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파름문고> 시리즈라고 기억나시는지요? 80년대 중고시절을 보낸 여성분들이라면 혹시 기억이 나실지도...( 연식 나온다^^;;) 특히 순정만화 좋아하셨던 분들은 특히 더 추억의 시리즈들 일텐데요. 저도 한 때 저 시리즈에 푹 빠졌었죠. 무엇보다도 이 파름문고 시리즈가 참 독특했던 게 순정만화들의 원작소설이 있었다는 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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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에서도 보이지만 안젤리크나 롯데롯데 같은 경우는 일본에서 들어온 원작만화들이 있었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베르사이유의 장미> <올훼스의 창> <파라오의 무덤> <내 사랑 마리벨> <캔디캔디> 등등 다들 원작만화들이 있어서 친구들과 그때 " 대체 왜 일본에서는 이런 서구의 소설들을 순정만화로 그리는게 유행인가 " 하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게 다 뻥이었죠...다 가짜로 만든 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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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들 속표지가 이랬습니다. 챕터마다 이런 순정만화 컷들이 있었죠. 지금봐도 그 때의 설레임이 느껴지네요. ( 진짜 저 시절엔 순정만화를 어찌나 좋아했던지 )

 

그러니까 이 시리즈는 일본의 순정만화들을 그대로 소설화한 것들이었죠. 이게 원작이 아니라요. 작가 이름으로 서양 작가들 이름은 달고 있지만 그게 대부분은 가짜였어요. 젤 대표적인 이름이 마리 스테판드바이트 ( 이 사람이 무려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올훼스의 창의 원작자라고 했죠-_-;;) 절대 아닙니다. 일본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가 원작자죠. 대체 왜 이런 이상한 불법 복제를 했던지. 이 작품들 말고도 대부분이 불법 복제 번안 소설들이었는데, 몇 작품은 아닌 것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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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검색하느라 여기 저기 여러 분들의 블로그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재밌는 얘기들의 많네요. 다들 10대 시절 순정만화나 이런 류의 로맨스 소설등에 빠져서 지낸 분들이 많으신 듯. 80년대는 진짜 이런 류의 순정만화, 소녀 로맨스 소설 그리고 영미에서 들어온 '하이틴 로맨스' 시리즈까지 정말 많았죠.)


  드라마 응답하라 88에 소품으로 이 시리즈 나왔었나요?@_@ 

 

http://animana.tistory.com/entry/%ED%8C%8C%EB%A6%84%EB%AC%B8%EA%B3%A0

 

http://www.82cook.com/entiz/read.php?num=1466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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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안젤리크>는 프랑스에 원작 소설이 진짜 있었습니다. 지난 90년대에 원전이 정식으로 계약하고 국내에 들어온 적도 있고 <하버드 남학생> 같은 경우는 미국의 작가 스콧 터로우의 작품이었죠. ( 최근에 듀게 회원 분이 다시 번역하신걸로 ^^) 그리고 문제의 소설 왕녀를 위한 진혼곡.

 

이 파름문고 시리즈에 <왕녀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배경은 현대 영국이었는데, 주인공 소녀가 콘월 지방으로 놀러 가서 그곳의 오랜 저택에 머무르다가 수 백년 된 초상화의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이건 아닌가?) 가끔 그 소녀의 환영도 보다가 여튼...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얘기였는데, 이것도 10대 소녀의 성장 소설에 대한 이야기였죠. 여튼 당시의 저는 밀레이 표지의 한국 소설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작품에 꽤 실망을 하고 있었던 터라...( 표지만 좋았을 뿐...) 다시금 만난 죽은 왕녀 이야기에 기대를 걸면서 열씨미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소설은 잔잔한 기억으로 제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사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의심도 했죠. 이것도 일본 순정만화 번안 소설이겠지.

 

그랬었는데, 원작이 진짜 있네요?

 

http://blogs.chosun.com/aram1214/2009/10/20/%ec%99%95%eb%85%80%eb%a5%bc-%ec%9c%84%ed%95%9c-%ec%a7%84%ed%98%bc%ea%b3%a1/

 

루스 메이블 아더라는 영국 소설가의 작품이고 1967년도에 발표됐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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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 잘 기억이 안나서 윗 블로그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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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피아노를 아주 잘 치는’윌로’라는 이름의 영국 소녀로

어느날 자신이 부모님의 친딸이 아니라 얻어다 키운 양녀라는 사실을 알고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피아노 선생님은 윌로에게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치도록 하는데,

도무지 이 곡이 너무 어려워 손가락에 붙지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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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자신은 음악학교에 가고 싶은데 부모님은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기숙학교에다니던 윌로는 심신의 병을 얻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콘월 지방의 시골로 요양을 가는데요…

콘월에서 묵었던 여관의 방 피아노 위에서 초상화를 하나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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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내 나이 또래 여자아이의 초상화였다.
크고 검은 눈을 가진 소녀는 머리를 아름답게 땋아 올리고
자랑스러운 듯이 허리를 쭉 펴고 서 있었다.
회청색의 점잖은 브로케이드 의상을 입은 정장 차림이었다.
한 손은 드레스 위에 놓고 다른 한 손은 목에서 내려뜨려져 있는
큰 메달같은 것을 만지고 있었다. 그 메달은 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훨씬 질이 낮은 금속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에는 자연스럽게 몸에 갖추어진 기품이
어려 있었다. 그 우아하고 당당한 소녀의 분위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끌려들어 갔다.
얼굴은 결코 아름답다고도 할 수 없었으나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얼굴에 깃들어 있는 슬픈
표정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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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의 주인공은

이자벨 드 칼벨라도스라는 이름의 소녀로,

스페인 함대가 영국 해안을 침범해 전쟁이 벌어졌던 16세기에 우연히 영국으로 오게 돼

영국인의 양녀가 되었던 여자아이랍니다.

윌로는 이 방에 머물면서 꿈에서 이자벨을만나게 되고,

이자벨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면서 마침내 자신이 양녀라는 사실을 극복하고

마음의 병도 치료하고…

그리고 뭐,

이런 이야기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피아노도 잘 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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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르게 폭풍의 언덕같은 분위기가 나는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광기에 찬 로맨스도 없었고 4백년 전에 죽은 소녀가 뭐 초상화 속에서 걸어나오는...그런 류의 유령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시종일관 신비스런 분위기는 계속 있었던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이었죠. 이제서야 알게 된 건데, 그게 바로 장르가 있더군요. 바로 '고딕 로맨스'.

최근에 개봉한 영화 <크림슨 피크>도 고딕 로맨스인데, 이건 엄청 쎈 무슨 호러 영화 수준이고 이 소설 <왕녀를 위한 진혼곡>같은 경우는 <제인 에어>에 가깝다고 보면 좋을듯 합니다. (그런데 소녀가 둘이나 나오는데 로맨스가 없...;;)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이 자꾸 기억에 남았던 이유가 콘월 지방에 대한 아름다운 풍광 묘사도 있었고...( 이 소설 때문에 여길 정말 가보고 싶었었는데, 최근에 소원을 풀었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영국까지 날아간 건 아니고 얼마 전 EBS에서 방영한 영국 드라마 <폴닥>의 배경이 여기 콘월이었거든요. 진짜 언덕에서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지는데, 이 소설에 묘사된 것과 똑같은 풍경이더군요. 주인공 소녀 윌로는 가끔  초상화의 소녀 이자벨에게 빙의 되서 한밤에 언덕을 질주하거나 폭풍우가 몰아칠 때 콘월의 해번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니기도 했는데...( 출생의 비밀에다가…이렇게 분위기를 깔면서도 끝내 별 일이 없...진짜 틴 에이저 소설이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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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드 폴닥 보면서 콘월의 아름다운 해변 실컷 구경했습니다. 이 드라마 주인공 폴닥은 해변의 언덕 위로 말을 달리곤 했는데, 진짜 멋지더군요.)

 

 

 

하지만 소설 내내 고딕스런 분위기 이외의 다른 긴장감이 끊임없이 깔려 있었습니다. 이건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일인데, 16세기 막판에 벌어졌던 스페인 무적함대의 영국 해안 침공이었죠. 영국인인 작가로서는 수 백년 전 스페인 귀공녀의 이야기를 하려니, 아무래도 자기네 역사의 큰 사건이었던 무적함대와의 전쟁이 자동으로 떠올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덕분에 수 백년 전의 스페인 소녀는 낯선 영국 땅에서 살면서 주변 사람들의 ' 적대국가의 소녀' 라는 싸늘한 시선에 시달리고 있었죠. 이것 때문에 어떤 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확실히 초상화 속의 소녀를 비극적으로 느끼게 하는 무엇인가가 드리워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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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메이블 아더가 왜 하필 초상화의 소녀를 스페인에서 온 소녀로 했을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벨라스케스의 이 그림 때문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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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스케스, 시녀들, 1656

 

( 박민규가 소설의 표지로 쓰기도 했죠. 제목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나 루스 메이블 아더나 모두 프랑스의 음악가 모리스 라벨의 무곡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소설의 영감을 받았고요.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43282

 

.....이 가운데 라벨 또한 폴리냑 공작부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수혜자로서 그녀를 위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작곡, 헌정했다. 이 작품은 1899년에 완성되고 1900년에 출판되었는데,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그의 친구이자 스페인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리카르도 비녜스의 연주로 [물의 유희]와 함께 1902년 4월 5일 초연된 이후 급속도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 죽은 왕녀가 헌정자인 폴리냑 공작부인이 아닌가라는 세간의 관심에 대해 작곡가는 “이전 시대 스페인 궁전에서 춤을 추었을 어느 어린 왕녀를 위한 기억”이라 설명하며 제목이 특정한 인물이나 대상을 가리키지 않고 오직 단어들이 주는 음률에 따라 제목을 선택한 것임을 피력했다. 그러한 까닭에 연주가들이 필요 이상의 상상이나 해석을 하는 것을 그는 철저히 금지했다.....

 

 .....5분여 동안 진행되는 이 조용한 피아노곡은 [스페인 광시곡]이나 [볼레로] 등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스페인 취향에 라벨이 일찍부터 심취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샤브리에 풍으로서 형식이 빈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던 라벨은 오히려 이 작품이 형식적인 엄격함과 화음의 정교함을 바탕으로 연주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처음에는 연주자에게 극단적으로 느린 템포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은 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이지 왕녀를 위한 죽은 파반느는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음악에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한 조금 빠른 템포를 허용하게 된 탓에 현재와 같은 빠르기로 정착될 수 있었다.....

 

 

제목에 대한 재밌는 일화도 있네요.

 

사실 모리스 라벨은 자신의 곡에서 언급한 그 '스페인 왕녀'가 누군지 자세히 언급은 하지 않았죠. 그래도 누구나 다 자동반사적으로 '스페인 왕녀' 하면 저 벨라스케스의 초상화 시리즈의 주인공 마르가리타 왕녀를 떠올리나 봅니다.

 

사실 그럴만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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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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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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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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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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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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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6년 ( 다른 화가의 작품)

 

이렇게 드라마틱한 공주의 성장과정이 담긴 일련의 초상화가 있는데, 게다가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이기도 하니 더 말할 나위가 없는.

( 라벨이나 루스 메이블 아더나 박민규 까지...그런데 유흥종만 밀레이의 그림이군요.)

 

 

 

 

그리고 오경아의 순정만화 <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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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잔잔한 스토리의 서정적인 단편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던 오경아 선생의 작품치고는 이색적이었죠.

그러고 보니 이 작품도 환상적인 요소가 있는 고딕 로맨스였습니다. ( 아름다운 유령 남매와 전혀 다른 흐름의 시간 속에 사는 남자 주인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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