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 압구정에서 라이브톡 한 자리 얻었는데 시종일관 압도당하다가 나온 경험이네요.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안주는데요.

그와 별개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다가 아침이 되서 일어나니까 음...영화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주제의식은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해설을 듣기가 좋았습니다. 관객들에게 질문받는 시간도 있었는데 전철시간 때문에 끝까지는 못들었습니다만;

상당히 연극적이면서도 삶에 대한 냉소가 엿보이는 드라마인데, 주제의식을 설명하기엔 주변에 파편처럼 흩뿌려져 있어서 쉽지가 않네요.


여기서부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이동진씨가 말한 내용이랑 약간 다를 수도 있습니다만;


이동진씨는 버드맨 제작비화부터 영화의 모티브를 되어준 영화들과 촬영에 대한 분석, 그리고 내용에 대한 해석으로 70분 가량 설명해주시더군요.

마이클 키튼을 캐스팅 한 것부터 의도적인 현실의 이야기를 끌어들인 것이고 이냐리투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과 다르게 플롯을 짠 영화라고.

내용적으로는 선셋대로, 히치콕의 로프에서 영감을 얻은 듯 하고, 촬영은 20개(기억이 가물가물)의 쇼트로 나눴다고 들었어요.

가장 NG를 많이 낸 건 에드워드 노튼과 만나는 신의 엠마 스톤이었고 가장 NG를 안 낸 사람은 제작자역의 자흐 갈피비아나키스.

눈치 못 챈 관객이 많았는데 실제로 영화 중간에 마틴 스콜세지가 까메오로 등장한답니다.

그리고 촬영 도중에 주변 극장에서 연극을 하고 있던 톰 행크스가 있어서 영화 속 이야기와 뭔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최초 시나리오 엔딩은 다시 극장뒤에서 잭 스페로우 분장을 한 조니 뎁이 뭐라고 말하면서 끝나는 거였다는데,

이냐리투가 이걸 싫어해서 다른 작가진들이 밀어붙이는 걸 뺐다고 하더군요.(게다가 조니 뎁도 거절했다고ㅡㅡ)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블랙코미디이고 영화의 부제인 (무지의 예기치 않은 미덕)은 리건 톰슨의 의도와 무관하게 실행된 결과들을 뜻하는 것인데

리건은 자신의 인생을 잘 통제하려고 하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거죠.

단적으로 자기 대머리를 가리기 위한 가발을 잘 떼어냈다고 생각하지만 눈치채지 못하다 남아있던 가발을 고정시키는 핀조차 이혼한 부인이 떼어주고.

대중의 사랑을 받고자 하지만 그는 존경와 사랑을 혼동하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받아도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진 않고요.


그 외에도 에드워드 노튼의 왼쪽 뒤편 어깨에 새겨진 우로보로스문신과 테닝 기계에서 읽는 책이 보르헤스의 미로라는 점과

거리의 연기자와 움직이는 나무소품으로 멕베스도 인용되고 있고, 가장 중요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이 가진 의미도 짚어볼 수 있겠네요.


별개로 영화적으로 경구를 써붙인 듯한 연출법에 이동진씨는 약간 아쉬움을 표하시더군요. 마지막 장면의 타이밍에 대해서도.

아무튼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ps -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시길 바라는 마음에 1+1 예매권 구입정보도 첨부합니다(...)

http://www.cgv.co.kr/culture-event/event/detail-view.aspx?idx=12682&men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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