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매력에 관한)

2015.04.30 01:14

여은성 조회 수:1168


 1.어린 시절에 어떤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이 다원적인 세상에서 최고의 힘이 무엇일까 재미삼아 토론해 본적이 있어요. 그 사람은 물리적인 폭력의 힘(손오공 급의)이라고 했고 저는 사회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한 매력의 힘이 최고일 거 같다고 했죠. 물론 물리적인 힘이 세서 군대든 뭐든 다 이겨버리고 세상의 왕이 되면 모든 게 쉽겠지만 주위의 녀석들에게 온통 미움받는 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았어요. 사실 그때는 그 말을 하면서도 정확히 매력의 힘이 인생을 얼마나 쉽게 만드는지는 잘 몰랐어요. 경국지색의 타이틀이 붙는 초월적인 미인들의 예를 떠올려서 대답한 것 뿐이었어요.



 요즘은 낮에도 밤에도 어딘가를 쏘다니는 생활을 해요. 낮에는 피트니스고 밤에는 밤거리죠. 운동을 하면서 느낀 건 트레이너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만 하면, 적어도 외모적으로는 그들의 매력 포텐셜의 최대치를 늘 뽑아낼 수가 있다는 거죠. 다른 업종은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할수록 외모가 망가져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트레이너들을 보고 있으면 좀 부럽긴 해요. 그냥 괜찮은 거도 아니고 늘 그들이 발휘할 수 있는 외모의 최대치를 유지하니까요. 물론 관리가 힘든 점도 있겠지만, 그런 면에서는 부러움을 느꼈어요.



 2.지난번 글을 쓴 것처럼 바를 처음 간 후로 바를 갈 때는 계속 거기만 다니게 됐어요. 처음에는 관성의 법칙에 의해 남자사장이 있는 그 바를 계속 갔는데 어느 순간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 남자가 돈을 잘 벌도록 도와주는 게 별로 기분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요. 물론 이 불편감과 짜증은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냥 근원적인 거죠. 그래서 안 가게 됐는데 왜 안오냐고, 뭐 섭섭하게 한 거 있냐고 물어올 때마다 딱히 할말이 없었어요. '미안하지만 당신이 남자라서...'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냥 허허 웃고 말았어요.

 

 흠.

 

 그리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곳을 가봤는데 이게 업계의 법칙이라도 되는 건지 좀 친해지면 '이번 11월이 계약 만료인데 말야...장사는 너무 잘 되는데 건강이 영 안좋아서 말야...'같은 말을 시작으로 바를 인수하는 게 어떻냐고 하는 거예요. 위에 말한 그 사장도 그랬어요. 그래서 이런 장사를 해본 적도 없고 자신도 없다고 하면 '그럼 사장님이 가게 인수하시면 내가 월급사장으로 뛰어드리면 되겠네!'하는 거예요. 약 30초 전에는 분명 술을 너무 마셔서 건강이 걱정되어서 가게를 접는다던 사람이 말이예요. 그러면서 이 장사 잘 되는 가게를 탐내는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에게 말하기 전에 '특별히' 사장님에게 미리 귀띔드리는 거라고 하죠.



 3. 그쯤 되면 거긴 발을 끊고 또다시 다른 괜찮을 곳을 찾아가는데...몇 달 후 문득 궁금해져서 다시 가보면 이상하게도 그 사장들은 여전히 있어요. 그래서 가게 접는다고 하지 않았냐고 하면 '음...아무래도 2년 더 바짝 벌고 그만두려고 계약 연장했어'같은 대답을 해요.


 어떤 것이든 익숙해지면 얼개가 파악되고 수법이 보이죠. 처음에는 뭔가 있어보였던 사장들도 소프트웨어는 전혀 똑똑하지 않으면서 그냥 우연히 잘 얻어걸린 외모 가지고 의사나 변호사에게 양주 파는 사람일 뿐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면 그런 곳에는 안 가게 됐어요. 그리고 서울 전체를 다 다녀봤죠. 역시 제일 좋은 부분은 어디로 갈 지 모르면서 출격하는 거였어요.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밤이 되면 도시의 밤냄새를 킁킁 맡으며 '스트라이크 프리덤 출격!'같은 대사를 외치며 나가곤 했죠. 아직 안 가본 곳에 가는 것...30분 후에는 강동에 있을지 강북에 있을지 강남에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게 좋았어요.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건데 그렇게 서울 바닥을 돌아다녀 본 건 오래 전 친구와의 대화에서 말한, 매력만으로 아쉬움 없이 살아가는 생명체가 어딘가에 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있다면 만나 보고 싶어서였던 거 같아요. 그때까지 만나본 사람들은 아무리 대단한 척 해도 결국은 경제 활동을 해야만 하는 아쉬운 사람들이란 걸 들켰으니까요.(하긴 그러니까 가게를 차렸겠지만) 어차피 돈을 쓸 거라면 그런 사람이 있는 곳에서 돈을 써보고 싶었어요.



 4.휴



 5.어떤 곳이든지 처음 갔을 때, 그곳에서 낯선 사람일 때만 해볼 수 있는 장난이 있죠. 가끔씩 그런 악의 없는...아니면 약간 있을지도 모르는 장난을 치곤 해요. 어렸을 때 이케가미 료이치 만화를 봐서인지 늘 궁금해요. 이 뒤에 무엇이 있을지요. 어느 날 어떤 새로운 곳을 찾았어요. 무지 넓었어요. 청담이나 도산공원에 있는 제법 넓다고 자부하는 바보다 더 넓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이 정도면 사장과 아무리 친해져도 인수드립은 안나오겠구나 싶었어요.



 안쪽에 들어가서 앉으려 하는데 아가씨가 '거기 앉으시면 tc가 붙는데요'하더군요. 뭐랄까...백화점에서 '손님, 그거 비싼 거예요'같은 느낌으로요. 그래서 장난을 쳐주기로 그때부터 마음먹었어요. 이런저런 걸 주문하고 그것들이 다 나왔을 때 환불할 수 없도록 병을 따고 물어봤어요. 만약에...혹시 만약에 내가 돈이 없다면 그땐 어떻게 되냐고요.



 사실, 이런 농담은 상대가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어요. 그냥 잠깐 으스스한 울림만이 있다가 끝나기도 하고 무거운 공기가 공간 전체를 짓눌러 버리기도 하죠. 그런데 아가씨의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어요. 아가씨의 머리에서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는 걸요. 하긴 추리닝을 입고 온 사람이 그런 농담을 했으니 그랬겠죠. 그래서 침착하게 그냥 여기서 돈을 내지 않았을 때의 옵션이 무엇인가...결국 경찰을 만나야 하는지 조폭을 만나야 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했어요. 아가씨가 진짜 돈이 없으시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조폭인가? 경찰인가? 무엇을 상대해야 하는가?'를 물었어요. 그러자 무거운 공기 정도가 아니라 각성한 아이젠이 완전영창한 흑관을 쓴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어요. 아가씨는 3초정도 가만히 있더니 '사장님을 만나게 되시겠죠'라고 했어요. 이쯤 되니 만약 이 술집 뒤에 조폭이 있는거라면 한번쯤은 진짜 조폭을 구경하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사장이 조폭인 거예요?'라고 물어보니까 '사장님은 여자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흠.



 사실, 여자라고 해서 조폭이 아니란 법은 없잖아요. 신은경이 연기한 조폭마누라를 보면 알 수 있듯이요. 하지만 여자라고 하니까 왠지 김이 빠져서 더 꼬치꼬치 캐묻는 대신 그쯤에서 '헤헷, 사실 돈이 있어요'하고 대답하고 끝냈어요.


 

 이런...글이 길어졌네요. 이 글의 서문에서 염두에 둔 주인공은 아직 안나왔어요. 이 글의 주인공은 위에 바텐더가 말한 사장이예요. 이 글에서 쓰려 했는데 다음에 쓸 기회가 있을지...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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