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9 17:29
청소년기에 처음 듀게에 발을 디뎠어요.
그때 듀게에는 읽을거리가 가득했고,
나도 좀 더 자라면 이렇게 멋진 글들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게시판 유저들을 동경했어요.
게시글을 읽는 것만으로 머리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감히 등업고시를 치를 마음도 들지 않았어요.
이런 곳에 짧은 식견을 가지고 내가 함부로 글을 쓴다는 게 두려웠죠.
그런 와중에도 듀노클을 만든 건, 제가 듀게에서 저지른 가장 과감한 행동이었어요.
노래를 부르는 걸 워낙 좋아하긴 했지만, 그렇게 멋진 사람들과 알고 지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참 많은 듀게인을 만났죠. 노클 외에도 여러 모임에 나갔었으니까.
많은 듀게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고, 오히려 더 듀게에 흠뻑 빠졌어요.
정말이지 그분들이 좋았거든요.
하지만 이제 그분들은 거의 듀게를 하지 않아요.
듀게에 콘텐츠가 줄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그분들을 듀게에서 보는 횟수가 줄어갔어요.
왜 예전처럼 듀게에 읽을거리가 없을까 생각해봤어요.
사실 저는 등업고시를 치르지 않았어요. 사이트 개편으로 가입만 해도 정회원의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때에 자격을 획득했죠.
막상 정회원이 되었지만, 글 하나 남기는 게 정말이지 어려웠어요.
신변잡기 글을 쓸 적에도, 맞춤법을 잘못 써서 털릴까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곤 했어요.
pc하지 않은 내용이 있을까 봐, 토씨 하나까지 몇 번을 읽어보고 게시글을 올렸어요.
댓글 하나를 쓰면서도 올릴까 말까 몇 번을 고민했었는지 몰라요.
개인적으론 이런 자기 검열이 불편했던 것 같아요.
다른 곳에 글을 쓸 때보다 시간을 두 배는 더 잡아먹거든요.
그렇다고 다른 곳에 글을 쓸 때 갑자기 아무 데나 들이받는 싸움닭이 된다거나
맞춤법알못, 피씨알못으로 변신하지는 않거든요.
듀나님이 게시판을 방치해둔 것이, 듀게 사람들이 떠나가는 데에 뭐 얼마나 대단한 영향을 끼쳤나 싶긴 합니다.
예전에 규칙을 들어 사람들을 솎아낸 결과, 듀게가 딱히 청정 게시판이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을 내보낼 때마다 듀게의 생산성은 꾸준히 낮아졌고요.
물론 규칙은 필요합니다. 당연히 타인을 무자비하게 물어뜯는 사람은 격리해야죠.
오히려 듀게에서는 비속어를 잘 쓰지 않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곳을 아프게 깨무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여태껏 본인이 보기 불편한 사람이 무척이나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아몰랑'을 외치고 싶어서 투표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기권할래요.
2015.06.19 17:43
2015.06.19 18:05
2015.06.19 17:50
2015.06.19 17:52
듀게도 베스트 게시판 도입해서 일정 추천 받으면 그리로 이동...(쿨럭)
2015.06.19 18:02
듀베?
2015.06.19 18:06
애초에 커뮤니티에 생산성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은 재껴두고, 규칙을 들어 사람들을 솎아낸 결과가 생산성의 저하라는덴 별로 동의할수 없군요.
반대로 그 사람들을 솎아내지 않았을때 그 사람때문에 탈퇴하는 생산성 높은 분들도 많을테니까요. 당장 이번에 탈퇴하는 분들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반대로 그 사람들을 솎아내지 않았다면 어그로의 생산성은 증가했을테니 전체적인 생산성도 증가했긴 하겠네요. 설마 그런걸 바라시는건 아닐꺼라 생각합니다만.
듀게가 저물어가는건(혹은 저물어간다고 느끼는건) 어떻게 보면 그냥 자연스러운겁니다. 커뮤니티든 뭐든 영원히 흥하는건 없어요. 더욱이 듀게같이 대형 커뮤니티가 아니면서 고유의 색이 강한 커뮤니티는 둘 중 하나입니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던지 특색이 흐려지던지. 어느쪽이던 '생산성'의 저하는 무조건 따라와요.
2015.06.19 18:19
앗, 탈퇴된 분들이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어 생산성이 저하되었다는 것은 아니었어요. 이런저런 이유들이 붙어서 사람들이 떠날 때마다, 글을 쓸 적에 조심할 게 많아졌다는 얘기였는데 역시나 제가 글을 이상하게 써놓긴 했네요.
2015.06.19 18:11
예전에도 글쓰기가 그리 만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보고, 지금처럼 침체된 건 아무래도
가입절차가 까다로워 유입인원은 많지않은데 (어떤 이유든)탈퇴는 자꾸 일어나고 이런 원인도 있다고 봅니다.
2015.06.19 18:15
2015.06.19 18:19
2015.06.19 18:56
듀게 컨텐츠의 부족이 전적으로 지나친 제재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게 절대 아니에요. 그냥 규칙이 글쓰기를 질리게 만드는 측면이 있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글을 쓰는 게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덜 빡빡하죠. 철퇴가 마구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제가 이 게시판에 관한 글을 쓰고 있을 정도니까요.
먹통 이후에 분위기가 바뀐 것도 맞아요. 듀게가 먹통이 되기 전에도 정보 획득이 가능한 창구는 많았지만, 정보를 가지고 소통하는 방식이 매력이 넘쳤죠. 그래서 더욱 듀게는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2015.06.19 18:27
저는 그냥 한동안 접속이 안 됐던 것이 글 수 줄어든 큰 원인 같아요. 그동안 다른 사이트 안 갔으면 모르겠는데 저만해도 다른데서 놀다가 또 돌아가게는 안 되더군요. 굉장히 뻘쭘해요 그게.
좋은 글 쓰는 분들이 빠져나갔다는 말씀은 많이들 하시지만, 독자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자기만의 공간으로 가는 건 어느 사이트에서나 정해진 수순이지 듀게만의 일은 아닌 것 같고요.
오히려 저는 눈에 안 띄던 많은 분들이 발길 끊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기술적인 원인이 컸다고 보고요. 개개인은 달라도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만든 분위기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사람 수가 적어지면서 그 분들이 만들던 부드러운 분위기 같은 게 사라지고 까칠함만 도드라지게 되었어요.
2015.06.19 18:29
저또한 해당 논란이 아니었으면 아마 오래 글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솔직히 듀게가 글을 쓰기에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장소라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다른 분들의 글에서도 매력을 느낀 경우는 정말 지난 1년동안 손에 꼽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건 아닙니다..
2015.06.19 20:07
그런데 글을 쓰거나 읽기에 매력적인 공간이 다른 곳엔 있긴 있나요? 시간이 지날수록 전반적인 인터넷 공간 모든 곳의 글 수준이 낮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는데.. 글을 잘 쓰던 분들도 그런 글들을 즐겨 읽던 분들도 나이가 들어 서서히 떠나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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