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 다녀왔습니다.

2015.08.17 00:42

쵱휴여 조회 수:2551

0. 고시엔 (일명 갑자원 )에 고시엔 ( 실제명칭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보러 갔다왔습니다. 월요일에가서 화수목금보고 토요일에 왔는데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좋았고 여건만 허락한다면 매년 찾아오고 싶다는 겁니다.

뭐 이유는 아다치 미츠루 때문이었을 겁니다. 갑자기 생긴 시간에 급하게 결정하느라 여행준비도 그냥 출국전날 H2 전권 읽어본거 밖에 없네요.


1. 8월의 오사카는 폭염으로 유명합니다. 분지 + 해안가 콤보로 인해 직사광선 아래서 사우나 하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고교야구는 야간 경기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 야구 잘 못합니다. 프로야구와 비교하기도 미안하고, 아마 우리나라 청룡기도 딱히 떨어지진 않을거에요. 폭투와 사사구와 에러가 남발합니다.

하지만 폭염속에서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정신은 젊음을 수혈 받았습니다. 못난야구지만 제가 본 그 어떤 야구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많은 경우 고등학교가 프로로 가는 루트정도인 우리나라와 달리 고시엔 무대가 가장 큰 목적인 그들은 모든 플레이를 엄청나게 열심히 합니다.

더 잘하려다가 발생하는 실수들,  내야의 흑갈색 흙이 잔뜩 묻은 유니폼, 드럼과 브라스, 목소리로 선수만큼 땀흘려 응원하는 응원단.

완벽한 야구를 보려면 그냥 메이저리그를 보면 될겁니다. 고시엔은 고시엔에서만 볼 수 있는 그들만의 야구를 보여줍니다.


2, 보통은 아침 8시부터 2시간반 간격으로 경기가 배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은 2시간 내외에 한경기가 끝납니다. 1:0 투수전아니고 한팀이 10점씩 내는 경기들도 그렇습니다.

투수는 인터벌이 길지 않고, 타자는 쓸데없이 타석을 벗어나지 않으며, 공수교대, 볼넷으로 1루출루, 3진당하고 덕아웃갈때, 마운드 방문도 감독대신 선수가 전령이 되어 전력질주합니다.

화장실 갔다가 먹을것 좀 사서 돌아오면 1이닝이 지나가 있는경우가 다반사입니다.


3. 먹을거 이야기 나와서 그런데, 고시엔 3대 먹거리가 고시엔카레, 고시엔 야키소바, 닭고기꼬치(를 비롯한 꼬치류)인데 저는 닭고기꼬치랑 돼지고기꼬치가 제일 맛났습니다.

물론 카레나 야키소바도 맛났습니다. 그 외에 피자니 아이스크림이니 타코야키니 가라아게니 이런걸 먹어봤지만 다 괜찮았고 KFC 정도가 생각나는 잠실야구장이 떠올라서 슬펐습니다.

술은 돌아다니는 판매원이 직접 뽑아주는 생맥주도 좋지만 , 과일주 츄하이 (레몬보단 거봉)랑 동그란 얼음을 넣어주는 캔하이볼이 색다르니 맛났습니다.


4. 위에도 말했듯 보통 첫경기가 아침 8시 시작인데, 제가 7시에 갔더니 이미 엄청난 줄이 서 있고, 제 코 앞에서 매진되었습니다. 그러면 어쩔수 없이 공짜인 외야로ㅠㅠ(외야는 지붕이 없어 ㅠㅠ)

분명 평일인데 거의 4만 8천석의 경기장이 만원이란게 정말 경이롭더군요. 나름 일찍 가본다고 가봤지만 결국 제가 사보고 싶던 2000엔짜리 중앙석은 못 사봤습니다.

(제가 한국왔던 토요일 경기는 아침 6시 40분에 매진되었다네요. 인스타 보니깐 표구하려고 줄서서 밤새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5. 약간 다른이야기지만 나름 기대했던 한신 타이거즈 경기는 좀 아쉬웠습니다.

처음엔 3일 고시엔 마지막 경기 중에 나와서 한신 경기 가보려고 했는데 첫날 관람 이후에 그냥 고시엔 마지막 경기까지 다 챙겨보고 그냥 숙소행.

그리고 확실히 전 돔구장보다는 개방형 구장이 좋습니다.


6. 오늘 (월요일)부터 8강입니다. 월급 도둑 해보고 싶으신 분은 http://www.asahi.com/koshien/97/live/ 에서 봐보세요. 나름 버퍼링 없고 쾌적한 시청환경을 제공합니다.



PS) 네이버에서 '오사카 맛집' '우메다 맛집' '난바 맛집' 이런거 찾아보고 가는 집은 한국사람이 현지인보다 많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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