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29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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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미친놈' 이라니 제목부터 정겹습니다만. 나름 영화 컨셉을 잘 보여주는 포스터입니다. 1950년대 싸구려 호러 소설 분위기 재현을 목표로 하는 영화거든요.)



 - 주인공 '버지니아'는 헌책방에서 일하며 배우의 꿈을 꾸는 젊은이입니다. 직업이 경찰인 훈남 남자 친구도 있구요. 젊고 미모에 좋은 친구도 있고 애인도 있고 즐거운 인생입니다만. 이 분의 특이한 점이라면 참으로 감정 이입을 잘 하셔서 자기 일하는 헌책방의 호러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격하게 리얼한 상상에 빠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최근에 꽂힌 듣보 작가가 한 분 있어서 도입부에는 그걸로 홀로 지지고 볶고 소동을 좀 피우시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제 당연히도 소설 속 일들이 자신의 주변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자신이 아는 사람이 살해당하기도 하고. 소설 속 주인공이 현실에서 눈앞에 나타나 위협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참 정직하게도 그걸 주변에 털어 놓고 도움을 청해 보지만 당연히 그걸 누가 믿어요. 그렇게 점점 위험에 빠져가는 우리 문학 처녀 버지니아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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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소녀 버지니아씨. 영화 내내 싸구려 공포 소설만 읽긴 하지만 공포물이 뭐가 나쁩니까!!!)



 - 정겹다 못해 구수하기 짝이 없는 번역 제목에 이끌려서 그냥 봤습니다. 알고 보니 나만 몰랐던 수작이었다!! 같은 반전 전혀 없구요. ㅋㅋ 여기 출연진이 나중에 대성했다든가, 혹은 먼 훗날 대성할 배우가 여기 단역으로 얼굴을 내밀었다든가 그런 것도 없구요. 결국엔 그냥 평범한 80년대 B급 호러 영화입니다. 그런데 뭐... 그럭저럭 즐겁게 보긴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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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생긴 예엣날 공포 소설들을 읽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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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도중에 소설 속 주인공에게 빙의해서 50년대 스타일링으로 변신하는 연출 같은 건 꽤 괜찮았습니다.)



 - 그러니까 결국 환타지 슬래셔입니다. 영화의 원제인 'I, Madman'이라는 가상의 소설 속 빌런이 주인공 주위를 맴돌며 주변 사람들을 죽여요. 그리고 이 빌런은 자신의 외모가 추하다는 얘길 듣고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난도질 해 잘라낸 후에 주인공 주변 사람들을 하나 하나 죽일 때마다 죽인 사람의 신체 부위를 면도칼로 잘라내서 자신의 얼굴에 붙이는 겁니다. 최종 목표는 주인공의 심장이구요. 


 근데 정말 하나도 안 무서워요. 신체 절단이든 이후 변형이든 딱히 잔인하다든가 무섭다든가 하는 느낌은 전혀 안 들구요. 뭣보다 빌런의 모습 자체가 안 무섭습니다. 그냥 좀 보기 싫은 분장을 한 동네 아저씨 느낌. 그리고 이 양반은 정말 아주 옛날 영화스러운 악당이어서 대충 설렁설렁 걸어다니며 우왕! 하면 사람들이 다 쫄아서 꼼짝 못하다가 죽는 식이라 능력치가 돋보이는 것도 아니구요. 오히려 죽는 사람들이 다 바보스러워 보입니다. 충분히 그냥 도망칠 수 있을 걸 왜 가만히 서서 비명만 지르다 죽는 건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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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도 안 무서운 호러 빌런 컨테스트를 연다면 강력한 우승 후보일 우리 소설 속 살인마님. 자신의 타겟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초능력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 하지만 그게 또 영화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정말 천진난만 나이브한 80년대 B급 호러식 안 무서운 호러 연출에다가 이런 바보스런 액션을 붙여 놓으니 정말로 오래된 호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구요. 또 액션 못지 않게 바보 같은 영화의 스토리 전개를 보고 있노라면 추억이 방울방울하는 기분이랄까. 어릴 때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무섭게 봤지만 지금 보면 하나도 안 무서운 옛날 추억의 호러 영화들 보는 느낌이 들어서 정겹고 좋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진지하게 각잡고 보면 이런 허술한 부분들이 단점으로 느껴지니 (단점이니까!) 대충 틀어 놓고 딴 짓 하면서 얼핏얼핏 보면서 껄껄 웃기 좋은, 뭐 그런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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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에 등장하는 경찰들도 자기들은 진지하지만 그걸 보는 관객들 입장에선 웃음만 나오구요...)



 - 뭐 장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위에서 배우들 중 유명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적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제니 라이트씨는 일단 예쁘구요(...) 그리고 찾아보니 캐서린 비글로우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영화 '죽음의 키스(Near Dark)'의 주인공이기도 했더군요. 일단 이 영화에서 이 배우님이 하는 역할은 그 미모로 영화가 좀 덜 저렴해 보이게 하는 거지만, 실제로 연기를 못 하는 건지 아님 옛날 영화식 적당히 멍청한 주인공을 제대로 소화하는 건지 헷갈리게 영화의 톤에 어울리는 연기를 잘 하기도 합니다. 하하;


 그리고 호러 소설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진다... 라는 설정도 나쁘지 않아요. 비슷한 설정의 작품은 많겠지만 이 영화 속 호러 소설은 이미 30년 묵은, 그러니까 1950년대에 나온 옛날 싸구려 호러 소설이라는 설정이거든요. 그래서 메인 빌런과 서브 빌런 캐릭터의 유치한 느낌이 나름 설정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되고. 덕택에 '영화가 바보 같은 게 아니라 그런 스타일을 의도한 거라구요!'라는 변명이 가능해집니다.


 덧붙여서 영화의 특수 효과도 그렇습니다. 80년대 저예산 호러 영화로서 무난한 스타일인데, 클라이막스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동반한 액션씬 같은 건 정말로 정겹고 좋거든요. 찾아보니 감독님의 대표작이 80년대 크리쳐물이자 당시 국딩들 추억의 영화 '게이트'던데. 원래부터 이런 스타일의 호러를 추구하는 분이셨던 듯 하니 그냥 허접하다기 보단 감독님의 진심이었다... 라고 이해해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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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두와 마무리를 장식하는 소설 속 공포의 크리쳐님의 위용을 보십시오!!!)



 - 하지만 뭐 잘 만든 영화라고 하긴 어렵겠습니다. ㅋㅋㅋ 걍 허술한 그 시절 B급 호러 맞구요.

 그래도 그 적당히 멍청하고 웃기는 스타일을 '복고풍이구먼!' 하고 즐길 수 있는 성향의 관객이라면 나름 즐겁게 낄낄거리며 '대충' 즐길만한 영화이기도 했어요.

 80년대 주말에 집에서 뒹굴거리며 티비로 봤던 정체불명의 미국 티비용 호러 영화들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구요.

 어쨌든 절대로 남에게 추천은 안 하겠지만, 전 그럭저럭 즐겁게 봤어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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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배우님은 아름다우셨습니다만. 이 영화와 '죽음의 키스', 그리고 '론머맨'에서 주연 내지는 주연급 여성 캐릭터를 맡은 걸 커리어 하이로 남기고 20세기에 활동을 멈추셨네요.)




 + 놀랍게도 감독님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대부분 티비용 단막극 같은 거지만 거의 쉬지 않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왕성하게 작품 내놓고 계시구요. 그 중 대부분이 B급 호러인 가운데 이유를 알 수 없게 2017년부터 2020년까진 크리스마스 특집 티비 영화만 여섯 편을 만드셨고... 인생 대표작은 이 영화와 '게이트', 그리고 '10대 마녀 사브리나'의 티비 영화판이 되겠습니다.



 ++ 근데 정말 '하드 카바'라는 번역제는 은근 훌륭하지 않습니까. ㅋㅋㅋㅋ 누가 언제 붙인 제목인진 모르겠지만 원제랑 전혀 상관 없는데도 영화랑 썩 잘 어울려서 맘에 드네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우리 주인공 버지니아는 영화의 중반이 되어서야 자기 주변의 살인이 소설의 내용대로 벌어지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남자 친구 형사님에게 그 얘길 하며 범인을 잡아보자고 꼬시구요. 참으로 바보 같은 소릴 진지하게 하는 주인공 땜에 난감해 하면서도 형사님은 윗분들에게 잘 말씀 드려서 살인마를 잡기 위한 함정 수사를 전개합니다. 하지만 소설 내용을 잘못 해석해서 적용해버린 탓에 살인마는 간 데 없고 엉뚱한 청소부 아저씨를 마주치게 되면서 이제 더 이상 주인공을 도울 이유가 사라져 버리구요.


 맘 상해서 혼자 집에 가 있던 주인공은 책을 다시 읽다가 이야기 속 단서들을 재조합하게 되고, 결국 자기가 일하는 서점이 다음 범행의 무대이며 타겟은 서점 동료이자 절친이라는 걸 알게 되죠. 그래서 혼자 와다다다 달려가지만 이미 동료는 살해당했고 빌런님은 이 살인으로 자신의 새 얼굴을 완성해서 마지막 목표로 주인공을 노립니다. 그래서 서점에서 수백권의 책이 날리는 화려한 액션(?)을 벌이다가 결국 붙들려 심장이 도려내질 위기에 처하는 주인공입니다만, 의외로 쌩뚱맞게 믿음직한 남자 친구가 갑자기 나타나서 총으로 탕탕 쏴버리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빌런다운 면모를 뽐내는 악당님은 불사신 포스를 발동하며 다시 일어나 이젠 남자 친구를 죽음 직전으로 몰고. 그때 주인공은 이 소설 시리즈의 전편을 발견하고 그 시국에 한가롭게 책을 펼쳐 읽다가 이유를 알 수 없게 서점 구석에 놓여져 있던 케이지에서 소설 속 괴물을 소환해냅니다. 그래서 상황은 괴물 vs 빌런이 되고. 이 둘은 정겨운 사투 끝에 함께 창문 밖으로 튕겨져 나가며 동반 사망. 살아 남은 주인공 커플이 창문으로 다가가 바깥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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