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받은 날.

2011.01.29 11:50

말린해삼 조회 수:3298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었지만, 첫 월급이니까 회사에 나갔습니다. `어, 왔니?`하며 고개도 잘 안 들던 분들이 모두 일어나서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커피 타는게 질색이라던 경리 아가씨는 `해삼씨, 녹차 드릴까요?`하면서 녹차를 손수 타줬습니다. 뭔가 과열된 활기에 이상함을 느꼈고.


인터넷 뱅킹으로 입금을 확인하려는데, 옆에서 대리님이 같이 확인하잡니다. 기쁨은 나눠야 두배다..라는 되도안되는 논리로. 

됐다면서 확인을 하고.. 이것저것 잡무 좀 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전 미리 갈께요.수고하세요.` 하니까, `에이 다 같이 축하해줘야지. 막내 첫 월급인데` 하면서 모두 못 가게 합니다.


저녁에 삼겹살 집엘 갔습니다. 구제역은 정말 큰일이더군요. 삼겹살 값이 올랐어요. 삼겹살 10인분....10인분을 호탕하게 사장님이 시키셨습니다. 미리 선수칠려고,

-사장님. 오늘 기분 좋으신가봐요. 초장부터 이렇게 시키시고. 로또 맞으셨나요?하하.

-하하하.해삼이는 역시 개그센스가 있어.하하하하하...

(일동 웃음)


계산할 때에 구두 끈을 묶어라. 하는 말이 생각나서 운동화 끈을 묶는데 의외로 다들 슥슥 가시고, 사장님이 카운터에서 사탕도 먹으면서 하하. 하시면서 뭘 내길래, 됐다! 하고는 나가려는데,

-손님. 계산하셔야죠.


(속으로)뭐 임마?;;;;아니, 아줌마 뭐라구요?;;;


밖에를 보니, 다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면서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ㅇㄴ리ㅏㅓㅣㄴㅁ아휴림ㄴ옾ㄹ힘농ㅎㅍㄹ


12만5천원... 경리..xx너. 냉면을 먹었다 이거지..


2차로 호프집을 갔습니다. 사장님과 대리님이 처음엔 다 그런거다. 나머진 직원들이 내겠다... 해서 갑자기 오기가 생겼습니다.삼겹살도 조마조마해서 많이 못 먹었거든요. 호프집에서 여러 안주를 먹고 3차로 술먹는 노래방에 갔습니다. 예상대로, 경리분의 오열 폭팔...;;; 대리님의 숙면. 동료 여성 두분의 소리지르며 춤추기. 사장님의 멋모르고 박수치며 같이 소리지르기... 다행히 친구가 안 취해서 계속 마셔댔습니다. 그러다가 경리분의 오열은 통곡으로 이어질 듯..해서 헤어졌습니다.


오늘 아침에 엄빠한테 엄청 혼났습니다. 돈 벌러 간 곳이지, 뭔 놈의 술을 이리도 x먹고 오느냐.(고냉이처럼 마셔대고!!)

하지만, 선물로 드린 CK속옷과 엄마 머플러에 갑자기 흡족해지셨어요. 근데 동생이 또 삐졌습니다. 물어보고 사줄려고 했다..하니까, 에어맥스를 사달랍니다.

에어맥스를...에어맥스95는 구하기도 힘든데...


아.월급이 남아나질 않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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