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쓰다가 말았던 글인데 어젯밤에 분탕질을 보고 다시 정리하게 되네요,

ECHOIC님의 변호라고 했지만, 사실 전부 제 얘기이고 제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ECHOIC님에 대한 변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 

 

저는 일베에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이 현상에 대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현재 자라는 세대에게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가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악의적으로 질나쁜 이데올로기로 분위기를 이끄는 배후세력(?)이 있겠지만

절대다수의 이용자는 호기심과 막장 분위기에 키득키득대다가 악의적인 이데올로기에 물들어버린 사람이겠죠.

 

누구나 주류에 반대되는 행동, 금기시된 것,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욕망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일베충이 된다는게 사춘기 청소년이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심각성을 모르면 그냥 쿨하고 재미난 놀이에 불과할 수도 있죠. 인터넷에서의 왕따놀이 비슷한 것일 수도 있구요

 

그런 이유에서 일베유저 전체에 대해서는 악감정이 없고 비난할 생각도 없어요.

대부분은 악질 선동에 동원된 피해자들이고,  설득시키고 계몽시켜야 할 사람들입니다.(그래요, 전 계몽주의자입니다)

 

그들이 살인모의나 강간모의를 했다면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주된 원인이지

그들이 원래 살인, 강간을 할 사람들이라고 보긴 어렵겠죠

걔 중에 구제불능으로 전락한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핵심을 이루는 악질 프로파간다 집단이 문제일테고. (이들도 넓은 관점에서는 피해자일 수 있지만 이건 주관적인 인간관이니 배제할게요)

이들이 엄밀한 의미의 일베충이죠.

 

사실 이 놈들에 대한 분노는 저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입니다.

이 놈들이 저에게는 그냥 반동세력이기 때문이예요.

조선일보 및 부패한 보수세력이 그 동안 해오던 것과 방식이 다를 뿐이지,

권력을 탐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세상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을 일삼는 놈들이죠.

예전처럼 형식을 갖추고, 익숙한 방식으로 하는게 아니라

인간의 추잡한 욕망을 거름삼아 원색적이고 선정적으로 드러난 것 같아요.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해서 말이죠.

 

기존의 이데올로기가 원색적이고 선정적으로 표현되었고, 여성비하, 폭력성 등이 극단적으로 드러났기에 

큰 혐오감과 분노를 일으키고, 정치적 스펙트럼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해악으로 규정될 수 있겠지만

저에게

그 본질은 그냥 반동세력이 항상 시도해오던 개수작처럼 보입니다. 폭력, 여성비하 등의 극단적인 부분들은 부작용처럼 느껴지구요

 

저에게는 일베충이 새롭게 등장한 적이라기보다는

예전부터 저와 꾸준히 전선을 형성하는 적들에 가깝습니다.

이들과 싸우기 위해 저는 10년전에 진보정당에 가입했었고,  요새는 그냥 당비만 냅니다. ㅠㅠ

 

물론 듀게 회원분들의 정치적 성향은 다양하니까 저랑은 다르게 생각하실 분도 많겠지요.

 

일베의 반인륜적, 반사회적인 표현의 해악을 크게 문제삼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고

저처럼 일베의 반역사적 이데올로기에 보다 주목하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2.

 

 

저는 몇몇 듀게 회원분들의 일베충에 대한 경멸과 분노, 대응방법이

악질 선동의 피해자이면서 계몽 대상인 다수와

악질 선동가와 그 의도를 구분하지 않고

"퇴치되어야 할 일베충"으로 도매급으로 몰아붙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차적으로 일베를 사회현상으로  보고

그들이 그렇게 되어버린 원인 속에서 문제를 찾고,

이해와 타협 불가능한 부분에서 적들을 구별해야 하는데

 

일베라는 결과물과 집단을 

분노의 대상, 척결의 대상, 타협불가능한 집단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섬세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이 어떤 분에게는 파시즘의 심리현상과 유사하게 느껴졌을 것이고

저에게는 그들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없이 그냥 적대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섬세하지 않은 관점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을

양비론이라고 매도한다면 그것은 소통의지가 없는 것이겠죠.

 

"과연 그들이 구제가능한 놈들이냐? "

"인간이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할 수가 있느냐? 저 따위 소리를 하게 가만히 놔두자는 말이냐?"

 

저는 대다수는 구제가능하다고 보고,

인간은 어떤 조건에서 아주 악랄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척결해야 할 대상은 사람을 악랄하게 만든 환경과

그런 악랄한 환경을 조성하는게 자신의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놈들입니다.

대다수 일베유저들은 그런 악랄한 환경이 조성됨으로서 그 스스로가 피해를 입습니다.

 

일베문제를 바라볼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관점은

그 대다수 일베유저들을 어떻게 그 악랄한 환경에서 구해낼 것인가? 입니다

 

 

3.

 

표현의 자유문제에서

 

가.헌법상 표현의 자유

나.현행법상 표현의 자유(특정 표현에 대한 처벌가능한 법률들)

다.각 개인이 지향하는 표현의 자유

 

세 가지가 다 다릅니다

현실적으로는 두번째를 이용해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죠.

어떤 사람이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 관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현행법상 처벌에 대한 반대하거나 신중론을 펼 수 있다고 봅니다

반대의 경우로 현행법을 강화하자거나, 현행법 외에 자구적인 노력을 취하자는 강경론이 있을 수도 있구요

 

이건 정말 개인의 성향 문제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욕설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고, 명예훼손죄, 모욕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죠.

이런 법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일베충에게 아예 현행법을 적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듀게에 그런 분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문제까지 논할 필요도 없이,

현행법 적용에 대해서 되도록 신중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왜 물타기로 평가되는지 저는 도무지 납득 할 수가 없었습니다.

댓글을 주고 받으면서 감정이 상해서 서로 상처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말이죠.

ECHOIC님은 일베충에게 현행법 적용하지 말자고 한 것도 아니고, 역풍을 고려해서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것이 전략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라고 얘기한다면 일리가 있겠으나 

이를 두고 일베충에 동조하는 주장이고, 표현의 자유를 핑계삼아 물타기를 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마타도어일 뿐입니다.

 

 

4. 전략적인 접근

 

일베 문제에 있어서 반동세력은 취약한 고리를 드러냈습니다.

반사회적, 반인륜적 주장이 자신들이 몰래 주장해오던 이데올로기와 공존하고 있으니까요.

썩은 정신머리에서 자신들의 이데올로기가 유지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겁니다.

 

이건 대중들에게 여론으로 판단시켰을때 당연히 이기는 게임입니다.

일베주의(?)는 공론화 시킬수록 반동세력에게 불리해지는 것이죠.

 

반동세력과 일베와의 연관성만 입증시킨다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일베를 폐쇄시킨다면 그것이 과연 유익하기만 할까요?

그건 명예훼손과 모욕죄를 회피하는 제2, 제3의 일베를 계속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으며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의 자기검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베에서 반사회적 범죄모의가 이뤄지고

반동의 싹이 자라고 있다면

그것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논리와 근거로서 고립 압살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옳은 길이 아닐까요?

 

악질적인 핵심세력은 정치적으로 패퇴시켜야 하며,

설득불가능한 꼴통이라면,  그 입을 막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주변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됩니다.

그 주변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교화될 겁니다.

 

 

(물론, 저는 일베사건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일베를 꼭 폐쇄시키는 게 옳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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