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임금피크제 관련하여 기사들을 보다 보니 시사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965


요약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생애계약'을 전제로 하여 젊을때는 생산성에 비해 임금을 덜주고, 나이 먹어서 생산성이 떨어지면 도리어 젊었을때 안줬던 것을 보충하기 위해 생산성보다 임금을 더준다고 보고 있더군요.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일까요?

머리가 굳어서? 새로운 것을 쉽게 익히고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체력이 떨어져서? 

50대 이상 = 생산성 저하.. 라는게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제가 하는 일과 환경이 그렇게 휙휙 바뀌는 곳이 아니어서 그럴까요.

체력도 좋고 일도 익숙해진 3~4년차 대리(현장직 같은 경우 기사) 와 20년차 차/부장(현장의 경우 반장/계장)을 비교할때 대리/기사가 부장/계장보다 생산성이 높은게 일반적이라고 하기 어려워요. 20년차에게는 그만큼의 경험이 떨어진 체력을 메꿔주거든요. 



1.

하지만, 정년 보장이 없는 사기업에서 20년차쯤 되면 슬슬 퇴사의 압박이 현실이 됩니다.

그래서 '나 아직 안 죽었다. ', '나 아직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다.' 라는 것을 어필하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그게 진짜 중요한 일을 하게 되서 어필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가 어필을 위해 안해도 되는 일을 만들어서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안해도 되는 일에 예산이 투입되고, 인력이 투입되니 결국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윗분은 정년이 몇년 남지 않으셨고, 작년말 구조조정때 동년배들이 싹 조정되는 와중에도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남게된 이유에 대해서는 한두번 언급을 했었지요.)

그러니 이 '어필'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요. 

다른 부서, 다른 파트가 해야할 일도 가져와서 하려고 하고, 다른 부서에서 해결 못하는 일도 자기가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 빵빵치고 가져옵니다.

아 물론 본인이 직접 하는건 아닙니다. 가져와서 시키죠. (직접 하는 사람들은 아래사람들과 일시키기 편한 파견직들.. -_ -; )


그래서 '이건 A만 해결 되면 되는건데 XX팀 영역 아닌가요? 왜 굳이 우리 예산까지 쓰면이 이 일을 하나요? 이거 하고 나면 이일은 이제 우리가 계속 해야 하는데?' 라는 이야기를 하면 '넌 일하기 싫냐? 게을러서... ' 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XX팀에서야 좋아하죠. 자기네는 할일이 넘쳐나는데 우리가 가져간다고 하면.. (물론 그런다고 그 업무에 해당하는 예산을 떼어주는 것은 아님)


이번 건은 어찌하다 보니 파트장까지 알게 되었는데, 파트장조차 '그건 A만 해결되면 돈도 안들고 끝나는데 XX팀에서 해결해야죠' 라고 하는데도 무시하고 진행합니다. 아마 업체에서는 견적을 2~3천정도 부를 일인데 후려쳐서 1000 미만으로 하자고 할겁니다. (1000 이상이 되면 사업부장이 알게 되고 그럼 원래 담당인 XX팀에게 '이걸 해야하냐?' 라고 물어볼거고 그럼 XX팀장은 '아닙니다.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라고 할것이라...)


결국 우리는 쓰지 않아도 되는 예산 1천만원을 써야 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시간을 빼앗길 것이며.... 

'어려운 일을 하는척' 하기 위해 일부러 마감을 땅겨 잡고서는 야근을 요구받게 될것입니다. '이거 하느라 우리 맨날 야근하고 밤세웠어~' 라는 말을 하고 싶어 하거든요.



2. 

'나 아직 필요한 사람입니다.' 라는 어필을 하려면 일단 평가권자인 팀장이나 실질적인 리더인 파트장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할텐데...

예전에 자기 후배직원이었던 파트장에게는 파트장 대우 안해주고 동급으로 굴고 제대로 보고 안하고 멋대로 일 처리하고...

그분에 비해 나이가 많이 어린 팀장은 또 자기 연장자 대우(비공식적으로 파트장과 동급의 대우)를 안해준다고 삐져서 피해 다니면서..


주요부서의 나이 많은 현장 계장과 팀장들에게만 '허허허.. 내가 해결사야, 내가 다 해줄께~' 하고 다닌다고 그 '어필'이라는게 되는건지.. 미스테리 합니다.



3.

예전.. IMF 전에는 출근해서 자리만 지키고 신문만 보다가 퇴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죠.. 그러니 생산성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겠지요.

그런데 IMF 이후에 정년고용이라는게 깨지고 나서부터는 나이 많은 분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안해도 되는 일에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기' 때문에 도리어 혼자 일 안할때보다 더 크게 생산성을 떨어트리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고용 보장이 안되니 자신의 자리보전이 조직이나 회사의 이익보다 우선이 되어버리는 것이겠지요..?


다른 이야기를 하면, 비정규직, 계약직들 경쟁시키는게 생산성이 올라가는게 도리어 떨어진다는 것을.. 고용이 안정화된 상태가 조직과 회사의 관점에서 보고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을..

좋은 학교에서 어려운 공부 하신 분들이 정말 모르시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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