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저보다 한 학년 아래인 남자애가 하나 있어요. 합창부에 같이 있었고 졸업한 다음엔 별 교류도 없이 그냥 페이스북에만 친구로 돼 있는 사람이었어요. 사람이 웬만큼 저랑 달라야 말이죠. 뭘 먹고 컸는지 기분 나쁘게(...) 긍정적이고, 매사에 하나님이 우선인, X신짓은 안하지만 좀 이상할 정도로 열정적인 기독교인이었어요. 친구들끼리 인기는 얼마나 좋은지 페이스북에 뭐만 올리면 좋아요가 무슨 몇백 개 단위로 달리는데, 하는 말마다 하나님 하나님 해서 그냥 친구 목록에서 지울까 하고 있던 차에...




며칠 전에 자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요전에 생일 축하 메세지 받은 거 다 고맙다면서 한다는 소리가, 5월에 알래스카에 간대요. 무슨 여행이 아니라 그냥 이사를(move to) 한대요. 근데 여기서 기가 차는 건, 무슨 그냥 다른 주도 아니고 알래스카를 가는데 가는 이유도 없고 (?) 얼마나 오래 가 있을지도 모르고(???), 뭘 하고 먹고 살지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고(?????????), 어디서 살 지도 모르겠고(?????????????????) 그저 주님께서 지켜줄 걸 믿고 간다면서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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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HE THINKING?!


종교 잘못 믿으면 사람이 저렇게 가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딱 생각나는 게, 홍수가 나서 어떤 사람이 지붕 위에 대피해서는 하나님이 구해줄거라면서 구명보트 헬기 다 거절하다가 익사한 다음 하나님한테 따지니까 "나는 도움을 보냈는데 니가 거절해놓고는 무슨 소리냐?" 했더라는 얘기였어요. 글 읽고 바로 "신이 너한테 뇌라는 걸 준 건 생각을 하라고 준 도움이다 이 멍청아" 하는 생각이 띵 들었어요.


더 어처구니 없는 건 그 글에 달린 사람들 반응이었어요. 얘 페북 친구가 천 명이 넘는데, 그 중 얘를 조금이라도 걱정하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친놈아 넌 지금 기도가 아니라 계획이 필요하다" 라거나 다시 생각해 보라거나 하는 댓글을 달아줄텐데, 몇십 명이 댓글을 달았는데 하나같이 칭찬(왜?!)이나 주님이 지켜줄거라는 한결같은 망상이나 잘 지내라는 (헐...) 인사밖에 없어요. 댓글 읽으면서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이 사람들은 지금 얘가 죽던 살던 관심이 없는 건가 아니면 똑같은 광신도들인가.



전 그렇게 친해본 적도 없고 해서 팝콘 먹으면서 지켜보고 냅두려고 했는데 이건 뭐 그냥 냅두면 알래스카 오지에서 주님 찾다 죽을 기세에요. 개인메세지라도 해서 설득을 해 보는 게 가치가 있을까요? 







*생각해보니 사실 제가 알래스카에 대해 잘 몰라서 좀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멍청해 보이는 건 변하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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