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울리지도 않는 정치 얘길 하면서 게시판 유저분들께 실례도 많이 하고 했으니 다시 뻘글모드로 전환하는 의미에서 ->



아까 무균질 글에서 Carb님께서도 지적하셨지만..

사실 무균질은 균이 없다는 뜻과는 관계 없이, 우유의 지방을 잘게 부숴서 균질하게 만드는 '균질화' 과정을 거친 것을 균질 우유라고 하고 균질화 과정 없이 나온 우유를 무균질 우유라고 했죠. 그래서 무균질 우유를 사서 좀 놔 두면 위에 지방층이 둥둥 떠서 있었던 게 기억나요.


그런데 91년쯤인가 꼬마 민주당에 있던 박찬종 의원이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92년 대선에 출마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92년 맞나요?)

당 이름은 가물가물하지만... 아무튼 깨끗한 정치개혁 이미지로 나왔지만 뭐,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근데 저희 아버지께서도 그 이미지에 낚여서 박찬종 의원 찍으셨던 거 같은데..)


그래도 그 이미지가 잘 갔는지 어쨌는지, 이후 남양유업에서 무균질 우유'다우'의 모델로 박찬종 의원을 기용!




(영상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찾아내고야 말았습니다 ㅠㅠ, 근데 광고 영상에도 無均質이라고 나와 있군요 어휴 안 읽고 속았다고 운 거였나 ㅡ.ㅜ )


당시 광고 문안이 '세상에서 깨끗한 것처럼 좋은게 어디 있겠습니까? 깨끗한 무균질 우유 다우, 인간의 손길을 최소한도로 억제한 무균질 우유 다우'였는데,

이걸 뭐 일부러 한자로 쓴 것도 아니다 보니 무균질이 균질의 반대말로 받아들여지기보다, '깨끗한'이란 수식어와 어울려 균이 없는 것처럼 받아들여졌죠.

일부러 모호한 표현을 써서 타 회사에 비해 균이 없는 것처럼 포지셔닝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광고도 어느 정도 성공을 했고 박찬종 의원도 어느 정도 인지도 유지에 성공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후에 무소속으로 민선 1기 서울시장에도 도전을 해서 인기도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조순후보에 밀려 낙선했지요..

음 다시 찾아보니 초반 여론조사에선 앞서갔는데 DJP연합이 조순 시장을 밀었다는군요.. (기억이 잘 ㅡ.ㅡ;;)


이후 신한국당에 입당하여 97 경선까지 도전했는데 조직도 없고 하니 어려웠.. 나 봅니다. 뭐 당시에 당내에서 이회창 후보를 워낙 밀어주기도 했고...

다음 행보가 기억이 안 나서 찾아보니 이후 이인제 지지, 결별 후 민주국민당 창설, 이후 2002년엔 이회창 지지 등으로 정계 활동은 끝나고 잊혀질 줄 알았


는데, 최근데 변호사로서 다시 이름을 알리게 되죠. BBK 김경준, 박연차 사건, 석궁테러 교수, 미네르바 변호 등..

특히 미네르바 변호 때 '오오 이분 아직 잘 계시는군'하고 반가웠던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무죄까지 이끌었으니..

이 정도면 나름 화려한 컴백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무균질 얘기 쓰다가 보니 어쩌다 박찬종 전 의원+변호사 정치일대기를 쓰게 된 기분이지만 ㅡ.ㅡ;;

아무튼 당시 이미지가 강력하긴 강력했나 봅니다. 저도 한참동안 무균질이 '무균'이란 뜻인 줄 알았거든요.. 알게 된 건 최근.

광고 제작자들이 일부러 속인 건지 그냥 제가 속은 건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네요.






ps. 하지만 정작 제가 먹은 무균질 우유는 파스퇴르 우유였다는 게 함정.


ps2. 그러고 보니 오세훈 시장도 우유 광고를 찍었던 거 같은데 어디였는지 가물가물하네요. 시장 하기 전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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