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시계를 사지도 팔지도 않으니 취미가 시계인데 할 이야기가 별로 없더라구요. 최근에 지른 시계가 있어서.. 그와 관련된 시계 이야기 한꼭지. 


보통 취미가 시계라고 하면 그 "시계"라는건 기계식 시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여기서 세분화 되면 탁상 시계나 괘종시계로도 넘어가지만 그중에서도 손목시계인 경우가 99퍼센트 이상일겁니다. 


그러니까.. 시계가 취미라고 하면 기계식 무브먼트가 들어간 손목시계를 좋아한다는 뜻이 되지요. 그런데 사실 정확도로만 따지자면 기계식과 쿼츠는 애초에 게임이 안될 정도로 쿼츠가 정확하고 편리합니다. 쿼츠 무브먼트라고 하면 수정진동자의 진동을 이용하는데 이 진동수가 무려 1초에 3만번. 진동수가 높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져서.. 쿼츠 무브를 쓰면 한달에 시간 오차가 10초내외 정도인데 비해 기계식 무브먼트는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고 수정을 해도 일오차 10초내외면 훌륭하다고 하지요. 


그럼에도 기계식 시계 애호가들에게 왜 쿼츠를 멀리하는가? 물어보면 대부분 그 째깍대는 초침이 보기가 싫어서..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는데.. 그게 또 말이 되는거란 말입니다. 묘하죠?? 저도 그래서 쿼츠 무브 들어간 시계는 디지털로 시간이 표시되는 시계는 오케이지만.. 초침이 째깍대는 시계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이런 시계를 발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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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프리시져니스트 무브먼트라고 통칭되는 UHF(Ultra High Frequency) 무브가 들어간 부로바의 밀리터리 시리즈 입니다. 원형의 일반적인 시계와 달리 쿠션형 케이스라고 불리우는 사각형의 케이스, 코인베젤, 시인성 좋은 아라비아 숫자의 다이얼도 간결하고 아름답지만 적절하게 들어간 붉은색의 포인트도 인상적이고 뭣보다도 1950-60년대의 군용 시계를 복각한듯한 복고적인 디자인이 훌륭합니다. 저 브랜드 네임하고 262khz라는 표기만 뺐으면 완벽할뻔.. 


UHF 무브먼트도 태엽을 쓰지 않는 쿼츠 무브먼트입니다만 일반적인 쿼츠 무브가 초당 3만회를 진동하는데 비해 무려 26만2천번 진동을 합니다. 이런 고진동은 무브먼트의 정확성을 더 높여주죠. 그래서 보통 쿼츠 무브가 월오차 10초내외인데 반해 이 녀석은 무려 연오차가 10초. 열배 이상 정확하다고 업체에서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침이 째깍대면.. 못산다면서.. 라고 하실 분이 계실텐데..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친구는 초침이 째깍대지 않고 기계식 시계처럼 흐른단 말씀이죠. 초침의 움직임만 놓고 본다면 다들 기계식 시계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어찌보면.. 기계식 시계의 멋(?) 혹은 정서와 쿼츠 시계의 정확함을 제법 절묘한 비율로 섞어 놓은 시계가 이 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계의 미덕이라고 할만한 정확함과 관리의 편의성, 그리고 기계식 시대 황금기에 군용으로 사용되던 남성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이 시계는.. 대중의 입맛을 직격하기 보다는 오타쿠들에게만 인기가 있는지 최근에 큰폭으로 할인 판매를 하고 있더군요. 가격조차 아름다워서 지르기에 부담도 없습니다. 


지극히 시계 오타쿠스러운 글, 죄송하지만.. 이런 글 좋아하시는 분도 계신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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