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추적 60분]에서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암 발병과 소송문제 관련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보신 분들이 꽤 많을 것 같네요. 

저는 중반 정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삼성전자 노동자의 암 발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놓고 정부측(근로복지공단)이 노골적으로 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참 할 말을 잃게 되었습니다.

 

암이 회사 내 작업 과정에서 발병한 것인지, 다른 개인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의무를, 소송을 건 '개인'에게, 그러니까 노동자 측에 요구하고 있더군요. 

게다가 노동자들이 소송에서 패소한 후 다시 이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이 내세운 변호인단이 삼성의 변호인단이었다는 사실은 뻔뻔함의 도를 넘어선 것 같았습니다. 

이런 대기업과 노동자의 싸움에서, 누가 보아도 엄연히 약자라 할 수 있는 노동자 측의 소송을 묵살하기 위해 정부가(그것도 '표면적'으로는 노동자의 권익에 대한 안전망을 쳐줄 의무가 있는 근로복지공단이) 대놓고 기업과 편을 먹은 후 노동자 측에 '과학적 증거'를 대라고 하니.. 이것은 의학이나 과학 등 전문 지식에 기초한 논문 발표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느 노무사는 이러한 경우, 소송자 측이 '과학적 증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꼭 과학적인 증거가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정황'에 기대어 판결한 선례가 있다고 지적하더라고요.

 

마지막에 한 의대 교수가 인터뷰를 하며, 이것이 한 기업에 대한 싸움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제조업 등 산업에 종사하는 전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 나아가 불합리한 시스템 개선 문제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이 삼성전자 사태는 일단 특수하게 불거져 나온 것이니만큼 특수하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전체 시스템 개혁의 차원에서 접근하다가는 어쩌면 법제를 개혁하는 흉내만 내고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우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삼성 측에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직업병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하는 등의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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