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6.01.03 02:26

여은성 조회 수:725


 1.새해연휴내내 잡담글을 계속 쓰게 되네요.


 

 2.아까 전에 강적들 재방을 틀어주길래 들었는데 진심으로 기분이 나빠졌어요. 대학생들 모아놓고 헬조선과 흙수저 얘기를 하면서 좀 심각한 척 하더니 결론은 그냥 다같이 박수 한번 치고 올해 노력하면 다 잘 될 거라는 거였어요. 왕족과 귀족과 서민과 천민으로 나뉘어진 이 나라에서 그럴 리가 없잖아요. 


 

 3.살아오면서 매순간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어요. 징징거리는 녀석이라는 소리를 들을지 철들은 녀석이라는 소리를 들을지 말이죠. 어느 쪽이 내게 더 이익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그냥 잔소리라도 덜 들으려고 철들은 녀석 코스프레를 하곤 했죠.


 군대를 갔다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정확히는 훈련소겠죠. 더욱 정확히는 훈련소에 가기 전, 보충대라는 곳이겠죠. 가엾은 청년들을 어디로 보낼지 선별하는 바로 그곳 말이죠.


 이건 언젠가 썼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보충대에 갔다가 다음 날 아침에 깨달았어요. 지금 인신매매를 당하는 중이라는 걸요. 국방의 의무라고 포장되어 있지만 최저시급을 주지 않잖아요. 주려면 줄 수 있는데도요. 그러니까, 실상은 2년을 갈취해도 찍소리도 못하는 만만한 청년들만을 납치하는 곳이죠. 왕족들이나 귀족들은 군대에 오지 않으니까요. 


 이런 곳을 군대라고 칭하고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군인이라고 칭하는 건 다른 나라에서 운영되는 진짜 군대와 다른 나라에서 복무하는 진짜 군인들에게 모욕을 가하는 거라고 여겨졌어요. 그래서 다음에 다시 올 수 있으면 오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빠져나왔죠.


 

 4.휴.



 5.사실 그때까지는 진짜로 갈취라고 할 만한 걸 당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한번 당하고 날 뻔 하니 마음 안에서 날이 바짝 섰다고 해야하나...뭐 그랬어요. 그리고 그 느낌은 아직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어요. 포장질에 당해선 안된다는 거요. 포장질에 속아 주는 건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 가디건을 살 때나 하는 거라는 걸요. 

 

 그리고 '국방의 의무'나 '철든 녀석'은 상대를 편하게 다루기 위한 프레임 짜기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았죠. 그래서 그때부터는 도련님 모드로 매순간 징징거림을 시전했어요. 모든 것에 징징거리는 건 아직까지도 잘 관철해 오고 있어요. 



 6.뭐 그런 면에서 보면 잠깐 군대에 갔던...갈 뻔했던 경험은 제게 좋았던 것 같기도 해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잠깐씩 좋지 않은 경험을 하는 건 꽤나 도움이 되긴 해요. 충격에 대한 수십 메가의 텍스트를 읽는 것보다 단 한 순간 충격을 맛보는 게 사람을 성장시키거든요. 겁쟁이로 만든다고 해도 좋고요. 어떤 것에 대해 확실한 포비아를 갖는 것이 강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돈을 꿔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때 어떻게 하면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금융위기때 엿을 먹어 본 뒤론 그게 너무 쉬워졌어요.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되거든요. 


 '와하하, 꿔주기 싫어. 왜냐면 돈은 목숨보다 귀중한 거니까.'라고 말해요. 그래도 상대가 꿔달라는 말을 하면 '와하하'는 빼고 돈은 목숨보다 귀중한 거라는 말만 반복하면 돼요. 상대가 떨어져나갈 때까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왜냐면 진짜로 그렇게 믿게 됐으니까요. 진짜로 그렇게 믿기 때문에 계속 웃으면서 그 말을 반복할 수 있어요. 포비아의 힘이죠.



 7.포장질을 혐오하는 저는 그래서 말이 너무 많은 녀석들을 믿을 수가 없어요. 최근에 믿음이랄까...경외감이랄까 하는 걸 느낀 건 공기밥을 옮기는 서버를 봤을 때예요.


 저는 고깃집에서 나오는 쇠로 만든 밥그릇을 못 만지거든요. 너무 뜨거워서요. 그래서 서버가 무표정한 얼굴로 쇠 밥그릇을 척척 옮길 때 경외감이 들었어요. 얼마나 오래 저 쇠 밥그릇을 만져야 지금 막 밥을 퍼서 맥시멈으로 뜨거운 쇠 밥그릇을 아무렇지도 않게 손댈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죠. 술자리에서 실제보다 대단해 보이려고 헛소리따윌 해대는 녀석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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