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일을 처음 배울 때는 어려워도 재밌었는데


요즘은 일을 다 잘할 자신이 없어질 정도로 어려운데다가(벌써 제가 이곳에 들어온지도 2달...)


심해지는 무기력감과 자기혐오로


일상생활마저도 힘든 지경입니다. 일이 없는 날에는 하루종일 침대에서 나오질 못해요.


어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재미없게 느껴졌던 것에는


댓글로 달아주신 여러 공감가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단순히 제 정신상태가 엉망진창이라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행복했을 때에도 센과 치히로의 모험은 재미없게 본 걸 보면 후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과는 상성이 안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저께는 의사랑 통화해서 약을 먹어도 상태가 조금씩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연말엔 원래 더 우울한 것도 있으니 연초에도 지켜보고 안되면 약을 추가하거나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라 씨알도 안먹힐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여주시더군요.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삶이 재미없다고 친구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삶이 재밌어서 사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다 그런거라고.


그러면 왜 사는 것일까요? 친구의 의견은 그랬습니다. 죽지 못해서 사는 거라고...


저만 그런게 아니라는 얄팍한 안도감도 있었지만, '죽을 수 있으면'? 이라는 질문이 떠올랐지만 애써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전 아마 못 죽겠지요. 기독교인이지만 사후세계 같은 걸 믿지는 않습니다만. 지금의 우울한 시기를 넘어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물론 안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작은 행복을 놓칠 것을 자살하면서 굉장히 후회할 것 같아요. 이런 저라도...언젠가...언젠가 이 우울감에서 해방되고 날 사랑해줄 수 있는, 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여성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설령...그럴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절 행복하게 만들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서는 회의감 밖에 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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