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30 08:31
이곳의 일을 처음 배울 때는 어려워도 재밌었는데
요즘은 일을 다 잘할 자신이 없어질 정도로 어려운데다가(벌써 제가 이곳에 들어온지도 2달...)
심해지는 무기력감과 자기혐오로
일상생활마저도 힘든 지경입니다. 일이 없는 날에는 하루종일 침대에서 나오질 못해요.
어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재미없게 느껴졌던 것에는
댓글로 달아주신 여러 공감가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단순히 제 정신상태가 엉망진창이라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행복했을 때에도 센과 치히로의 모험은 재미없게 본 걸 보면 후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과는 상성이 안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저께는 의사랑 통화해서 약을 먹어도 상태가 조금씩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연말엔 원래 더 우울한 것도 있으니 연초에도 지켜보고 안되면 약을 추가하거나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라 씨알도 안먹힐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여주시더군요.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삶이 재미없다고 친구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삶이 재밌어서 사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다 그런거라고.
그러면 왜 사는 것일까요? 친구의 의견은 그랬습니다. 죽지 못해서 사는 거라고...
저만 그런게 아니라는 얄팍한 안도감도 있었지만, '죽을 수 있으면'? 이라는 질문이 떠올랐지만 애써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전 아마 못 죽겠지요. 기독교인이지만 사후세계 같은 걸 믿지는 않습니다만. 지금의 우울한 시기를 넘어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물론 안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작은 행복을 놓칠 것을 자살하면서 굉장히 후회할 것 같아요. 이런 저라도...언젠가...언젠가 이 우울감에서 해방되고 날 사랑해줄 수 있는, 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여성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설령...그럴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절 행복하게 만들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서는 회의감 밖에 들지 않네요.
2015.12.30 09:51
2015.12.30 10:10
2015.12.30 10:32
2015.12.30 10:39
힘내요. 젊은익명의기쁨님.
글만 봐도 얼마나 우울한지가 느껴지네요. 우울할때는 의자니 책상이니 내몸 닿는 것에 우울이 묻고 그게 나를 더 우울하게 하죠.
저는 아파서, 우울해졌는데 아프니까 움직이기가 힘들고 그러니까 더 아파지더라고요.
자꾸 악순환이 반복되니까 헤어나올 수 없는 기분...
하소연을 한다고 아픈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더 아파지지만 말자 하고, 흐흐.
익명의 기쁨님의 글에서 재밌는 걸 발견했습니다.
연말하고 연초는 사실 하루차이잖아요? 그냥 숫자가 바뀌는거고. 달력이 바뀌는건데. 실제로는 그냥 하루가 바뀌는 거란 말이죠.
어제랑 다를바 없는 하루. 차이라면 숫자가 바뀌는 거고 자리가 바뀌는 건데 이게 뭐라고 사람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할까.
저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리 똑똑하건 아무리 멍청하건 느낄 수 있는 건 하루라는 시간의 변화밖에는 없어요. 해가 뜨고 달이 뜨고.
하루만 살다보니까 자꾸 어제 했던 일은 까먹어요. 그래서 자꾸 친구랑 애인이랑 이름을 까먹으니까, 아 나도 기억을 좀 해야겠다
하고 달력을 만들었어요. 달력을 만드니까 처음에는 좋았죠. 왜냐면 내가 언제 뭘했고 뭘할건지 달력을 보면 알 수있으니까요.
앞으로 뭘할건지도 달력을 보면서 계획 할 수 있죠. 근데 자꾸 달력을 보니까 사람이 착각을 하는거에요. 마치 내가 과거를
원래부터 잘 기억할 수 있고 앞선 시간에 대해서도 계획할 수 있는것 처럼요. 하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았거든요. 여전히 느낄 수 있는 건
하루라는 시간뿐이죠. 그래서 연말이 오면 아니 이렇게 시간이 많이지나갔어 하고 깜짝 놀라는거죠. 그리고 연초가 되면 일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간 것처럼 상상해요.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글쎄요?
저는 달력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유는 달력은 앞으로만 가지 뒤로는 가지 않거든요.
근데 세상은 그것보다는 훨씬 우연한 것들이 많아서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점프해 넘어가기도 하고 그래요.
새롭다고 생각한 것들, 달력의 미래에서 발견한 것들은 사실 내가 알고있던 것 뒤에 있던 것이기도 하고요. 내가 잃어버린 것이기도 하고.
젊은익명의슬픔님은 사실 젊은익명의기쁨님일 수도 있고
우리는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못할 수도 있고
친구라는 사람은 사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일수도 있고. 그 친구의 이름은 내가 기억하는 이름이 맞나요?
이런 저런 것들을 발견하다보면
하루는 눈깜짝할사이에 지나가서 내일이 됩니다. 달력에서 떨어져나왔지만 아쉽지는 않네요.
내일은 더 재밌는 하루겠죠? 흐흐. 뭔소리 하는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지송.
2015.12.30 10:56
2015.12.30 14:00
2015.12.30 15:26
뭔가 그 감정을 전부 토해낼만한 데가 있어야 하는데요. 자기 안에 감정이 꽉 차서 다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아닐까요. 창작이라든가 그런건 어떨까요.
2015.12.30 16:03
집단이나 사람들을 만나시는 것도 어려우신가요? 저도 우울증과 수면장애가 있고 평생 우울증과 싸워왔습니다. 오늘은 정말 우울할 수 밖에 없는 날이라 도서관에서 우울증에 대한 책 잔뜩 빌려왔습니다.
그래도 게시판에 글쓰는건 소통하고 싶은 욕구 아닌가요? 뭐라고 답변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약도 상담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모든 방법들을 다 해보실 수 있기를, 살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2015.12.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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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답은 네! definitely!
지금 우울증의 한 중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게 더 특이하죠.
지나간 사람으로서, 행복해지실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또 다시 이 것이 찾아온다고 해도 이겨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되요.
그러니 열심히 최선을 다해 치료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