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모셔두고 있어요. 씨네21, 키노, 로드쇼 등등. 요즘엔 안사봐서 다 옛날 것들인데요. 씨네21 창간호부터 한 6년치 되나? 키노도 95부터 98년까지. 로드쇼 몇 권.

거의 꺼내보지도 않는데요. 제 보물이에요. 나중에 제 가게를 내면 거기다 두려고 꼭 모셔두고 있어요.

나 이만큼 모았다하고 보여주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검색 다 되고, 전자책 나오고 이러는게 배가 아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실 짠 하고 모셔놔도 아무도 눈길 안주면 안구에 습기. 그래요 옛날 잡지 그것도 새책 처럼 깨끗하지도 않고 더러운데

더럽다고 만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내 가게 언제 낼지도 기약없고, 책장은 무너질 듯 하고 이게 뭔 짓인가.

 

제가 젤 못 버리는건 아무래도 종이에 적힌 글자인가봐요. 이래저 역시 바이트로 되어있는 전자책에 흥미가 안가나봐요.

한 20년 전에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 부터 십 몇 년전에 펜팔하던, 지금은 아줌마된 동생 편지도 하나도 안버렸고,  심지어 그 아이가 문학부 아이라 문집 보내준

것도 모셔두고 있네요. 여고생들의 깨알같은 이야기 ㅋ.군대에서 날 빵 차버렸던 그녀 편지도 다 가지고 있고...지금 애인이 알면 화내겠지만 애뜻한 마음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남이 종이에 뭔가 써서 남긴거 못 버리겠네요. 

 

서재 있는 분들은 좋겠어요.

이런거 안버리고 쟁여두는거 하루키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어젠가도 하루키 이야기 나왔던데. 전 하루키 수필 좋아하는데 수필 중에 잡다한 잡지들 방 하나에

잔뜩 모아놓고, 글 쓰다 필요하면 꺼내서 참고하고 그런다던 이야기 읽었던 기억이. 내게도 이렇게 모셔둔 잡지가 도움이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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