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의 연애가 끝이 났어요.

2015.12.10 13:07

avdub 조회 수:3101

1500여일 채웠네요. 그 동안 잘 해주려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며칠 생각해보니 노력하는 방향이 잘못 되었던 것 같아요.

잘 해줄게 아니고 잘 해야하는 거였어요.


3년간 상대방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 때였고 상대적으로 저는 여유가 있었기에 제 생활은 적당히만 챙기고 최대한 맞춰주려 노력했어요. 그러다 마지막 1년은 저마저도 매일같이 몇시간 못 자며 일을 했어요. 당연히 가능한한 애정과 관심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그마저도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서는 최소량에 불과했겠고요.

아무튼 결과적으로 저를 지겨워지게끔 만든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사람이고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는 사실 이전에도 다른 사람에게 들었던 말이예요. 이젠 다소 완곡을 의도한 말이라는 걸 알죠.


이런 저런 점이 좋았고 그 점을 존경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존경할만한 '어떤 종류든'의 모습은 관계 중에 계속해서 갈고 닦고 새로 만들어야하죠. 언제나 새로울 것까지는 없어도, 함께 변하고 발전해나가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단지 근 1~2년은 특히나 여유가 없었고 상황이 둘 다 여의치 않았냐고 되묻고 싶지만,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했어요. 저는 열심히 일을 하는 대신 씻는걸 포기한다든지, 인간 관계를 어느정도 포기한다든지, 취미 생활을 그만 둔다던지, 그렇게 선을 긋고 지냈거든요.

 

설레는, 애정하는 마음이 든다기보단 익숙해져서 그저 '편함', 언제나 누구보다도 만만하게 편하다는 그 느낌 하나만으로 그간 끌어온 것 같다..

앞서 말한 것들과 어느정도 관계가 있죠. 그치만 별개로, 최소한 설렘과 애정감이 늘상 느껴지는 관계..는 오래지 않고, 어느정도 유지하는 것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건 스스로 만들고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믿고요. 그렇게 마음을 먹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믿어요. 그렇게 해왔고요. 저라고 그렇지 않았겠어요.. 

이게 유일하게 제가 항변할 수 있는 점인데, 이것 뿐이죠. 다른 건 아직도 서툴렀네요. 


지난 밤의 다짐은, 부담이 될 정도로 내가 아닌 너에게 올인하지 않기, 언제든 가시적인 활동 -취미나 직업, 특기-를 계속 살리고 갈고 닦기, 어떤 상황에서도 깔끔하게 유지하고.. 안 좋은 습관들 마저 고치기.


관계도 적당한게 좋죠, 과한건 언제든 좋지 않네요. 또 정도를 잘 파악해야하죠, 틈틈히 계속해서 말이예요. 

마음 속으로 온갖 평가와 계산, 후회와 망상들이 떠오르는 와중에 애써 온건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았는데

거기에 더해서 피지컬적인 발전도 계속해서 이뤄내야한다니. 사실 조금 벅찬 느낌도 있긴 해요.


사랑하고 또 위해주고 모든 걸 주고 싶은 뭐 그런 감정들이 아직 더 좋다고 생각도 들어요.. 이건 안되는거 아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듯) 이 생각도 아직 조정이 잘 되지 않네요, 마음 속으로 진짜 그렇다고 믿어지지가 않아요. 뭔가 근거를 만들고 이해를 해야하는데.. 경험 부족이겠지요?


아무튼, 처음-이자 마지막이리라 생각했던- 장기간의 연애였는데, 생각보다 정리가 쉽지 않더라고요. 무슨 티비 리모컨만 눌러도 함께 했던 특정 행동들이 생각나거나, 좋아하는 음료수, 음악, 핸드폰 어플, 침구, 배고플 때 생각나는 동네 식당까지 뭐 하나 관련이 없는 것이 없어요. 미련이 계속 남아요. 

왠걸 오늘은 심지어 갑작스레 일도 없어져서 멍하게 붕 뜬 한나절이 예정되어 있어요.

다행인건 2개월 여만 어떻게든 버티면 완전 새로운 동네와 직장으로 옮겨간다는 것 정도.


물론 엄청나게 많은 아쉬움을 느낍니다 지금으로서는. 한편 버티다보면 괜찮아지겠죠. 다 알지만..

이렇게 정리하고 객관화시키는 과정에서 그 괴로움이 더 쉬이 줄어들거라 생각해서.. 오랫만에 여기 들어와봐요. 그 전의 좋은 추억도 떠오르고 해서..

뜬금 이상한 글 써서 죄송합니다. 

연애 중에는 트위터도 듀게도 페북은 말할것도 없고 거의 닫고 살았는데, 다시 종종 눈팅 하겠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80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33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052
107809 전 저에 대한 악플은 참을 수 있습니다. [11] 제주감귤 2011.01.27 3147
107808 중국음식점에서 남자 혼자 먹을만한 저녁메뉴 [16] Apfel 2011.01.27 3550
107807 참치집에서 실장님 번호 딴 얘기. [15] Paul. 2011.01.27 4123
107806 박찬욱 감독 파란만장 1월29일 토요일 6시 관람원하시는분~? [8] SH17 2011.01.27 1122
107805 기겁한 고양이? [7] 폴라포 2011.01.27 2113
107804 [바낭] 깊은 밤, BBC 셜록을 보고 있습니다. [7] 포아르 2011.01.27 2541
107803 손흥민과 홍정호 [6] 자본주의의돼지 2011.01.27 2051
107802 온라인상 태클 거는 사람들 대응방법? [13] 라디오스타☆ 2011.01.27 1832
107801 함수 '엠버' 돌아왔군요. [12] 자본주의의돼지 2011.01.27 4310
107800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7] 말린해삼 2011.01.27 1814
107799 ... [9] lonegunman 2011.01.27 2670
107798 어제 [추적 60분 - 삼성 직업성 암 논란] 편 [5] Neverland 2011.01.27 1439
107797 일일드라마 폭풍의 연인 [4] mii 2011.01.27 1758
107796 길고양이가 계속 늘어나서 큰 일이에요. [10] 늦달 2011.01.27 2226
107795 집단의 개인에의 공격성, 그리고 인터넷에서의 폭력. [3] egoist 2011.01.27 1520
107794 To. Gloo님 [19] 생귤탱귤 2011.01.27 3532
107793 컴백 쥬얼리, Back it up MV [2] 메피스토 2011.01.27 1421
107792 이런 이야기 Apfel 2011.01.27 1278
107791 사생활 노출했으니 이런 댓글을 예상못할 리가 있냐 라니.. [8] maxi 2011.01.27 3887
107790 드디어 내한 하는 군요. [5] fuss 2011.01.27 198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