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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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영화입니다. 포스터엔 안 나와 있지만 에펠탑도 종종 보이는 걸 보면 파리겠죠.)



 - '샘'이라는 남자가 어떤 파티장에 도착합니다. 헤어진 전 애인의 짐에 쓸려 들어갈 자기 물건을 받으러 왔는데 전 애인은 새 남자 친구랑 애정 팡팡 터뜨리기 바빠서 빨리 일을 안 해주고요. 그러다 '저쪽 끝 방에 들어가서 좀 기다려. 미안해. 정말 금방 갈게!' 라며 또 놀고 있네요. 착하게 그 방에 들어가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샘이 문득 잠이 들었는데... 앗!! 하고 일어나 보니 아침이에요. 그러고 방문을 열어 보니 아파트 안은 당연히 피칠갑. 계단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말을 거니 우와앙앙!!! 하고 달려들고, 기겁해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밖을 보니 우리가 수백번은 더 본 그 풍경, 좀비 아포칼립스입니다. 

 전화도 안 되고 전기도 안 들어오고 하룻밤만에 참 과하도록 깔끔하게 멸망해 버린 세상에서 홀로 고립된 우리의 샘 젊은이는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까요. 아니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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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밤새 그렇게 깔끔하게 세상이 다 망한 것도 신기하고 집안이 이 꼴인데 주인공 자던 방은 무사한 것도 이상하지만 일단 그냥 넘어가 줍시다.)



 - 아무도 안 묻는데도 저 혼자서 벌써 여러 번 한 얘기지만 전 좀비물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냥 질렸어요. 영화 속 좀비라는 존재가 제겐 그닥 매력적이지도, 무섭지도 않기도 하구요.

 그래도 다수의 사람들 생각은 저와 다른지 참으로 오랫동안 유아독존급의 인기를 구가하며 오만가지 변종을 다 만들어내다가... 이젠 세상도 저만큼은 아니어도 꽤 많이 시들해진 느낌인데요. 그 와중에 이렇게 5년 묵은 프랑스산 좀비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뭐... 그냥요? ㅋㅋ 인생이란 게 그런 거죠. 정말 '그냥' 봤습니다. 근데 운빨이 좋은 날이었나 봐요.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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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굴쭈굴... 하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잘 사는 주인공이십니다. 그동안 수많은 좀비 영화들로 예습 했을 테니 뭐 이 정도는!)



 - 그러니까 일단 로빈슨 크루소 모드입니다. 얼떨결에 혼자 남겨졌고, 다른 사람들이랑은 연락도 안 되고 확인하러 나갈 길도 없고, 당연히 주인공은 액션 스타도 아닌 평범남이구요.

 어떻게 환경을 안전하게 정리하고 어떻게 챙겨 먹고 어떻게 씻고 어떻게 취미 생활(?)을 해나갈까... 라는 걸 대사 한 마디 없이 (말 나눌 사람도 없으니까! ㅋㅋ) 삼십분 동안 차분하게 쭉 보여주는데 그게 대략 합리적이고 말이 되며 신선한 느낌이라 별다른 위기 상황 없이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 와중에 혼자 다 해먹어야 하는 배우님 연기도 자연스럽고 좋구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그래도 혹시 심심할까봐' 넣어주는 긴장감 유발 장면들도 자연스러우면서 센스 있게 괜찮습니다. 뭔가 영화의 컨셉이 그거 같아요. 자연스러움.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나 홀러 살아 남기' 라는 매우 환타스틱하고 안 자연스러운 상황을 최대한 납득 가는 방향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려 애를 썼다는 느낌이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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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득템한 드럼 셋트로 열정의 취미 생활을 즐기고 계십니다. ㅋㅋ 배우님 낯이 익어 확인해 보니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애인님이셨더군요.)



 - 또 한 가지 포인트라면, 그 와중에 할 건 다 한다는 겁니다. 홀로 남은 자의 고독. 그냥 살아남는 걸 넘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고민. 그리고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는 후반의 전개들도 얼핏 보면 그냥 장르적인데, 그걸 소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내서 평화로운 좀비 일상물(?)을 보는 와중에 종종 깊고 감정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또한 좀비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장면들도 역시 이야기 흐름에 맞도록 적재적소에 잘 들어가 박혀 있어요. 좀비 아포칼립스로 사색하는 영화이긴 한데 명상 까지는 안 간달까... 뭐 그런 느낌. 끝까지 다 보고 나면 뭔가 허전하단 생각 안 들도록 알뜰하게 잘 챙겨주니 '하이컨셉 호러' 같은 스타일일까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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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건 다 합니다! 조금씩만이지만 그래도 다 해요!!!)



 - 뭐 더 길게 말할 건 없는 소품이구요.

 좀비를 소재 삼아 로빈슨 크루소 놀이를 하며 홀로 남은 인간의 고독과 생존에 대해 사색하는 영화입니다.

 장르물로서의 재미 추구를 내다 버리지 않으면서 가볍게나마 해 볼만한 이야기는 다 하는 성실한 작품이었구요.

 또 그 와중에 잔혹하고 더러운(...) 장면들은 별로 없으니 어지간한 좀비 혐오 관객이 아니면 대체로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법한 괜찮은 영화였어요.

 아직도 (사실은 5년전이지만!) 이런 작품이 뽑혀 나올 수 있다니 이미 사골까지 10회 이상 우려낸 것 같았던 좀비 장르에도 아직 미래는 있군요. ㅋㅋ 잘 봤습니다.




 + 위에 적었듯이 프랑스 영화인데, 대사는 다 영어로 나옵니다. 배우들 본인들이 직접 영어로 더빙까지 했나봐요. 아무리 그래도 미국도 아닌 한국 입장에선 오리지널 버전을 가져와도 됐을 텐데요. 뭐 근데 듣기 어색하진 않습니다. 애초에 대사가 아주 적은 영화이기도 하구요.



 ++ 포스터를 유심히 보신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드니 라방도 나오는데요. 대사가 한 마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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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오긴 많이 나와요. 좀비 역할이거든요. 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우리 샘은 혼자서도 참 잘 삽니다.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며 건물 안의 다른 집들을 털어다가 식재료를 포함한 생필품들을 잘 정리해서, 계획적으로 분량까지 계산해가며 잘 버티구요. 나중에 건물 물탱크가 떨어지니 옥상에서 빗물 받아다가 물 아끼며 씻고 먹고 마시고. 무료할 땐 집에 있는 생활 소품들을 가져다가 혼자 난타 놀이도 하고 작곡도 하면서 잘 살아요. 그러다가 길을 헤매는 고양이를 보고 데려와서 함께 살아 보려다가 좀비에게 할퀸 상처를 입고 '아 이제 나도 죽는구나' 하고 자살 준비까지 하지만 다행히도 감염되지 않아서 살아 남구요. 그 와중에 친구도 하나 챙깁니다. 멈춰버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갇힌 주민 아저씨를 그대로 가둬두고서 혼자 그 사람에게 말도 걸고 그래요. 나중엔 정이 들어서 '얘는 풀어줘도 날 먹지 않을 거야' 라는 믿음까지 갖게 되고요. 참 순수한 친구죠. ㅋㅋ


 그러던 어느 날 밤, 침실 문 앞에서 쿵쿵 사람 소리가 들리고, 그게 문 앞에 서 있는 게 느껴지자 다짜고짜 생활 필수템 샷건을 문짝에 갈겨 버리는데... 뭔가 반응이 이상해서 밖을 내다보니 젊은 여자, 좀비가 아닌 멀쩡한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져 있습니다. 아악 안돼!! 하고 침대에 눕혀다가 배에 박힌 산탄 파편들 빼내고 소독하고 붕대도 감아주며 '가지 말아요!!'라고 애절하게 외칩니다만. 그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거의 멀쩡한 상태로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말벗이 생겨 어색하게 대화도 나누고, 친해지고 그래요. 이야길 들어 보니 이 분은 어딘가에 있을 안전 지대를 찾아 건물들 지붕과 지붕을 오가며 파리 탈출을 진행하고 계시다고. 그래서 주인공에게도 함께 떠나자고 권하지만 주인공은 '이 곳이 안전해요'라며 거절하구요. 그러다 결국 심하게 말다툼을 하고 여자는 자기 방(?)에 틀어 박혀 버리는데...


 그 방 문앞에 서서 '미안하다. 나도 함께 떠나고 싶다. 제발 문 좀 열어달라'고 하소연하던 주인공은 갑자기 위화감을 느낍니다. 어라 이게 뭐지. 그러고 문을 열어 보니... 안에는 썩어가는 그 여자의 시체가 누워 있었습니다. 총을 맞고 금방 죽었던 거에요. 며칠간 지냈던 즐거운 시간은 그냥 고독함에 반쯤 정신이 나간 주인공의 망상이었던 것. ㅠㅜ 

 한동안 슬퍼하던 주인공은 결국 정신을 차리구요. 따지고 보면 며칠간 그 여자가 했던 말들은 결국 자신이 외면하고 있던 내면의 소리였던 것 아니겠습니까. 이 곳이 영원히 안전할 수 없다. 시간은 좀비들의 편이고 언젠간 저놈들이 1층을 부수고 들어와서 날 뜯어 먹을 것이다.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떠나야 한다...


 그래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작별 의식 삼아 그동안 자기가 사용하고 심심할 때마다 듣고 했던 카세트 테잎들을 욕조에 모아 놓고 불을 붙여요. 그러고 엘리베이터의 좀비 아저씨를 꺼내주는데... 놀랍게도 주인공을 물지 않고 어기적어기적 원래 자기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파트의 화재 경보가 울리구요. 그 소리를 듣고 광분한 좀비떼가 기어이 1층 문을 부수고 들이닥칩니다. 이렇게 저렇게 사투를 벌이던 주인공은 결국 간신히 옥상까지 도망쳐서는 세상 떠난 여자의 짐에 들어 있던 갈고리 밧줄을 이용해서 맞은 편 건물로 이동에 성공합니다. 그렇게 한숨 돌린 주인공이 긴장이 풀려서 허허 웃다가 뭔가를 보고 놀라는 표정이 보이고. 그 시선을 따라 가면 그 건물과 그 옆 건물까지 옥상이 온통 다 빗물받이용 통으로 가득찬 풍경이 보여요. 아마도 이 건물에도 다른 생존자가, 그것도 여럿이 모여서 함께 살아가고 있을 거다... 라는 암시겠죠. 그렇게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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