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이 개봉 첫주에 백만 관객을 넘기며 1위로 화끈하게 출발했네요.

흥행에 비해 듀게에서는 별로 관련글이 없어서 이미 본지 3일이나 지났지만 글 하나 보태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시사평이 안 좋아서 기대를 버린 탓인지 몰라도 질적으로도 괜찮더군요.

강풀 원작 영화 중 흥행은 가장 좋은 성적이고 영화의 질 역시 가장 나은 편입니다.

여러 가지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게 제일 나은 편이라는 슬픈 현실...-_-;

 

 

저는 강풀 작가의 원작을 좀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강풀의 순정만화 시리즈는 별로 취향이 아니지만 미심썰 시리즈는 다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이웃사람은 타이밍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죠. 그렇지만 어게인은 별로..

그래서 매번 실패전적에도 불구하고 영화화 소식에 기대가 컸고, 다른 강풀 원작 영화들에 비해

사상 최고로 싱크로 돋는 캐스팅에 기대는 더더욱 커져만 갔죠.

그리하여 결과는...? 중반부까진 만족, 후반부는 실망, 합계는 그럭저럭 괜찮네 입니다.

 

원작을 다 알고 있음에도, 크게 변한 내용 없이 그대로 진행돼감에도 불구하고

중반부까진 제법 딴 생각할 틈도 없이 긴장감이 잘 유지됐던 것 같아요.

좀 미흡한 면도 있었지만 인물들이 하나씩 살인법의 정체에 대해서 감지해내고 각자의 방법으로

고민하거나 갈등하면서 살인범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제법 흥미진진했었죠.

이 부분은 원작의 힘이기도 하고 캐릭터의 힘이기도 하고 배우의 힘이기도 하고..

각각의 힘이 그럭저럭 불만스러운 부분들을 덮을 만큼 괜찮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지요.

그리고 캐릭터+배우의 힘만큼이나 효과적이나 작용한 부분이 로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재개발 추진 중인 칙칙한 빌라단지의 그 음침함이라니...

실내 장면은 세트였겠지만 암튼 외관이나 우거진 나무들이나 정말 딱 적절했어요.

그 칙칙한 빌라단지를 더욱 칙칙하게 비추는 화면톤도 그렇고...

 

살인범이 최종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사람들이 살인범을 향해 움직이는 클라이막스 장면만

조금 더 긴장감 있게 진행됐어도 이 영화에 기꺼이 엄지손가락을 세워줄 수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후반부가 더 아쉽기도 합니다.

 

아무리 많은 인물들을 한꺼번에 제한된 시간 안에 다루는 게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영화가

택한 방법의 과정-각각 인물들의 추리와 활동을 축소하는 것-이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죠.

가장 아쉬운 것은 살인범이 가방가게 아저씨를 바로 처치할 수 없었던 이유를 얼렁뚱땅 넘긴

거였는데 아저씨가 피자 영수증(..인지 포장지였는지;)을 삼킨 부분을 마지막 에필로그에

살인범이 뭔가에 무서워서 날 처치 안 한 거 아님?? 하는 식으로 대체한 것 같진 않거든요.

경비원 아저씨나 피자가게 총각이 지하실로 모이는 과정도 뭔가 당위성 있게 움직인다기 보다는

그냥 때가 됐으니까 모여라 하는 분위기인 것도 좀 애매하구요.

무엇보다 가장 긴장감이 터질듯 넘쳐야할 지하실 장면에서 인물들의 동선이나 액션도 느슨하고,

거기에다 슬로우모션 편집에 어설픈 유령변신 CG에.... 전혀 긴장감이 없었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특히 경비원이 살인범을 내리치기 직전의 소녀 유령은 정말이지 너무 어설퍼서 할 말이 없다능..;;

죄책감유령(김정태가 연기한 그 유령..이라기 애매하지만 이렇게 지칭하기로 하죠;)의 농간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영화 전반에 죄책감유령의 활약이 너무 미비했어요.

게다가 듀나님이 리뷰에도 지적하셨듯 원작에서 마지막 순간에 경비원에게 환영을 불러일으키고

살인범에게도 끊임없이 환영으로 나타나는 교복 소품을 왜 없애버렸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이게 인물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뭔가 복잡한 장치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세트 한구석에

세워놓기만 하면 되는 거고, 그로 인해서 이야기의 흐름이 훨씬 매끄러워질텐데 말이죠.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잘 봤습니다.

 

또 좋았던, 그러나 애매했던 것 하나를 지적하자면 새론양의 캐스팅인데요.

보호해줘야할 것 같은 마른 몸과 새까만 눈동자의 효과 덕인지, 새론양이 살해당한 피해자이자

모두의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등장한 것은 어떤 면에서 정말 적절한 캐스팅이었어요.

피해자로 등장할 때의 수북한 단발머리가 너무 가발스러워서 좀 부담스러웠던 걸 제외하면

비쥬얼적으로는 정말 완벽한 캐스팅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연기도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좋았고..

그런데 문제는, 이 소녀가 아무리 교복을 입고 돌아다녀도 제 눈엔 중학생으로 안 보인다는 거죠.;

2000년생이니까 실제로도 우리나이 13살,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이죠?

딱히 발육이 좋거나 얼굴이 성숙해보이는 타입도 아닌 아이고..

그런데 극중에 정확히 몇살로 설정됐는진 모르겠지만 내일모레면 고등학생인 애가 어쩌고 하는

장영남의 대사로 볼 때 중1은 최소한 아닌 것 같은데 제 눈에 새론양은 중1도 너무함....

그러다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여리디 여린 어린애한테 교복 입혀놓고 관객들의 보호본능과

죄책감 자극을 위해 너무 애쓴다..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새론양 외에도 캐스팅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우선 좋았던 사람은 마동석과 임하룡, 김정태 그리고 의외로 장영남...

마동석은 미안하지만.... 정말 지금까지 맡았던 그 어떤 배역보다 몸에 짝 붙네요.

욕도 찰지고 액션도 찰지고 문신도 정말 잘 어울리고....^^;

임하룡도 정말 싱크로율 장난 아니고, 장영남 너무 귀여우시고...

김정태는 지하실씬의 아이디어는 별로였지만 분량에 비해 임팩트 있는 연기, 좋았습니다.

천호진, 김성균은 그냥 딱 기대했던 만큼.. 피자가게 청년도 의외로 괜찮았구요.

유일하게 별로였던 캐스팅은 김윤진........ 좋아하는 배우지만, 별로더군요.

그냥... 김윤진의 '엄마' 연기가 좀 질립니다. 아마도 세븐데이즈 때부터 계속 비슷한 캐릭터였죠.

뭐, 그 나이대 여배우로써 배역 선택에 한계가 있긴 하겠습니다만 김윤진의 경우엔 매번

너무 비슷한 캐릭터를 골라서 너무 비슷한 연기를 선보이니까 좀 전략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어떤 면에선 현명한 전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질리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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