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12.11 22:09

여은성 조회 수:655


  1.어딜 가든간에 예약은 안 해요. 맛집이든 술집이든 그냥 가면 대체로 좋지 않은 경우가 많죠. 좋은 자리가 없다거나 먹고싶은 술이 없다거나 코스요리에서 해산물을 빼려면 하루 전에 말해놔야 한다던가...뭐 이런 것들요. 그런 곳들은 가는 데 30분 이상 돌아오는 데 30분 이상씩은 걸리니 그러고 나면 그날은 공치는거죠. 


 예약을 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하겠지만, 예약을 하면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기는 거잖아요. 아무리 그곳에 가기로 하루 전부터 마음먹고 있어도, 예약을 하는 순간 정해져버리는 거예요. 반드시 예약한 그 시간 그 장소에는 거기에 나타나야만 하고 그렇지 못하면 남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사실이 결정되어 버리는 거죠. 그런 걸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져요. 그래서 가고싶은 곳엔 그냥 상황이 좋기를 바라면서 그냥 가곤 해요. 술집이야 상관없겠지만 맛집은 브레이크타임을 감안하면, 한번 공치면 대체할 만한 다른 곳을 뽑아볼 기회가 한번 정도죠.



 2.어쨌든...하기 싫은 일은 아닌데 해야만 하는 일이 있죠. 요즘은 그런 일이 하나 있어요. 곧 두개가 될 거 같네요. 어쨌든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반드시 일주일에 하나씩...정해진 시간 안에 만들어서 어딘가로 보내야 한다는 점은 조바심 나는 일이예요. 



 3.사실 이건 늘 그랬어요. 심지어는 수능 때도 그랬죠. 저는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정말 이 순간 시작하지 않으면 이건 달성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그 순간에야만 시작해요. 일단 언어영역부터 그랬어요. 듣기평가를 하고 그냥 엎드려요. 왜냐면...언어영역을 푼다...이건 짜증나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짜증나지만 꼭 해내야 하는 일이고요. 그래서 엎드려 있거나 낙서를 하거나 하다가 30분 조금 더 남았을 때 시작했어요. 늘 아슬아슬하게 답안지 마킹을 할 수 있었죠. 


 사회/자연시간에는 일단 한시간 자고 시작하는 게 일이였어요. 그리고 대망의 외국어시간...이건 정말 아슬아슬의 아슬아슬까지 딴청을 부렸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거예요. 수능이 끝나는 순간까지는 그 해 수능이 물수능인지 불수능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외국어영역의 지문 읽기는 난이도에 따라 어떤곳에서 발목을 잡힐 수도 있고요. 제 딴에는 아슬아슬의 아슬아슬까지 딴청을 부리다가 문제풀이를 시작하는데 지문을 보는 순간 상정한 난이도보다 높다...? 그러면 큰 문제가 생기는거죠. 다음 번 수능까지 기다려야 하니까요.


 

 4.휴.



 5.하지만 이건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왜냐면...아직 시간이 많은데 문제를 풀려고 하면 전혀 풀수가 없는거예요. 아직 한계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죠. 한계 시간이 아닌 시간에 하기 싫은 일을 굳이 한다? 


 그럴 수 있으면 그건 이미 제가 아닌 거죠. 뭔가...다른 존재가 되어야만 가능한 거죠. 진짜 이순간, 당장 문제풀이를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 번 수능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지기 전엔 도저히 문제를 푸는 걸 할 수가 없었어요.



 6.그냥 마음대로 살다가 어떤...해야만 하는 일이 생기니까 이렇게 옛날 생각이 나요. 한계시간이 되어야만 비로소 움직이던 내가 그때는 어땠나 하는 거요.


 

 7.한데 요즘 하는 일엔 문제가 있어요. 한계시점...지금 당장 작업을 시작해야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계시점에 제작품을 납품할 수 있는 그 순간 말이죠.


 그 순간을 잡는 것 자체엔 문제가 없어요. 한데 문제는 그 순간을 잡았을 때 이미 하루종일...너무 최선을 다해 놀아버려서 몸이 피곤할 수가 있다는 거예요!!!



 8.그순간 느끼는거죠. 아 그렇군 내게도 이제 도망갈 수 없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하나 생긴거구나 하는 거요. 매주 상기하곤 해요. 흠. 이건 귀찮긴 하지만 꼭 나쁘진 않은 미묘한 느낌이예요.


 그래서 개발한 수법이 에너지음료를 마시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그 날이 되기 전에 미리 쇼핑을 가서 에너지음료를 한가득 쌓아놓죠.


 예전엔 마실 일이 없던 물건이죠. 왜냐면 졸음이 오면 그냥 자면 되니까요.



 9.휴...이 글에서 이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어요. 두통약을 가끔씩 먹어야 효과가 있듯이 에너지음료도 마시면 마실수록 효과가 없는거예요.


 처음에는 레드불이나 핫식스 한캔 정도로 내일 체력을 빌려 올 수 있었는데 요즘은 한캔으론 안돼요. 이리 저리 알아보니 외국 오리지널 레드불이나 몬스터는 효과가 좋다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에너지음료들은 카페인이 너무 적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외국산 에너지음료를 좀 구할 수 없나 툴툴거리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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