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3 18:52
1.약 한달전부터 있던 자전거 모임에 처음으로 나가 봤어요. 모 호텔에서 매주 하는 건데 온다던 회원 하나가 빠지니 나머지는 다 호텔 직원이고 저혼자만 손님이었어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체로 국내 호텔들의 총지배인은 외국인이예요. 이 호텔 총지배인도 닐 맥도프와 존 바로우맨을 반씩 섞어놓은 듯한 외모의 외국인인데 그가 내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어쨌든 걱정했던 것과 달리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영어 스피킹은 해도 해도 안 돼서 아예 쓸만한 문장 여러 개를 통째로 외워놓고 상황에 따라 써먹으려 했는데 딱히 쓸 기회가 없어서 대답은 단답형으로만 하게 됐어요.
하긴 기껏 외운 문장이라곤 클라우스가 부하 늑대인간들을 갈굴 때나 잭바우어가 세상을 구할 때 주로 말하던 문장들이니 일상생활에선 별 쓸모가 없겠죠.
어쨌든 가끔 벌레떼 사이로 지나가야 한다는 것만 빼곤, 의외로 재미있는 라이딩을 했는데...끝난 후에 사진을 찍자고 하더군요. 저를 중심에 놓고 지배인이 옆에 서서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이 말을 도저히 영어로 말할 수가 없어서 그냥 한국어로 말했어요.
"오징어 되기 싫어요."
그리고 구석으로 갔는데 매니저들이 이 말을 도저히 번역할 수가 없었는지 '히 라이크 코너'라고 둘러대더군요. 그리고 사진이 나왔는데 백인간지에서 최대로 떨어졌는데도 별로 보기가 좋지 않았어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진을 보는 내 의중을 눈치챘는지 지배인이 애로우에 나오는 바로우맨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걱정마 미스터 여. 페이스북엔 안 올려 드릴께."
2.듀게 번개를 쳐보려 했는데...그게 월요일이었어요. 월요일 당장 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금요일날 하기로 했는데 화요일 되니 하기 싫어져서 취소카톡 보내고...그리고 수요일 다시 일어나 보니 갑자기 또 하고싶은거 같기도 하고...기분이 휙휙 바뀌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요즘은 뭔가, 오늘만 사는 것같이 되어서 5일 후는 너무 먼 미래 같아요. 카이지에서 한 캐릭터의 입을 빌어 한 작가의 명언이 있죠. "내일부터 열심히 살자가 아냐. '오늘만 열심히 살자'다!"라는 말이요. 앞으로도 계속 오늘만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번개는...금요일 당일 오후가 되어야 정말 번개를 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어쨌든 비슷한 맥락으로, 아무리 어떤 맛집이나 술집에 갈 계획이라도 예약은 안 해요. 아무리 그날 그시간에 그곳에 99%갈 예정이라도, 예약을 해버리면 무조건 가야 하는 의무가 되어버리는 거 같아서요. 예약을 하는 순간, 그 곳은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 아닌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되버리는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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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는 계획 세우는 것을 싫어합니다. -_-;;; 계획을 세우면 뭔가 미래를 다 살아버린 느낌이란 말이죠.
계획을 세운후 벌어진 온갖 예상치못한 결과를 즐길 수도 있겠죠. 근데 저는 계획에 안맞을 경우의 불안함이 싫어서 아무것도 준비안하고 상황과 맞닥뜨리는 것을 즐깁니다.
직장에서 일을 그렇게 하면 큰일 나죠. 직장에서는 안그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