴 본인도 알고 있고

음식 쓰레기 절감이라는 대의도 나무랄 데 없으니 결론은 당연히 뭐가 문제냐?가 되는 거겠죠.

 

뭐가 문제냐면 수많은 댓글들에서 구구절절 나온 불편감과 불합리함이 문제인데

그 문제는 왜인지 비합리적인 부분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식당 주인 개인의 매너 문제이며 웃는 낯으로 당당히 밥 좀 더 달라고 말할 수 있는 개인의 심성 문제가 됩니다.

매너 없는 식당 주인이 세상에 너무 많고 밥 더 달라고 했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가 크다고 하면

이번에는 그걸 나보고 어쩌라고?가 되는 거죠.

왜냐하면 이건 합리성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니까요.

합리성의 문제는 '공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지만

식당 주인 개인의 품성과 섬세한 여자 손님의 스트레스는 '안됐지만 개인이 감수하거나 처리해야할' 문제가 되는 거죠.

설령 그 개인의 수가 많고 개인의 경험이 보편적이라고 하더라도요.

 

말그대로 밥그릇 문제를 놓고 합리적인 부분과 비합리적인 부분이 섞여 있는데

어떻게 합리적인 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비합리적인 부분을 최대한 해결할 것이냐가 아니라

합리적인 부분만 쏙 빼서 전제이자 근거로 취하고 비합리적인 부분은 아예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해버리니

여자들은 많은 경우에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이 '문제'인지 이걸 문제라고 느끼는 내가 문제인지

문제제기 단위부터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 여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많은 여자들이 음식량을 다르게 주는 것에 불편.불쾌감을 느낍니다.

혹은 불편.불쾌감을 느낀 경험이 있습니다.

이 경험이 왜 문제가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문제로 보일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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