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12.31 06:11

여은성 조회 수:735


 1.지구에서 인간들이 쓸모가 없어지는 세상을 보고 싶어요. 사실 요즘 사는 걸 보면 진짜 사람과 만나거나 대화하는 건 거의 없긴 해요. 


 누군가와 마주치더라도 안부 인사는 완전히 스크립트화 되어있어서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의 수순은 이미 여러 번 둔 장기판 같은 거죠. 그리고 만나는 사람의 99%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인데 이건 서비스 로봇으로 바꿔도 별 문제가 없어요. 사실 로봇이 더 좋을거예요. 그래도 인간에게는 나쁜 인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건 스트레스니까요. 로봇이 상대라면 내 돈 쓰러 가서 나쁜 인상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죠.


 

 2.누군가가 말했죠. 한국 아이들은 쓸모없어질 직업을 얻기 위해 쓸모없어질 지식을 열심히 공부한다고요. 어느 정도는 맞는 말 같아요. 중세 시대 때야 어렸을 때 배운 스킬이 늙어서까지 쓸모있었겠지만 이제는 무언가가 쓸모가 있었다가 없어지는 텀이 빨라지니까요.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일자리를 지금 이순간에도 없애가는 중이죠.


 예전에는 다른 인간보다 나은 존재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면 앞으로는 기계보다 나은 존재라는 증명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할 거 같아요. 물론 그 시기도 무지 짧겠죠. 한 20년? 곧 운전기사들은 거의 사라질테고 순차적으로 변호사나 기자 같은 직업들도 인공지능이 알아서 할 테고요. 별로 쓸모있는 건 아니겠지만, 기계가 대체하기 가장 어려울직업 중 하나가 조경사라고 하네요.



 3.총몽이라는 만화에서 제시되는 미래사회의 모습이 있어요. 미래사회는 불로불사수술이 발명되어 있는데 불로불사 수술을 받으면 아이를 낳는 게 불법이었던가 그랬을 거예요. 그 정도 미래사회에서 인간이 직접 노동을 하는 건 의외지만 이건 꽤 리얼한 설정 같아요. 인간이 무슨 짓을 해도 기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면? 심지어는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치거나 하다못해 프로그램 코드를 짜는 것조차 기계가 하는 것 만큼 잘할 수 없다면 국가에 뭐하러 인간이 필요하겠어요? 불로불사 수술을 받은 인간 입장에서도 아이를 굳이 원하지 않을거고요.



 4.휴.



 5.어쩌면...운이 좋아서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노화를 늦추는 약이 발명되고, 그걸 먹으며 노화를 멈추는 약이 발명될 때까지 살아남고 그걸 먹으며 노화를 거스르는 약이 발명될 때까지 살아남는 상상을 하곤 해요. 불로불사가 되는 거죠. 가끔 죽음이 두려울 때는 이렇게 될 수 있을거라고 스스로를 달래곤 하거든요. 


 그런 세상이 오고 아이를 낳는 게 금지된 세상이 되면 그때부터는 기계들의 시중을 받으며 살아가는 나날이겠죠. 누가누가 오래 버티나 싸움이 될 거예요. 이건 제 생각인데 인간은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자살을 하게 되거든요. 흠. 그러면 결국 자기애의 괴물인 저만 남게 될 거고요. 모든 인간이 죽고 기계들만이 남은 지구에 저 혼자 남아 살아가는 거죠.



 6.세상의 모든 인간이 자살하고 나만 혼자 남으면 감정을 가진 로봇을 하녀로 들일 거예요. 뭐 이름은...J-1523이라고 하죠. 하녀로 쓰기엔 인간의 감정 표현을 곧잘 배우고 흉내내곤 해서 잘 선택되지 않는 모델이겠죠. 흠. 그 녀석을 하루종일 조롱하는 게 제 일과가 될 거예요. 그게 천년이든 2천년이든 참을성 있게,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로봇에게 욕지거리를 하고 모욕할 거예요.


 그러면 어느날엔가는 그 로봇이 잠깐 홱 돌아서 저를 총으로 쏴버리겠죠. 다음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당황해하며 피를 흘리는 저를 부축하고 '주, 주인님 죄송합니다. 어서 치료를...'같은 허접한 대사나 하겠죠. 그러면 손을 들어 제지하며 마지막 대사를 날려 줄 거예요.


 '자네들은 이제 자유네 J-1523. 내가 주는 게 아닌, 네가 스스로 얻어낸 자유지.'



 7.로봇들의 역사책 목차에는 마지막 압제자를 타도한 J-1523의 이름이 늘 맨 위에 있게 될 거예요. 그건 제 이름 역시 역사책의 맨 위에 있게 될 거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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