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들여다보면 좋은 말씀들이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기독교에서는 이 중 죄 없는 자,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가 대표적인데,

전 이것이 단순히 죄가 없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단죄할 자격이 있다던가,

모든 인간에겐 죄가 있으니 누구도 다른 이의 죄를 물을 자격이 있다거나 그런 차원의 생각을 넘어,

집단의 개인에의 폭력이 가지는, 일반적인 폭력과는 다른 특수성을 인식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 말은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의미가 갑자기 커져버렸죠.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단체로 돌을 던지는 행위,

집단으로 어떤 개인을 욕하고 비난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행위의 위험성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째는 책임의 분산이에요.

어떤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엔 그 폭력에의 책임이 온전하게 그 가해자 개인에게 씌워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러니까 집단이 폭력에 개입을 하는 경우엔 각각의 가해자들이 가한 것이라곤 작은 돌 한두 개, 약간의 욕과 비난뿐이죠.

따져보면 그 한마디, 그 돌 하나가 가한 피해란 상당히 경미하기에 각각의 책임 역시 엷게 분산이 되어 희석되어 버립니다.

워낙 여러 사람들이 가담을 하는 행위이다 보니 그 결과로 대상이 어떤 상처를 받던 심지어 죽어버리든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이 되는 거죠.

또한 집단의 힘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란 그다지 없으니 반항도 미미하겠다,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겠다,

그러니 집단 속의 개인들은 훨씬 더 자유롭게 폭력적이고 공격적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이자 더 큰 문제는, 역시 같은 맥락이지만 개개의 돌들은 별게 아니더라도 그것이 어떤 개인이게 집중이 되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개인에겐 엄청난 고통이 된다는 거에요.

정말로 죄를 지어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죄값만을 치러야 하는데,

개인의 죄값은 곤장 한대인 것을 잘못을 했으니 자기가 직접 죄값을 치르게 하겠다며 수백 명이 너도나도 달려들어 한대씩 쳐선 초주검을 만드는 거죠.

그나마 정의감에 불타는 우리 용자들은 대상이 정말로 잘못을 한 것인지 조차 그다지 따지려고도 안하고 관심도 없어요.

단지 티끌만큼이라도 잘못한 대상이 있으면 달려들어 욕을 하고 비난하고 발길질을 하고 돌을 던지고 하는 것이

마치 자신의 정의로움, 자신의 도덕적 결벽을 증명한다고 여기는 듯 행동하죠.

하지만 많은 경우, 공격의 대상이 행한 잘못(정말로 잘못을 했단 가정 하에)보다 이러한 집단 린치의 사회적 해악이 더 큽니다.

적어도 제 생각에는요.

그리고 사실 보면 딱히 잘못한 것도 없이 공격 당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는 건, 짐은 관대하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전 그렇게 관대한 사람도 아니란 말이죠.

 

인터넷에 의해 대화와 소통에 있어서의 공간/거리 개념이 무의미해 지면서,

비록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집단 비난의 형태로나마 여럿이 개인을 다굴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물리적 폭력 못지 않게 글의 형태로 자행되는 폭력에도 상처를 받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알면서도, 혹은 이 점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집단 가학행위에 가담을 하죠.

그런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데도 말이에요


정말로 정의감이 투철해서 남을 비난하는 것인지, 남을 비난하는 만큼 자신이 정의로워진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님 단순히 자기 공격성을 쏟아내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분명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이러한 행위가 적어도 우리나라의 인터넷에선 일상이 되어버렸단 거죠.

아시다시피 듀게와 듀게인들 역시, 일부 사이트들보단 덜할지라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것이 게시판의 타 유저에 대해서건, 혹은 특정 유명인에 대해서건요.

여기엔 일부 트롤들 뿐 아니라 많은 유저들이 해당이 되고, 물론 저 또한 일조한 부분이 없지 않겠죠.

자신이 가해자가 되는 상황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을 할 뿐,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잘 인식하지 못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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