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휴일은 누님이 저에게 여물을 주시는 날입니다.

 

맛있는 닭죽을 끓여 주길래 기쁜 마음에 냉큼 한그릇 싹싹 비웠지요.

 

어머니께서 외출에서 돌아 오시면서 한마디

 

- 일주일된 닭죽 남은 것 어떻게 했냐. 버릴려면 음식물 쓰레기에 담아서 잘 버려야 할 텐데.

 

 - 질문맨 먹였어요.

 

누님의 쉬크한 대답에 어머님의 맞장구가 이어집니다.

 

- 옳다구나! 저 녀석은 이런 거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어야지.

 

 

아~! 이 유통기한이 없는 이 아름다운 가족간의 우애라니!

 

 

2. - 과일 깎다 남은게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 문맨이 먹이거라 

 

  - 떡이 마르는데 어떻게 할까요?

 - 문맨이에게 주거라

 

 - 유통기한 지난 우유가 있는데 어쩔까요?

 - 문맨이가 해결할거야.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담당하게 된 저에게 남은 음식이 맛있냐고 조카가 물어봅니다.

 

- 조카야. 세상엔 하나의 맛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열가지 맛 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단다.

  그래서 열개의 열배로 맛 없는 것을 먹다 단 하나 열배로 맛있는 것을 먹게 되면 그 음식은 백배의 맛있는 것이 되는 셈이지. 내 말 뜻 알아듣겠니?

 

  조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합니다.

 

 

 - 삼촌은 음식물 변태구나!!

 

 

3. 소셜커머스로 짜파게티가 반값 할인으로 풀렸기에 한박스 구입한 후 매일매일 초개 격파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 모습을 가여이 여긴 누님이 제가 끓인 라면 보다 2000배 맛있는 라면을 끓여 주었지요.

    갖은 야채에 오징어가 듬뿍 첨가되었는데 무엇보다 칼칼한 국물이 일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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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결을 물으니

 

- 청양고추와 스프 특유의 비린맛을 없애기 위해 다시다를 살짝 더해주는 것이 좋아.

 

하지만 2000배의 맛있는 라면을 먹는 기회는 흔한 것이 아닙니다. 다시 짜파게티와 함께 하는 나날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짜파게티를 끓이는 도중에 보이는 옆 냄비의 맛나 보이는 백숙.

 

머리 속에서는 누님의 조언과 수많은 요리프로의 맛의 비결은 닭으로 우려낸 육수!라는 말이 맴돌면서

닭국물과 더불어 하이얀 닭살을 짜파게티에 첨유해 봅니다.

 

5분 뒤.....

 

후걱 T.T 후걱 T.T

 

전 그 비릿하고 느끼함을 견딜 수 없는 눈물로 비벼진 짜파게티를 해치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누님의 충고대로 다시다를 넣었어야 했나 봐요. -_-

 

 

4. 닭한마리 칼국수를 먹으러 동대문에 간 날입니다.

  

   커다란 양푼에 나온 닭을 셋이서 먹고 있는데 야채가 부족한 듯 느껴졌어요.

 

   옆 테이블에서 하얀 야채가 보이길래 전 자신 있게 아주머니께 추가 주문을 합니다.

 

  - 아주머니 여기 숙주나물 좀 갖다 주세요.

 

  하지만 이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주머니

 

  재차 다시 주문하려 하는데 앞에 있는 분이 저에게 물어 봅니다.

 

- 뭐 달라고 하신 거예요.

 

- 저기 옆테이블에 수북히 쌓여 있는 숙주나물이요.

 

- 저건... 팽이버섯이에요...  -_-

 

허걱! 하얗고 길다란 것은 콩나물 아니면 숙주나물이 아니었단 말인가요?

 

담부터는 민망하지 않게 잘 모를 때는 하얀 나물 주세요. 라고 말해야 겠습니다.

 

 

아 그런데 버섯은 나물이 아닌가요? 어쨌든 뭐라고 불러우던 하얗고 길다란 것은 참 맛있었습니다. ^ㅠ^

 

 

5. 고령가 살인 사건 영화관람을 솔클 번개로 다녀오는 날입니다.

   현장에서 미리 표를 찾아온 다음에 영화시간까지 두시간이 남았길래 이야기할 장소를 물색해 봅니다.

  

   전 자신만만하게 한 커피샵을 추천했지요.

 

   - 여기는 로이배티가 참 싸요. 여기로 가요.

 

그러니까 다른 분들은 생경하다는 듯이 반문합니다.

 

 - 로이배티라니 첨 들어보는 체인점인데요. 혹시 로티보이 아닌가요?

 

 

호곡! 로이배티는 듀게에서 자주 보는 닉이었군요!!

 

 

6. 동네에 새로 생긴 케익 카페를 탐방하는 날입니다.

    카페에   GQ가 있길래 GQ를 펼쳐 놓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김완선의 패션이 참 멋지다는 이야기를 한 후에 앞 페이지를 펼쳐 보니

   이번에 여배우들의 멋드러진 패션화보들이 나열되어 있었어요.

 

   그 중 하나의 사진을 보면서

 

   - 김태희도 나이가 많이 들었나 봐요. 얼굴에 나잇살이 보이네요.

 

   라고 한마디 하니까

 

    마주 앉은 분이 답변해 주십니다.

 

   - 저기요 이 사람은 김보희씨인데요. -_-

 

   순간 조금 당황했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다른 사진을 가리키며 다시 화제를 돌려 봅니다.

 

  - 김남주씨는 역시 도회적인 패션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 저기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페이지는 중년 여배우 특집 세션이에요.

 

  

 아니! 화장하고 포토샵한 사진은 알아보기 힘든 것이 이치 아니었던 가요? 0.0

 

 

7. 조카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날입니다.

 

    조카와 제가 공부를 하는 방법은 굉장히 시끄러워요.

 

    포켓몬이나 드래곤 볼 같은 만화를 상정해서 성우톤으로 문제를 읽어 내리는 거죠.

  

   예를 들어서 17 + 21 같은 경우는 지우개 세개를 꺼내 캐릭터 연극을 시작합니다.

 

   - 내 전투력은 17이다. 아니! 그런데 너의 전투력은 21이나 되는 구나! 

   - 하지만 저녀석은 우리둘이 합친 힘만큼 세지. 아니 그럼 저녀석의 전투력은 얼마나 되지?  

  

  그럼 조카가 38이라고 답을 쓰면

 

   - 그래 저녀석의 전투력은 38이다!! 우리 둘이 합쳐야 맞상대를 할 수 있어!!! 파이널 퓨전!!!!

 

   조카아이를 책상에 앉혀두기엔 좋은 방편이지만 두 문제만 풀어도 제가 굉장히 피곤해지는 것이 단점입니다.

 

    이제 영어공부를 해야 할 시간이에요.

 

    그림을 보고 맞는 앞글자가 같은 것끼리 짝을 지어주는 공부에요.

 

    악어와 코끼리,  사과가 보이길래 다시 설정극을 시작합니다.

     

    -  내 이름은 엘리게이터! 엘리펀트! 넌 나와 같은 편이 되어야 해! 그래서 저 사악한 애플맨을 헤치우자!!

    - 우리의 닉은 무엇으로 정할까! 그래! E가 좋겠어! 우린 E로 통하는 사이군.

 

    그런데 조카가 듣는 등 마는 등 사과와 악어를 한 묶음으로 처리합니다.

   

    - 아니! 우린 E로 시작하는데 어째서 앨리게이터가 배신을 해서 애플맨과 한통속이 되어 버린 거지?!

 

   전 빨리 수정하라고 책망어린 설정극을 계속합니다.

 

    나지막히 들려오는 조카의 대답.

 

     - 삼촌! 악어는 앨리게이터. alligator는  'A'로 시작해.  

 

     그러고선 조카는 한심하다는 표정과 함께 연습장에 하나의 글을 끄적이기 시작합니다.

 

   

     변태와 바보는 똑같이 'ㅂ' 으로 시작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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