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듀게에서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공기밥 논쟁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 한식집에 갔을 때 성별에 따라 밥량을 달리 주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이러한 관행이 있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더불어 왜 남성의 밥공기가 디폴트고, 여성이 더 밥을 먹기 위해선 추가적인 요금-그것이 비금전적인 것일지라도-을 지급해야하느냐는 의문에는 깊이 동감합니다. 전 남성이지만 위장이 그리 크지 않아서 대부분 밥을 남기는 편이라 기본적으로는 식당에서 밥을 조금만 주되, 필요한 사람이 떠먹거나 추가로 구매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식당 입장에서도 밥을 더 원하는 쪽이 추가적 요금을 내게 하는 편이 더 이득일텐데요. 이건 단순한 관행의 연장선일까요, 설마 남성들이 우르르 모여서 밥을 더 달라고 하는게 더 큰 비용으로 여겨지는 걸까요. 음... 직장인들이 몰리는 바쁜 점심 때라면 그럴까요?

 

어쨌든, 제가 하고싶어하는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이야깁니다. 어떤 분께서 클럽이나 식당가에 여성할인이 있는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글을 올리셨고, 댓글들은 대체로 영업전략이라는 쪽으로 기울더군요. 사실 위 두 경우는 모두 가격차별에 해당하는데, 개개인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 따라서 동일한 상품에 다른 가격을 부과하면서 공급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죠. 이런 건 여러군데서 찾아 볼 수 있는데,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여초집단이라, 클럽이나 술집과는 반대로 (일정조건 이상의) 남성에게는 가입비가 없거나 오히려 여러 혜택을 주어가면서 데려가려고 한다고 하더군요. 자동차 보험을 들 때는 그 사람의 사고 전력이나 운전 경력 뿐만 아니라 나이, 성별, 심지어는 지역까지도 세부적으로 구분해서 보험료를 징수하구요.

 

이게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지 찾아봤는데, 그것이 시장 경제에 분명한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하더군요. 미국의 경우 로버트-패트만 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가격차별을 금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취지가 경쟁저하를 방지하는데 있어 "연방대법원은 로버트-패트만법의 본래 취지가 판매자의 경제저해행위보다는 오히려 강력한 경제력을 보유한 구매자들에 의한 경제저해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신영수, 제2선 가격차별과 로버트-패트만법)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는데, "1)가격차별이 거래수량의 다과, 수송비, 거래상대방의 역할, 상품의 부패용이성 등에 근거해 한계비용의 차이나 시장상황을 반영하는 경우, 2)당해 가격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효율성 증대효과나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경쟁제한효과를 현저히 상회하는 경우"(정혁진, '부당한' 차별적 해위만이 불공정행위로 간주)는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어 처벌대상이 아니라고 하네요. 살펴보니 위의 사례들은 (식당이나 클럽, 결정사, 보험회사들이 독과점 기업이 아닌 이상) 모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그런다면 이것을 '윤리적'으로 지탄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들 중 가격차별로 혜택을 보는 이들이 있지만 동시에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는 이들도 있는만큼, 이들이 불매운동 등을 통해 자신들의 그룹 역시 충분한 가격탄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건 가능하겠지만, 그것을 넘어 후자의 사람들이 가격차별을 준엄하게 꾸짖는 게 가능할까요? 어떻게보면 가격차별도 개인을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구분짓고 차별하는 것인데 만약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그것 역시 처벌의 대상이 되는걸까요? 아니면 '편견'이 아니라 '통계'에 의한 것이라 괜찮을 것일까요? 차별에 기초하는 사실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것(가격탄력성이라는)이기에 괜찮을 것일까요?  저는 혼란스럽습니다. 듀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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