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고양이 생태보고서 4

2019.12.20 01:30

ssoboo 조회 수:505


난 이 공원을 오랫동안 지켜오신 캣맘들에게 왠지 방해가 되는거 같아 그 분들 나타나는 시간대를 확인해뒀다가 비는 시간을 찾아

공원냥이들과 놀고 있는 날라리 캣엉클입니다.


DA8-F170-D-EC2-B-4242-A073-984-B965-FA959


위 사진은 알고 지낸지 삼개월만에 옆자리를 내어주는 사이가 된 절친 구월이 입니다.

다른 공원냥이들은 추운 날씨에 공원의 차가운 돌바닥이 싫을텐데도 벤치에 잘 안올라 가는데

구월이는 이 공원의 캡틴냥 답게 서슴 없이 올라와 앉아요.  

(보통 저녁 늦은 시간에 별도의 조명 없이 나이트모드로 찍는 사진이라 화질이 구려서 그렇지 참 이쁘고 멋진 냥이십니다)


구월이 구역에 평소 다른 냥이들을 먹고 있는 사료 더미에 대가리를 들이밀고 뺏어 먹고 

까부는 천방지축 양아치 같은 냥이가 하나 있어요. 

얼마전에 구월이가 그 냥아치를 단숨에 암바 비슷한 기술로 꼼짝 달싹 못하게 제압하고 목을 꾹 무는 시늉을 하며 

조용하면서도 우아하게 그러나 매우 위협적으로 ‘참교육’ 시키는 진귀한 장면을 보여주더군요.

그냥 서로 솜뭉치 잽을 허공에 날리며 토닥거리는 쌈은 흔히 봤지만  이렇게 상대의 명줄을 끊을 수도 있는 영역다툼 & 서열싸움은 처음 봤어요.


상해의 겨울날씨는 비가 잦은 편입니다.

한 겨울에 일주일간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있어요.  

운이 좋아 공원 가는 시간에 비가 잠시라도 그치면 냥이들을 만날 수 있지만 

보통은 비가 많이 오면 냥이들 보기가 쉽지 않아요.  

냥이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비 맞는걸 끔찍해하기 때문에 나타나질 않거든요.


상해는 엊그제부터 비가 내리고 있고 다음주 월요일에 잠시 햇볕을 볼 수 있을거라는군요.

이젠 제법 익숙해진 끔찍한 상해의 축축한 겨울날씨지만 올 겨울은 냥이들을 자주 볼 수 없다는 사정이 생겨서

조금 힘이 들겠어요.


모든 관계는 시간이라는 힘을 통해 진정한 발전을 할 수 있는거라 알고 있어요. 

찰나의 인상이나 어설프고 반짝이는 쇼 따위가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되는 만남과 그 속에서 축적되는 신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록 단단해지는데 동네냥이들과 친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더군요.

그리고 제 기준으로 친해진다는건 서로 아무말 안하고도 나란히 옆에 앉아 멀뚱거려도 하나 어색하지 않은건데 냥이들이 딱 그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5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0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8
124257 NASA의 UAP 연구 결과 발표 [1] 상수 2023.09.15 296
124256 아쿠아맨과 로스트킹덤 1차 예고편 상수 2023.09.15 152
124255 [왓챠바낭] 제목의 뜻을 아는 분이 얼마나 될지 궁금한 영화, '블러드 퀀텀'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9.15 366
124254 파우스트 (1926) [1] catgotmy 2023.09.14 125
124253 프레임드 #552 [2] Lunagazer 2023.09.14 143
124252 스우파2의 감상, 춤보다 감정을 우선하는... [11] Sonny 2023.09.14 689
124251 무빙 16 17 [1] 라인하르트012 2023.09.13 400
124250 [왓챠바낭] 이탈리안 호러는 봐도 봐도 웃기고요... '데몬스'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09.13 311
124249 스트릿 우먼 파이터2, 메가크루미션 영상 왜냐하면 2023.09.13 265
124248 루터 (2003) catgotmy 2023.09.13 153
124247 여축 선수 기습키스해 논란 끝에 사임한 스페인 축협 회장 daviddain 2023.09.13 204
124246 좋아하는 갈래, 읽고 있는 책, 읽을 책 잡담 [13] thoma 2023.09.13 400
124245 프레임드 #551 [2] Lunagazer 2023.09.13 88
124244 “광화문광장 세종·이순신에 문제의식 못 느끼면 우파 아냐” [6] 왜냐하면 2023.09.13 700
124243 애플 신제품 발표(애플워치 9, 아이폰 15 외) [5] 상수 2023.09.13 406
124242 [게임바낭] 그 사이 엔딩 본 게임 둘 잡담. '헤일로: 인피니트'와 '전장의 푸가' [6] 로이배티 2023.09.12 236
124241 영화 잠..을 보고 [7] 라인하르트012 2023.09.12 748
124240 허클베리 핀의 모험 (1939) [2] catgotmy 2023.09.12 172
124239 예수와 교황 제도 catgotmy 2023.09.12 157
124238 프레임드 #550 [6] Lunagazer 2023.09.12 9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