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될지 모르지만, 책 내용은 책소개에 나온 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

 

호시노 유키노부는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작가도 아니고, 일명 '덕후'들이 좋아할만한 작가도 아니지만, SF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은 다들 인정하는 작가에요.

대표작으로는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장편 2001 밤 이야기가 있고, 그외에 장편으로 블루홀-블루월드 연작이 국내 번역되었었고, 단편집으로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등이 나왔습니다.

 

이 작가는 말랑말랑한 Space Fantasy나 라이트노벨의 만화판 같은 SF 가 아니라 아더 C 클라크를 연상시키는 정통 하드 SF 를 만화로 그린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장점도, 단점도 아더 C 클라크랑 판박이 입니다. 현재 지식수준에서 무리가 되지 않는 최신 이론 또는 가상의 이론을 활용해서 SF 적인 경이감을 선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이디어를 전개하느라 바빠서 정작 주인공들이 인간미가 없고 갈등도 적다는 것이죠.

 

이번에 국내 번역된 신작 '문 로스트' 역시 호시노 유키노부의 장/단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날 거대 운석이 지구로 다가옵니다. 이 운석이 지구에 낙하하면 인류 절멸은 필연적이 되고, 그에 따라 인류는 나노블랙홀을 이용해 그 운석을 파괴하려고 시도합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이었던 나노 블랙홀 이론은 계산대로 실행되지 않고 폭주하여 지구는 그 반려였던 달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달을 잃어버린 지구는 조석간만이 사라지고, 자전축이 회전하게 되면서 엄청난 자연재해를 겪게 되고 인류는 달을 대신하기 위해 나노블랙홀 기술을 보완하여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를 끌어오려는 계획을 실행하게 됩니다.

 

스토리는 거의 에우로파를 끌고 오기 위해 출발한 3척의 우주선에 집중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나노블랙홀 계획을 제안한 프로스트 박사와  프랑스인 여성 우주비행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솔직히 대사 몇개 하고 사라지는 캐릭터들도 많습니다.

 

다 읽고 나서 아쉬운건, 이 거대한 이야기를 겨우 2권으로 그렸다는 점입니다.

거대한 자연재해를 겪고 나서 인류가 겪는 위험과 그에 따라 통합되어 가는 과정. 에우로파 계획 실행에 따른 국가간의 갈등을 겨우 몇페이지 밖에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외에 목성까지의 기나긴 여정은 너무 간략하게 그려져 있구요.  아마 어느정도 검증된 스토리 작가나 편집자와 함께 진행했다면 2권이 아니라 20권이 되었을 수도 있는 소재였을 겁니다.

 

어느 잡지에 연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만화잡지보다는 대중과학잡지에 연재되는게 어울린다고 할까요?

SF 팬이라면 꼭 소장해야할 작품이긴 하지만, 굳이 점수를 준다면  소재/아이디어 90점, 그림 90점, 스토리 진행 및 편집면에서는 60점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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