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상태

2015.08.28 23:44

김감자 조회 수:1637

저는 지금 좀 위험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폭발물이나 보이지 않는 골목길의 트럭 같은 위험이 아니라 차가운 물같은 위험이요.


요새는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구요. 자조적으로 이러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합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아파서 무언가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자신과 주변에 대해 깊게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그동안 평범하고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평범을 가장한 것들이고 나는 정말 오해하고 있었다. 이제 진실을 알게 되었다.

진실을 알고나니 그동안 나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고 결말은 끝도 없는 허무... 

쓰고보니 매트리스 빨간약 같은 얘기군요. 


어느 부분에는 일단의 회로들이 남아있어 웃기도 하고 짜증내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만

근본적으로는 무덤덤해요. 문제는 돌아갈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딘가에 길이 있어 앞으로든 뒤로든 나아간다면 그 나아감에 힘을 받아 뭔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발견한 진실은 '어디에도 네가 돌아갈 자리는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글을 쓰는 것도 내키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동안 몇몇 글을 적은 유일한 커뮤니티이고

그런 습관이 남아있어 글을 적습니다. 병 속의 메세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런데 왜 여기에 글을 쓰고 있나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논리보다는 감각이 앞서니까요.


십년전의 불편한 감정에서 출발한 사실을 꿰맞춘게 최근의 일입니다. 아무것도 결론은 나지 않았어요.

여전히, 아주 끔찍하게도 여전히, 잔인하게 흘러가는 시간처럼, 여전히 진행중이지요.

숨겨져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제가 엮어낸거죠. 훌륭한 편집자입니다. 근데 그런것들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제가 지금 위험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되었다? 되었다기보다는 인지했다,는 편이 맞겠군요.


가까운 사람 몇몇이 죽었고 슬프지 않았습니다. 한명은 자살로 한명은 병으로 한명은 사고로 죽었죠.

제가 가장 슬펐을 때는 언젠가 외할머니가 집에 왔다가 돌아가시려고 할 때 였습니다. 저는 잠깐 잠에 들었었는데

할머니가 가려는 기척이 나서 잠에서 깨고 너무 슬퍼 엉엉 울었습니다. 가지 말라고요. 저는 때를 쓰는 아이가 아닙니다.

때를 쓰는 아이가 아니에요.


근데 외할머니도 이미 돌아가시고 저에게는 부모님과 동생이 있고 몇몇의 친척과 사촌들이 있지만 어디에도 갈 곳은 없습니다.

의지할 추억도, 졸업앨범도 없어요.

그냥 몇개의 동물적인 습관만이 남아있어 먹고 자고 싸고 그럴 뿐입니다.

자괴감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거울의 모습이 썩 달갑지는 않지만요.


저는 지금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가요? 모르겠습니다... 이년동안 꾸준히 담배를 피는 창가에서 문득 떨어지는 사람들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갔은 갔이 맞나요? 같? 갖? 갔?) 나는 어디로 떨어지고 있는걸까요? 물론 떨어지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근데 그래도 상관은 없구요.


횡설수설하네요. 이미 맛이 가버린지도 모르죠.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미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몇몇사람들한테는

미안하기도 합니다. 지키지 못해서가 아니라 잊어버려서요. 약속이요.

문득 글을 쓰다가 생각이 났는데 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차가운 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삼키기 보다는 삼켜지고 싶군요.

정말 위험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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